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사냥 전문가인 성전의 윤현묵 회장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한번은 멧돼지를 추적하는데 사냥개들에게 쫓기던 어미 멧돼지가 산을 반바퀴쯤 돌며 쫓기더니 어느 지점에서 오줌을 여기 저기에 갈겨 놓았다. 그러면서 자신은 반대편 방향으로 달아났다.

쫓아오던 사냥개들이 멧돼지 오줌냄새를 맡고 그 지점에서만 이리저리 날뛰며 난리를 피웠다. 주변에 멧돼지가 있는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그때 멧돼지는 빠른 걸음으로 도망가지도 않고 천천히 작은 능선을 넘어가고 있었다. 멧돼지가 여유있게 사냥개들을 따돌렸던 것이다.

이런 경험도 이야기 해 주었다. 눈이 많이 내린 날 병영 수인산 기슭에서 멧돼지를 쫓고 있는데 하얀 눈위에 선명하게 찍혀 있던 멧돼지 발자욱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눈위에서 사냥꾼의 추적을 받고 앞으로 도망가던 멧돼지가 어느 지점에서 네발을 이용해 자신이 밟은 발자욱을 따라 정교하게 후진을 했던 것이다. 그러고는 적당한 지점에서 방향을 틀어 도망 가버렸다. 

얼마 후 이회장은 비슷한 상황을 또 접했다. 그랬더니 멧돼지 발자욱이 끝난 지점에서 한참 뒤쪽에 방향을 틀어 잡은 흔적이 있었다.

멧돼지의 영리함은 정평이 나있다. 사냥꾼들은 멧돼지의 아이큐를 60이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사냥꾼만 보면 무조건 도망가던 멧돼지들이 오히려 망을 보며 사냥꾼 뒤쪽을 쫓는 상황도 벌어진다.

또 멧돼지가 보통 고구마 밭 하나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몸을 숨긴채 며칠 동안 망을 보며 적당한 시간을 탐색한다고 한다.

올들어 여러차례 보은산 주변에서 멧돼지 포획작전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20일에도 유해 야생동물 피해방지단 회원들이  밤부터 새벽까지 작전에 나서 3마리의 멧돼지를 잡았다. 

멧돼지는 요즘철이 가장 위험하다고 한다. 11월에서 이듬해 1월까지 번식기인데다 봄철 출산을 앞두고 먹이 활동을 왕성하게 한다. 산에 오를 때는 반드시 2~3명 이상 함께 산에 올라야 하고 대화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등 인기척을 내면 멧돼지와 마주치는 것을 피할 수 있다고 사냥꾼드은 조언한다. 

또 우산이 있다면 우산을 펴서 멧돼지보다 몸집이 더 크다는 것을 보여주면 멧돼지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 등을 보이고 도망가는 것은 금물이다. 겨울 멧돼지는 조심해야 한다.        <주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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