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원로분이 최근 겪은 경험담이다. 여수에 가서 현지 지인들과 식당에 갔다. 삼겸살을 먹다가 채소가 떨어졌다. 그래서 종업원에게 겸손한 목소리로 그랬다. 

“여기요 지까슴 좀 주세요”
그랬더니 이 종업원의 얼굴이 변하고 눈빛이 이상해 졌다. “무슨 말씀을 그리 하시냐”며 금방 항의가 들어왔다. 지까슴을 가슴으로 알아 들었던 것이다. 이 원로도 머쓱했다. 그냥 채소 좀 더 달라고 한 것 뿐이었기 때문이다.

분위기를 알아 차린 주변 사람들이 “아 강진에서는 채소를 지까슴이라 한다”고 분위기를 풀어줬다. 종업원도 설명을 대충 듣고는 그때야 얼굴을 풀었다. 잠시후에 채소가 수북하게 나왔다.

이런 경우 만약 종업원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거나, 노인이 갑질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면 상황은 심각해 진다. 인터넷에 올리고, 관련기관에 신고하고, 주변에서 거들기 시작하면 ‘지까슴’은 꼼짝없이 ‘지 가슴’으로 변하고 만다. 

국어사전을 보면 ‘지’는 김치를 의미하고, ‘까심’이나 ‘까슴’은 꺼리를 의미한다. 그래서 ‘지까심’ ‘지까슴’은 김치거리를 의미하는 남도의 사투리다. 김치를 만드는 재료, 다시말해 배추잎이나 무잎, 상추등을 지까슴이라 부른다. 강진에서도 60세 이상의 주민들은 종종 사용하는 용어다. 

그러나 젊은층이나 다른 지역 사람들은 흔히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기 때문에 주의해서 사용해야 할 용어다. 요즘에는 식당에 한국말을 잘 알아듣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지만 이들에게 사투리까지 구분해 들으라고 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단순히 표현상의 문제가 큰 사건으로 비화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일이다. 대화하면 서로 이해하면서 풀어질 것들이 많다. 세상은 이렇게 저렇게 해서 개선되고 있지만 개선 과정이 참혹하다면 인간들끼리 씻을수 없는 상처가 생긴다. 그런 과정은 피하는게 좋다.

사실 남도 사투리는 오해 살 만한 것들이 많다. 서울 종로에서 전라도가 고향인 두 친구가 만났다. “야 이 싸가지 없는 놈아”하고 소리치자 옆 사람들이 싸우는줄 알고 깜짝 놀라 쳐다 보았다. 그런데 두 사람의 그 다음 대화는 “보고 싶었다 친구야”였다. 남도 사투리의 문맥이 이렇다. 아무튼 말을 조심해야 하는 시대다. <주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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