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숲의 맑은 공기 마신 덕분에 건강합니다”

강진읍 발산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박경주 회장이 자신이 아끼는 소나무 앞에서 정원을 가꿔온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진읍 발산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박경주 회장이 자신이 아끼는 소나무 앞에서 정원을 가꿔온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근 환경과 저탄소 정책이 주목을 받으면서 사람들에게 나무와 숲, 정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역에서도 정원을 아름답데 가꾸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그중에서도 강진읍 발산마을에는 마치 작은 산속에 온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넓고 잘 가꿔진 아름다운 정원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곳은 박경주(80)씨가 가꾸고 있다.

박 씨는 이 곳 발산마을에서 낳고 자랐다. 젊은 시절에는 강진읍내에서 강진주조공사에서 근무를 했다. 29세되던 해에 강진주조공사에 입사해서 총무와 경리 업무를 도맡아했다. 현재 시장동 오감통 부근에 강진주조공사가 있었다. 박 씨가 젊은 시절만 하더라도 지역내에 주조장 여러곳이 운영되고 있었다.

그중에서 강진읍내에만 4곳정도의 주조장이 영업하고 있었는데 박 씨가 일했던 강진주조공사는 몇곳의 주조장이 통합되면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당시 근무하는 직원수만 해도 26명일정도로 규모가 컸다. 그곳에서 박 씨는 전체적인 매출을 정리하고 수입과 지출 등을 관리하는 총무업무를 총괄했다. 그러면서 부모님과 함께 농사일을 돕기도 했다.

20대부터 시작된 정원가꾸기
박 씨는 강진주조공사에서 일을 하면서 활발한 사회활동도 했다. 강진주조공사 전무로 일하면서 한국보이스카웃 전남연맹 대의원으로 수년간 활동하기도 했고 지금은 휴교중인 강진북초등학교 초대 운영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위원으로 4년간 활동하는 등 다양한 곳에서 활발한 활동도 했다.

박 회장이 서재에서 책을 읽고 있다.
박 회장이 서재에서 책을 읽고 있다.

 

박 씨는 이처럼 직장생활과 사회활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시간이 날때마다 정원을 가꾸는 일을 평생 해왔다. 이렇게 나무와 숲, 정원을 가꾸는 일을 하게 된 것은 어려서부터 나무와 숲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스스로 책도 찾아서 공부하면서 지식을 쌓았고 20대부터 집 주변에 몇그루씩 나무를 심기 시작해 최근까지도 계속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을 해오고 있다.

현재 박 씨가 집주변 정원과 바로 뒤에 있는 야산까지 관리하는 면적만 약 800여평에 이를 정도로 광범위하다. 집 주변에는 동백나무에서부터 영산홍과 자산홍, 배롱나무와 홍단풍 등 다양한 나무들이 곳곳이 심어져 있다. 

매일 직접 정원 다니며 손수 관리
또한 집 바로 뒷 야산에도 편백나무가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고 그 사이로 작은 오솔길이 만들어져 있다. 이 곳을 통해 집 주변 정원과 야산이 연결된다. 이렇게 집 주변 정원과 산 전체에 심어져 있는 나무는 숫자를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박회장이 나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회장이 나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올해 80세가 넘은 고령에도 박 씨는 요즘도 간단한 작업은 직접 할 정도로 정원과 나무 가꾸기에 열정을 갖고 있다. 이른 아침이면 잠자리를 정리하고 곧바로 정원으로 나온다. 정원을 둘러보며 나무들의 상태를 살펴보기도 하고 가지치기 등 작업이 필요한 나무는 없는지 꼼꼼히 살피면서 둘러보곤 한다.

이렇게 정원을 둘러볼때면 항상 가위를 들고 다니곤 하는데 너무 높은 나무를 제외하고 자신의 손이 닿는 나무들은 직접 불필요한 가지를 잘라주기도 하고 성장상태가 좋지 못하면 영양제와 약제 등을 주입하며 꼼꼼하게 관리해오고 있다.

자신의 정원에 식재된 나무중 가장 초창기에 심은 나무는 영산홍과 자산홍으로 100년이 훨씬 넘은 나무들이다. 20대 젊은시절 직접 나무를 구입해와 심은 나무들이다. 아직도 가장 정성들여 보살피는 나무들이다. 하지만 자산홍의 경우 토양의 성질때문인지 성장이 더뎌 가장 정성들여 보살피고 있는 나무중 하나이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작년에 지인으로부터 선물을 받은 무늬동백을 집 바로 앞 마당에 식재했다. 아직까지 정원과 집 주변 자연에 잘 적응하는 지에 대해 유심히 살피며 나무를 관리하고 있다. 이 나무는 순천의 한 오래된 사찰 주변에 살던 나무로 수형이 아름답다. 이렇게 박 씨가 정원과 숲, 나무 가꾸는 일외에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일은 바로 독서이다.

월남마을 바위암각 남긴 증조부 
박 씨의 서재에 들어가면 한쪽 벽면의 세워져 있는 책꽂이에는 오래된 서적들이 빼곡하게 꽂혀있다. 주로 유명 작가들의 명작들이다. 그중에서 박 씨는 최근 이광수 전집을 읽고 있다. 박 씨는 책을 읽을때 단순히 눈으로 책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노트에 책의 내용중에서 기록할만한 내용을 골라 볼펜으로 기록하면서 독서를 한다.

이는 평생 해온 독서습관으로 노년이 된 지금도 지키고 있는 습관이다. 책꽂이의 한쪽에는 그가 평생 기록한 독서노트 여러권이 꽂혀있어 이 사실을 증명해준다. 노트에는 그가 그동안 읽어왔던 책들의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이렇게 노트에 기록하면서 독서를 하는 이유에 대해 박 씨는 그냥 눈으로만 책을 읽으면 머릿속에 남지 않고 잊어버리기도 하고 졸음이 오는 경우가 많아 이를 방지하기 위해 처음 볼펜으로 기록하면서 독서를 하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시작된 습관이 80이 넘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박 씨의 집안에는 독특한 이력이 있다. 바로 강진읍 월남마을과 관련이 있는데 오래전 박 씨의 증조부가 되는 박윤신에 대한 기록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 이 바위암각은 박윤신과 친분이 두터웠던 백영홍이라는 사람이 남긴 것으로 학문이 뛰어나지만 초야에 묻혀살가고 있는 사실에 대해 칭송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박 씨는 어렸을 때 할머니로부터 조정에서 말을 타고 사람들이 자주 찾아왔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고 한다.

박 씨는 “어려서부터 나무와 숲이 좋았고 직장과 사회생활로 바쁘지만 주말이나 쉬는 날을 이용해 좋은 나무가 있으면 찾으러 다녀 수집해 정원을 꾸몄다”며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정원의 나무들을 직접 관리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오기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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