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예술가들과 즐거운 한달간의 동거

가난한 농촌마을이었던 도룡마을은 와보랑께박물관과 연계하면서 큰 변화를 맞이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체험마을 조성사업이었다.

나는 이장으로 일하면서 가난한 도룡마을에 어떻게 하면 새로운 소득원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지난 2009년 강진군의 도움을 받아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추진했던 ‘문화와 전통이 살아숨쉬는 농촌’ 조성사업을 준비하게 됐다.

사업을 준비하면서 쉽지않았지만 사업계획서를 만들고 이를 발표한 끝에 2010년 2월 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이때 경북 영덕군과 함께 강진군까지 단 2곳이 선정됐다.

이 사업은 말그대로 농촌에 문화사업을 추진하면서 농촌체험마을로 만들어 농촌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보자는 취지에서 추진되는 사업이었다. 이때 정부로부터 약 5억원정도 예산을 지원받아 마을에 크고 작은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했다.

이때 가장 먼저 마을의 낡은 집과 담벼락 등 마을 주변 환경을 정비해야만 했다. 무너진 담벼락은 다시 쌓았고 마을 곳곳에 낡고 부서진 것들을 수리했다. 

이때 문화사업도 함께 추진됐는데 바로 외국인 예술가들을 마을로 초청해 함께 생활을 했던 것이다. 주로 유럽의 예술가들이 도룡마을을 찾아왔는데 네덜란드,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 다양한 국적의 예술가들이었다.

마을을 찾아온 외국인 예술가들은 총 10명이었는데 이들은 한달동안 도룡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작품활동도 하고 마을에서 다양한 체험도 즐기며 생활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하멜이야기 거리를 마을에 조성한 것이었다. 이들 예술가들은 ‘347년만의 재회, 뉴하멜 표류기’를 주제로 다양한 조각상을 제작해 마을 곳곳에 설치했고 마을의 빈 담벼락에 하멜의 모습을 벽화로 그려넣는 등 하멜의 이야기를 마을에 담아냈다.

특히 마을 벽화는 1663년 하멜 일행이 배를 타고 항해를 하다가 태풍을 만나 한국에 와서 고무신과 선비문화 등 병영면에서 7년간 생활했던 모습들을 그림으로 담아냈다. 특히 고향에 가고 싶은 소망을 담은 하멜의 집 그림과 배로 탈출하는 장면, 하멜의 언어를 상징한 영어 알파벳 등이 그림으로 그려졌다.

또 도룡마을의 버스정류장에는 막걸리병 1천개로 만든 ‘하멜 배’ 조형물이 만들어졌고 와보랑께 박물관 입구에는 스텐 철 조각으로 만든 누에고치 집이 설치돼 하멜을 넣어 벗어나고 싶음을 형상화했다.

박물관 뒷마당에는 네덜란드 에스케베로벤 예술인이 ‘바벨탑’을 만들어 하멜이 병영에서 언어가 통하지 않아 겪었던 고충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때 한달동안 마을에서 매주 파티가 개최됐는데 이술 예술가 10명은 각자 자신의 나라의 전통음식을 직접 만들어서 주민들과 나눠먹기도 했고 한국음식을 체험하며 서로 우정을 나누기도 했다.

그 외에 마을주민들이 직접 촬영감독과 배우가 되어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고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도룡마을 주민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300여페이지에 달하는 책자로도 제작해 마을주민들과 출향인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유럽 예술가들이 처음 마을을 찾아왔을 때에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고 어색한 모습이었으나 한달후에는 손짓, 발짓만으로 의사소통을 하며 정을 나눴다. 몇몇 작가들은 1년후 다시 마을을 찾아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으며 박물관에서 김장체험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정리=오기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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