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가우섬이 보이는 바다야… 근데 넌 여길 왜 왔어”

그림 강화경
그림 강화경

 

해가 뜰 무렵이 되어서야 엄마 거북들은 바다로 발길을 돌렸다. 날이 밝아져서 바다로 가는 길이 또렷하게 보였다.    
해수와 꼬마 거북들은 그런 엄마 거북들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봤다.  
“해수거북님, 우리도 가야지요?” 
“가야지. 바위 집까지 데려다 줄까?”
바로 곁에 있던 꼬마 거북이 투정을 부렸다.  
“저 배고파요.”
“저도요.”
“좀 전에 엄마 거북을 따라가지 그랬어? 너희들을 잘 챙겨 줄 텐데.”
“해수거북님이 더 좋아요.”   
꼬마 거북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종알거렸다.
“가자. 우선 뭐라도 좀 먹자.”
거북은 모두 바닷속으로 들어가 헤엄을 쳤다. 하늘을 날 듯이 짧은 뒷발을 쭉 뻗었다. 앞발이 날갯짓하듯 펄럭거렸다. 해수거북이 앞장을 서고 다섯 꼬마 거북들이 그 뒤를 따랐다.
“해수거북님, 어디로 가요?”
“가다 보면 먹이 있는 곳이 나올 거야.” 
그들은 헤엄을 치다 숨이 가빠지면 천천히 물 위로 올랐다. 짧게 숨을 쉰 후엔 다시 바다 밑으로 들어가 헤엄을 쳤다. 그런데 이상했다. 먹이가 눈에 띄지 않았다. 
“배고파요. 여기가 어디에요?”
“아프리카? 아니, 아시아에 왔나? 좀만 참아라.”  
“…….”  
해수는 얕은 바다로 가서 조개를 찾기로 했다. 한참을 헤매던 해수는 목을 길게 늘였다가 다시 쑥 집어넣었다. 바닷물의 온도가 갑자기 바뀐 것 같았다. 물의 흐름도 빨라져서 방향을 잃었다.   
“해수거북님, 점점 추워져요.”
지친 꼬마 거북들의 헤엄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바로 눈앞에 바닷물이 드나드는 좁은 물목이 보였다.  
해수는 목을 늘어뜨리고 물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저멀리 작은 섬이 보였다. 섬에는 마을이 있고 숲이 집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숲에는 밑동이 굵은 소나무들이 우뚝우뚝 서 있었다. 
다행인 것은 얕은 바다 밑에 꼬마 거북들의 먹이가 많다는 거였다. 너울대는 바다풀과 조개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살이 통통하고 맛있는 바지락이다. 어서들 먹자.”
거북들의 뭉툭한 입이 신이 나서 빠르게 움직였다. 해수와 꼬마 거북들은 배가 부르도록 실컷 뜯어 먹었다. 
“이제 됐지?”
“예, 많이 먹었어요.” 
“그럼 출발하자.”
거북들은 깊은 바다 쪽으로 느릿느릿 몸을 돌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해수와 꼬마 거북들이 헤엄을 치려고 해도 왠지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모두 제자리에서만 맴돌았다. 뭔가에 자꾸 발이 걸렸다. 
해수가 꼬마 거북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잠깐. 아무래도 우리가 사고를 당한 것 같구나. 놀라지들 말고 차분해야 해.” 
해수는 잔뜩 긴장이 되었다. 눈 사이의 비늘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그때 해수 등딱지 위로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았다.
끼룩끼룩. 황색 부리에 흰 꼬리를 단 갈매기였다. 
“이런, 바윗덩어리인 줄 알았는데 거북이구나.”
해수는 다급하게 갈매기한테 물었다.
“여기가 어디야?”
“대한민국 남쪽 앞바다.”
“그래? 난 처음 듣는 곳인데.”         
“가우섬과 학마을이 보이는 곳이지. 헌데 넌 아이들까지 데리고 여길 왜 왔니?” 
“길을 잃었나 봐. 집으로 가는 중인데 잘못 들어왔어. 어떻게 나가지? 도와줘.” 
해수는 갈매기에게 도움을 청했다. 
갈매기가 안타깝게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 있어야지. 대신 행운을 빌어 주마.”
그 말을 남긴 후 갈매기는 떠났다. 먹이를 찾아 남쪽 바다 위를 훨훨 날아갔다. 가늘고 긴 황색 다리와 자유로운 날갯짓이 눈부셨다.


