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주/ 작천면 하남마을 이장

민선 8기 강진원 군수의 취임과 동시에 ‘소통·연결·창조의 신 강진’ 슬로건 아래 ‘민원소통위원회’ 부서가 신설되었다.

전국 최초로 사전에 집단갈등 및 이해관계의 조정이 필요한 민원에 대하여 군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열린행정을 구현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지난 6월에 이 소식을 듣고 매우 솔깃하였다. 우리 마을에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주민숙원사업이 있어 정말 실낱같은 희망으로 문을 두드렸다.

며칠 안 되어 윤명석 위원장과 직원들이 현장을 나와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민원 문제에 대해 세세하게 잘 들어주고 해결 방안을 같이 고민해 주니 마음만은 벌써 해묵은 민원이 해소된 기분이 들었다.

작천면 하남마을은 1976년 곡류였던 금강천 하천을 직강공사를 하면서 개답정리 사업도 함께하였다. 개인 사업주와 이장, 주민동의 하에 실시한 이 사업은 하천 폭 10m 부족으로 준공되지 못하면서 지적공부 정리와 토지 소유권이전 등기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등기 및 토지대장은 옛날 상태 그대로 존재한다. 그러나 현실의 경계는 경지정리가 되어 바둑판 모양으로 구획이 반듯한 상태이다. 즉 경지 정리된 한 구획 안에 여러 개의 필지가 남아있는 이상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처럼 금강천 곡류를 끼었던 작천면 이남리, 병영면 삼인리 및 도룡리 일원은 현실의 경계와 지적의 경계가 불일치하는 지역이 되었다.

경작하고 있는 토지는 본인이 정작 점유하고 있지만, 소유권이 없어 그 토지에 대한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는 불편함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애로사항을 해결하고자 일부 주민은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민원을 넣었고, 가지번 소유자들끼리 하남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법원 소송도 불사했다.

마지막에는 국민권익위원회 청원까지 해봤지만 돌아온 답변은 처리 불가였다. 군민과의 대화 시간에 역대 강진군수를 만나 이 불편한 진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이 부분은 사적 재산권으로 예민한 부분이기에 개인 대 개인이 풀어야 할 문제라고 넘어갔다.

이렇게 자포자기를 하고 있는 시점에 민원소통위원회가 구세주처럼 우리에게 나타났다. ‘47년간 해결하지 못한 민원을 민원소통위원회에서 과연 해결할 수 있겠어’라는 반문하는 이도 있었지만, 어떤 누구도 우리의 고충에 대해 진심으로 귀담아 들어주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는 기관이 없었기에 너무나 반가웠다. 

민원소통위원회는 수 차례 현장조사와 이 관계를 잘 알고 있는 주민들과 스무 번 넘게 만나 심층적으로 면담을 하였다. 다수 주민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지난 7월에는 작천면 하남마을 회관에서 주민설명회 시간도 가졌다.

지난 8월, 9월 두차례 민원소통위원회 소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였다. 위원이 공무원이 아닌 변호사, 법무사, 대학교수 등 민간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었다. 제3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민원인 입장에서 다양한 각도로 문제를 파악하고 접근하여 적절한 해결책이 나올 것 같았다.

회의 참석 내내 우리 마을 민원은 해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오래 지났고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보니 ‘정말 해결할 수 없는 것인가?’ 좌절감에 빠졌다. 그러나 한 위원이 ‘얽힌 실타래도 하나하나 풀다 보면 실마리가 보이듯이, 우선 토지 소유자를 찾아보고 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자’ 라는 말에 큰 위안이 되었다.

최근 주말에 민원소통위원회에서 환지사 한 분을 초대하여 면담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 위원회가 있기에 우리도 그냥 자포자기 할 수가 없었다. 우선 등기상 토지 소유자를 함께 찾아보고 민원소통위원회와 같이 돌파구를 찾아갈 것이다. 느리지만 이렇게 앞으로 한 발짝씩 전진해 나갈 것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현대판 홍길동처럼 점유하고 있는 땅이 내 땅이라고 권리 주장을 못했다. 민원소통위원회라는 마지막 막차가 왔고 이 기회를 잘 잡아서 47년간 자식같이 키워 온 내 토지에 내 이름 석자 등기 명의를 올릴 기쁜 날을 생각해 본다.

정주영 회장이 모두가 불가능하고 머뭇거릴 때 가장 많이 했던 말 중에 하나가 ‘이봐, 해봤어?’이다. 내 고민거리를 누군가가 들어주는 것만이라도 고맙고 힘이 난다. 혹시나 어렵고 해결하지 못한 민원이 있다면 너무 고민하지 말고 강진군 민원소통위원회 문을 두드려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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