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국/ 전 순천향대 교수 (작천 이마마을 출신)

서경은 오경 중의 하나로 중국 상고시대의 정치를 기록한 책입니다. 공자는 이 책을 매우 중히 여겨, 제자들의 교육에 핵심적인 교과과정으로 삼았습니다. 서경의 내용 중 홍범구주(弘範九疇)가 나오는데, 이는 인류 최초의 나라를 경영하는 법도로서, 하(夏)나라 우(禹)왕이 남겼다는 9개 조항의 큰 법이라는 뜻입니다.

필자는 하늘(天)과 땅(地), 인간(人)에게 발생하는 다양한 징조(徵兆 signs)의 뜻을 아홉 개 범주 중 하나인 五事(다섯 가지 일 - 잘 보고, 듣고, 생각하고, 말과 행동을 법도에 맞게 함)를 통해 인간의 오욕 칠정을 잘 관리하는 방법을 현대적 시각으로 해석해 보았습니다.

특히 구약성경의 5대 제사(祭祀)와 7대 절기(節氣), 신약성경의 주기도문 그리고 화엄경의 10地와 10바라밀과 연계하여, 인간의 영혼이 성숙하고 발전하는 단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이중 첫 두 단계를 설명하고자 합니다. 서로 연계된 영혼 성숙의 열 단계 분류는 필자 개인의 소견이며, 공인된 것이 아님을 유의하여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영혼의 성숙을 위한 첫 단추는 주요 종교가 공통적으로 절대자에 대한 믿음으로 시작합니다(유교;거경居敬, 불교;10信, 기독교;이신칭의以信稱義). 인간에 內在해 있는 光明하고 自明한 것(천부경;本心本太陽昻明, 유교;양심, 불교;법신, 기독교;성령)을 점점 더 확실히 믿음(確信)으로써 그 불씨를 점점 더 밝게 되살릴 수 있습니다.

 영혼 성숙의 첫 단계는 주기도문의 도입부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존재存在의 하나님, 성부), 우리 아버지(창조創造의 하나님, 성령),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관리管理의 하나님, 성자)의 三位 一體와 불교의 반조(返照; 자신의 원래 밝은 內的 自我를 되돌아 봄)를 통한 法身 報身 化身의 개념을 믿고(信) 이해하여야(解) 아버지의 나라가 우리 마음에 안정적으로 임(臨)하게 됩니다(샤롬, 평강).

특히 성자 예수님이 우리의 죄악과 허물(指向해야할 과녁의 방향 상실)을 대신(代身) 속죄(贖罪)하기 위하여, 산 제물(living sacrifice)의 제사인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심으로, 대속(代贖 vicarious atonement)하신 뜻을 믿음으로써 義로워 지며(以信稱義), 화평(和平 샤롬)에 이르게 됩니다(절대자가 원하는 올바른 방향의 삶).

이것은 구약성경 五大 제사(祭祀) 중 번제(燔祭 burnt offerings)와 화목제(和睦祭 fellowship offerings 하나님과의 관계회복=화목)에 해당되며, 七大 절기(節氣) 중 첫 절기인 유월절(游越節 Passover)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구약의 절기는 하나님께서 지정한 것(appointed festivals 레위기 23장 2절)으로, 자주 지켜짐으로 名節이 되는 통상적인 절기와 구분되는 것도 주의해야겠습니다. 유교의 大學경전에서는 모든 것을 그치고(止) 오직 절대자에게 몰입하면(定) 고요해져서(靜) 걱정 없는 평안함에(安) 이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절대자로부터 오는 이러한 평안함은 사랑, 기쁨, 샤롬(성령의 9가지 열매 중 세 개)이며, 화엄경의 10地 중 一地인 환희지(歡喜地)이고, 10바라밀 중 보시(布施)바라밀(사랑)에 연결시킬 수 있겠습니다.

영혼 성숙의 모든 단계는 불교의 삼학(三學)인 정,혜,계(定 慧 戒)로써 잘 이해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영혼 성숙의 첫 단계는 몰입과 안정을 통한 정(定)공부입니다(正念과 正定).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과 세상 만물을 성찰(省察)하여(正見과 正思惟) 바른 지혜를 얻고(後得智), 그 지혜대로 바른 생활을(正語 正業 正命)하게 되며, 이것은 지켜야 될 계율(戒律)을 마음으로부터(眞心으로) 잘 준수(正精進)하는 지계(持戒)의 삶을 영위 할 수 있게 됩니다.

결국 精神수양의 깊이(정념 정사유)와 事理연구의 自明함(정견 정사유) 그리고 삶 속에서, 善은 取하고 惡은 버리는(捨) 작업취사(作業取捨;정어 정업 정명)의 꾸준한 실행(정정진)정도에 따라 영혼 성숙의 열 가지 단계가 구분되어 진다고 하겠습니다(圓佛敎의 三學; 정신 수양, 사리 연구, 작업 취사).

 정념과 정정을 바탕으로, 무엇을 어떻게 잘 보고(正見) 현명하게 생각할 것인가(正思惟)의 문제는 외부 사물의 경계(구분)의 특징인 육경(六境;색色 성聲 향香 미味 촉觸 법法)을 육근(六根;안眼 이耳 비鼻 설舌 신身 의意)의 作用읗 통하여 알아차리는 것(육식六識;안식眼識 이식耳識 비식鼻識 설식舌識 신식身識 의식意識)입니다.

홍범구주(洪範九疇)에서는 불교와 원불교의 삼학을 아홉 개의 큰 범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즉 하늘의 징조(五紀)와 그 의미 추구(계의稽疑), 땅의 징조(서징庶徵)와 그 의미 해석(오행五行), 인간에게 발생하는 징조인 오복(五福)과 육극(六極)을 하나님 자리(황극皇極)에서 인간의 오사(五事; 보고;시視, 듣고;청廳 생각하고;사思 말하고;언言 행동하는것;모貌)를 삼덕(三德)으로 잘 관리(팔정八政) 하는 것입니다.

 영혼 성숙의 두 번째 단계는 몸과 마음을 정화(淨化)하는 것을 주로 行하는 것입니다. 절대자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려면, 자신과 이웃에게 지은 죄의 회개인 속죄제(sins offering)와 속건제(guilt offering)를 통한 자기 淨化와 누룩(불순물)을 넣지 않은 빵(무교병,unleavened bread)을 먹고 주변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절기인 무교절(Unleavened)을 준수해야 하며, 화엄경의 2地인 이구지(離垢地)와 지계(持戒)바라밀을 필자는 두 번째 영혼 성숙의 단계로 보았습니다.

 영혼 성숙의 나머지 단계(삼단계~십단계)는 추후 설명 드리는 기회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늦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왔습니다. 따뜻한 봄을 기다리며 추워지는 날씨에 독자 여러분의 영혼이 풍성한 결실을 맺고 익어가는 계절이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며,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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