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사투리 그림으로 담아내

김종일 교수의 아이디어로 사투리를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어떤 방법으로 그림에 사투리를 표현할 것인가였다. 글자를 그림으로 표현해낸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기에 전국의 여러 전시회장을 찾아다녔다.

나는 현재 남부현대미술협회라는 단체에 소속되어 있는데 이 단체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부산과 대구, 전주 등지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전체 회원들은 100여명으로 적지 않은 단체이며 회원들중에는 추상적은 느낌의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이 많다. 

이 때문에 이 곳에서 개최하는 전시회에는 추상적인 느낌의 그림들이 많았다. 나는 이 전시회장을 둘러보고 다양한 구도와 기법들의 그림을 살펴보게 됐고 이를 나만의 그림으로 만들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답은 바로 추상적인 느낌에 사투리 글자를 담아내보자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사투리가 아닌 일반적인 한글 단어를 추상적인 그림으로 그려넣었다. 이후부터는 와보랑께박물관이 유명해지게 된 계기가 된 사투리를 그림에 접목시켰다. 내가 사투리 그림을 그리는 방법은 일단 먼저 사투리 단어나 글자를 머릿속에 떠올린다.

그 이후 그 글자를 그림속에 어떻게 배치하고 구도를 잡을 것인가를 연구한다. 이렇게 해서 구도에 대한 고민이 끝나면 간단하게 연필로 스케치를 한 후 그림작업을 들어간다.

이렇게 해서 약 1~2주 정도에 걸쳐 작품을 완성하게 되는데 이후에도 수정과 보완 등을 거치기 때문에 최소 2~3중이상의 시간이 투입되어야만 작품 하나가 완성된다. 이렇게 해서 시간이 날때마다 나는 사투리를 그림으로 그려냈다.

그림의 소재는 주로 고향, 그리움, 어머니 등 강진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특히 사투리 그림속에서는 어머니와 관련된 것들이 많다. 예를들면 ‘우짜든지’라는 단어를 그림으로 그려넣는데 이 말은 어머니가 살아생전에 나에게 평소에 자주 사용하시던 단어였다.

나는 이 단어를 떠올리고 어머니와 고향, 그리움, 농촌 등을 형상화시킬 수 있는 구도를 잡아 그림을 완성하곤 했다. 이처럼 내가 그린 그림은 우리 강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농촌이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들이 많다.

이렇게 해서 모아진 그림으로 2013년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첫 전시회는 서울 경북궁 앞에 있는 광주시립미술관 GMA라는 곳에서 가졌다. 이 곳에는 사투리 그림외에 일반적인 한글그림까지 함께 전시했다.

한글과 사투리를 그림으로 그리게 되면서 나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을 찾아와 나의 그림을 보고 즐거워했다. 이들은 주로 그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릴적 부모님과 고향과 추억이 떠오른다면서 나에게 격려의 말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렇게 서울에서 첫 사투리 그림 전시회를 가진 이후 나는 수년에 걸쳐 순천, 광주, 강진 등 다양한 곳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특히 지난 2017년에는 강진아트홀 1층 전시실에서 수년간 그린 사투리 그림 32점을 모아 개인전을 가졌다. 이때 사투리 그림 전시회를 통해 지역에서도 내가 그린 사투리 그림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올라가기도 했다.

매번 새로운 느낌으로 사투리를 그림속에 담아내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앞으로도 사투리 그림은 계속 그려나갈 생각이다. 이제는 전라도 사투리뿐만 아니라 타지역 사투리도 연구를 통해 그림으로 그려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정리=오기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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