4. 기눅굴의 왕거북
“상원아, 어떻게 할까?” 
순배는 어장 앞에서 잠시 망설였다. 
거북들은 별다른 움직임 없이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움츠러들지 않고 이곳저곳을 살피는 것 같았다. 아직 대나무 그물 어장에 갇힌 것도 모르는 듯했다.   
“삼촌!”
“왜?”
상원은 순배를 보며 아리송하게 웃었다. 
“저 거북들을 바다로 보내 주자, 응?” 
“안 돼.”
순배는 코를 벌름거리며 뻣뻣하게 잘라 말했다. 
“할아버지는 아직 모르시잖아.” 
“상원아! 거북이 어마어마하게 크잖니? 사장님이 엄청 좋아할 거야. 그냥 풀어 줬다가 나중에 사장님이 알게 되면 나는 쫓겨나고 말걸. 이 일도 못 하게 되는 거지.”
“내가 비밀을 지키면 되잖아?”
“거짓말하면 못써. 일단 너희 집으로 가자.”
순배는 정 사장에게 알려야 했다. 돛배 있는 곳으로 갔다. 땅 길로 돌아서 걸어가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배가 빠르다. 돛이 없는 작은 거룻배도 있지만 둘은 돛배를 즐겨 탔다.
“어서 타.”
순배는 오 분 남짓 노를 저었다. 나루터에 배를 묶어 두고 걸음을 재촉했다. 
“할아버지!”
정 사장은 순배와 상원의 빈손부터 바라봤다.  
“왜 그냥 왔나?” 
상원이 먼저 말을 꺼냈다.
“어장에 큰일이 생겼어요.”  
“무슨 일인데?”
큰일이란 말에 식구들이 모두 마루로 나왔다. 일요일이라 집에 있던 아버지 용식도 가까이 다가와 귀를 쫑긋 기울였다.  
“순배, 어서 말해 보게.”
정 사장이 다그쳤다. 
순배는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아냈다.   
“사장님, 오늘은 물고기들 대신 엄청난 게 들어와 있었다니까요.” 
“뭐가?”
정 사장의 눈이 번쩍 뜨였다. 
“거북이요. 그것도 보통 거북은 아닌 것 같습니다.”
“크기가 얼마나 되던가?”
“거의 평상만 해요.”
“엥?”
정 사장은 작은 눈을 부릅뜨며 순배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게다가 어린 것들까지 딸려 있더라고요. 다섯 마리나.”
“뭐라? 그거 참.”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정 사장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사장님, 그 거북들을 어떻게 할까요?”
순배가 물었다. 곁에서 듣고만 있던 상원이 갑자기 정 사장에게 매달렸다.
“할아버지, 그냥 거북이 아닌 것 같아요. 바닷속 용왕님인지도 몰라요. 그냥 바다로 보내 주세요, 예?”
상원이네 반 교실에서도 손바닥만 한 거북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아이들이 볼 때마다 이빨 없는 뾰족한 턱으로 배추 잎을 뜯어 먹었다. 하지만 그 거북은 바다거북이 아니다. 바다거북은 너무 커서 교실에서 키울 수 없다. 바다거북은 바다에서 살아야 행복할 것이다.    
거북을 보지 못한 동생 연초가 상원에게 물었다.
“오빠, 거북이 얼마나 커?”  
“연초 너보다 더 커.”
“진짜?”
정 사장은 질질 끌지 않고 바로 결정을 내렸다.  
“어이 순배. 어린 것들은 더 자라야 하니까 바다로 돌려보내게.”
“할아버지, 큰 거북은요?”
정 사장은 유들유들하게 말했다.  
“큰 거북은 여기로 데려오고.”
“마, 마을로요?”                    
울상이 된 상원이 물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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