“강진산 샤인머스켓 포도, 전국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칠량면 연곡마을 임희상씨가 자신이 수확한 샤인머스켓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임 씨는 첫 수확을 통해 1천만원이상의 소득을 올려 가능성을 확인했다.
칠량면 연곡마을 임희상씨가 자신이 수확한 샤인머스켓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임 씨는 첫 수확을 통해 1천만원이상의 소득을 올려 가능성을 확인했다.

 

낯선 곳으로 귀농해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도시에서 수십년간 생활하다가 자신의 고향으로 귀농한 사람들에게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관내 한 마을에 귀농해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동네주민들과 잘 어울려 살아가는 귀농인이 있다. 바로 칠량면 연곡마을 임희상(69)씨가 주인공이다.

귀농 선택, 그리고 좌절
임씨는 칠량 연곡마을 출신으로 칠량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학교는 가정형편상 진학하지 못했고 이후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정착해 살아가게 됐다. 20대초반 나이에 서울로 올라가 그곳에서 기술을 배웠다. 바로 주택 설비일이었다.

상수도와 하수도와 관련된 다양한 설비들을 설치하는 일이었다. 이 일을 배우면서 국내 규모가 상당히 컸던 대기업에도 입사해 일을 하게 됐다.

건설사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해외파견 근무를 나가게 됐는데 바로 80년대 초반 무렵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을 하게 된 것. 그곳에서 약 7년정도 일을 하다가 87년에 귀국했다. 이후부터도 자신의 기술을 살려 주택 설비일을 하며 도시 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러던중 강진으로 귀농을 하게 된 계기는 바로 고향 친구들 때문이었다. 서울과 인천 등 경기도권에서 살고 있던 고향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모임을 하고 있었던 임 씨는 모임때마다 친구들끼리 고향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나누곤 했다.

이 이야기가 구체화되기 시작하면서 임 씨가 선발대 개념으로 먼저 귀농을 하게 됐다. 이때 연곡마을 출신이었던 김정식 전 강진군청 기획홍보실장의 귀농 권유도 결심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임씨가 포도나무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임씨가 포도나무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2012년 고향인 연곡마을로 귀농을 하게 됐다. 귀농 직후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임 씨는 인천에서 살 당시 설비 기술을 살려 하우스를 직접 설치해 여러 가지 쌈채소를 재배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인천에서 임 씨는 시설하우스에서 쌈채소를 재배하며 인천시농업기술센터와 적극 교류하고 작목반도 결성해 운영해나갈 정도로 농업분야에서도 적극적이었다.

강진으로 귀농한 임 씨는 마을 주변 도로변의 토지에 150평규모 하우스 5개동을 설치하고 인천에서 가져왔던 토마토, 고추, 오이 등을 심고 재배하기 시작했다. 하우스를 설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바로 태풍 ‘볼라벤’이 지역에 상륙한 것이었다.

샤인머스켓으로 작목 변화
강한 바람과 많은 비가 내리면서 많은 돈을 투자해 설치한 하우스가 모두 파손되어버렸다. 이때 임 씨는 일반적인 작물을 재배하는 하우스가 아닌 나중에 열대과일까지 재배할 수 있도록 높이가 높은 하우스를 설치했기에 피해는 더욱 컸다.

큰 피해를 입은 임 씨는 하우스를 수리하고 이후 3년정도 농사를 짓기도 했으나 하우스 윗부분이 태풍으로 인해 파손된 탓에 보온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작황이 좋지 못했다. 결국 손해만 보고 하우스를 다시 설치해야만 했다.
 

올해 임씨가 수확한 샤인머스켓 포도의 모습. 수확한 포도는 모두 직거래를 통해 판매됐다.
올해 임씨가 수확한 샤인머스켓 포도의 모습. 수확한 포도는 모두 직거래를 통해 판매됐다.

 

높이를 낮춘 것으로 하우스 2개동을 설치했고 토마토와 오이, 고추 등을 재배했다. 작물은 광주 도매시장에 판매를 했지만 인천에서 재배할 때와는 달리 유통이 문제였다. 가격도 낮았고 판로확보는 더욱 어려웠던 것.

이때 작물을 바꿔야겠다는 고민을 하게 됐고 강진군농업기술센터의 자문을 받아 샤인머스켓을 재배하기로 결심했다. 이때가 2021년 무렵이었다.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추천을 받은 전북 진안의 한 농원에서 묘목 270주 정도를 가져다 하우스에 식재했다.

2021년에 포도 나무를 심었고 올해 처음으로 2㎏ 박스로 700박스정도를 수확할 수 있었다. 수확한 포도는 농장 주변 도로변에서 소비자들과 직거래를 통해 판매해 1천200만원 가량의 소득을 올렸다.

나무 식재후 첫 수확으로는 괜찮은 수준이라는 것이 임 씨의 평가다. 앞으로 임 씨는 포도의 당도를 높이고 상품의 질을 높이기 위해 농업기술센터의 교육과 주변 농업인들과 교류를 통해 지속적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

샤인머스켓 나무를 식재한 이후 임 씨는 강진샤인머스켓연구회에 가입해 20여명의 회원들과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태국을 찾아가 그곳의 과일이 수출되는 모습과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과일들을 자세히 살펴보기도 했다.

마을 일에도 항상 솔선수범
이처럼 농사뿐만 아니라 임 씨는 귀농이후 마을 주민들과 교류에도 상당히 신경을 많이 썼다. 원래 고향이었지만 70년대 중반 떠나서 40여년만에 돌아왔기 때문에 낯선 곳과 마찬가지였다.

먼저 주민들에게 다가갔고 마을에 일이 있을때면 빠지지 않고 먼저 나서서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였다. 이런 모습에 주민들은 마음을 열었고 지금은 마을의 새마을지도자를 맡으며 임원으로 활동도 하고 있다.

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라는 단체의 강진지구 농업경제특파원으로서 4년째 활동하고 있다. 특파원은 강진지역의 농업 실태에 대한 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해 자료를 연구원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이제 임 씨의 목표는 샤인머스켓 농장을 더 늘려나가는 것이다. 중부지역에서는 샤인머스켓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강진은 날씨가 따뜻해서 샤인머스켓 재배지역중 가장 먼저 수확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앞으로 하우스 2개동정도를 더 늘려 규모화를 시키고 상품 가치를 더 높여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받는 농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임 씨는 “고향으로 돌아온 직후 태풍피해로 막대한 손해를 보기도 했으나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준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며 “마을의 임원으로서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포도 농사도 잘 지어 강진의 샤인머스켓이 전국 최고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오기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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