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국/ 전 순천향대 교수 (작천 이마마을 출신)

올해도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10월 24일)이 지나고, 어느덧 기나긴 겨울의 문턱에 서 있습니다(立冬11월 8일). 24절기는 태양의 움직임(황도)에 따라 1년을 24개로 나누는데(양력기준)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는 언제 씨를 뿌리고, 수확을 할지 결정하는데 있어서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하늘이 성주괴공(成住壞空,불교)과 원형리정(元亨利貞,유교)의 원리에 따라, 땅이 춘하추동(春夏秋冬)과 오행(水火木金土)의 이치로 작동하듯이,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을 따라 창조된(창세기 1장 26절) 우리 몸은 소우주(小宇宙)로서 생노병사(生老病死)와 생주이멸(生住離滅)의 과정을 경험하며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하늘과 땅이 대우주의 순리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작동하고 있듯이, 소우주인 인간도 우리 몸에 새겨진 원리를 알고 그대로 생활한다면 命대로 살다가 편안하게 마치는 고종명(考終命)의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 년을 춘하추동 각 계절에 3개월씩 배당하면 해마다 하루 이틀씩 차이가 나지만, 각 절기의 날짜는 매월 初와 末에 해당됩니다. 겨울계절은 11월, 12월, 1월이고, 12地支로는 해 자 축(亥 子 丑)이며, 24절기로는 立冬이 11월8일 이고, 소설이 11월22일, 대설은 12월7일, 동지는 12월22일, 소한은 1월6일, 대한은 1월20일이며 24개중 6개의 절기가 해당됩니다.

우리 몸에는 배꼽 밑 기해혈(氣海穴) 부위가 立冬에 해당되며 소설은 배꼽 밑 세촌(3~5 센티미터)부근의 하단전이고(元海穴, 12地支;亥), 대설은 하단전과 회음혈 사이며, 동지는 회음혈(12地支;子), 소한은 회음과 장강혈(꼬리뼈 부근) 사이고, 대한은 장강혈(12地支;丑)에 해당됩니다.

회음혈부터 등 뒤로는 독맥에 해당되며, 겨울 일부와 봄(立春2월4일;2월,3월,4월 12地支;寅卯辰) 및 여름(立夏5월6일;5월,6월,7월 12地支;巳午未)이고, 임맥은 우리 몸 앞쪽 입술부위부터 아래쪽에 해당되며, 가을(立秋8월8일;8월,9월,10월 12地支;申酉戌)입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한의학의 임 독맥의 노선과 실제로 氣가 유통되는 임 독맥의 유통 노선이 다르다는 것을 주의해야겠습니다. 겨울에서처럼 봄 여름 가을도 우리 몸의 각 부위에 氣가 유통되는 혈(穴)과 12地支를 배당 할 수 있으나, 지면관계로 생략하고, 우리가 몸을 사유 할 때마다, 동시에 철학적 의미를 觀할 수 있도록 서술해 보겠습니다.

겨울의 시작은(始) 立冬(건괘乾卦,8正道의 正定)이고 끝은(終) 立春(간괘艮卦,8正道의 正念)이며, 한 겨울은(中) 冬至(감괘坎卦, 8正道의 正精進)입니다. 우리 몸을 觀하며 명상을 시작할 때, 五慾의 복잡한 생각을 그치고(止,오직 모름, 無知. 無念 8正道의 正念, 8괘의 艮卦), 七情의 산란한 감정을 고요히 하면(定, 오직 하나, 無慾, 8正道의 正定, 8괘의 乾卦), 의심이 없고 自明하여((無疑心, 혼침 없이 밝게 알아차리는 智慧의 원천), 부족함이 없고(無不足, 至足, 滿足), 평안함(無不安, 샤롬)이 유지됩니다.

이것은 우리가 수련할 때 극복해야할 다섯 가지 장애 요소(오장애五障碍)로 무지(無知), 무욕(無慾), 무의심(無疑心), 무부족(無不足), 무불안(無不安)입니다. 이것이 달성되면,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추고 있는 自性定慧(원래 어리석음,어지러움,어긋남 즉 탐진치貪瞋痴가 없는 것, 천부경의 本心本 太陽昻明)가 발동하여, 隨相定慧로 점수(漸修)하여, 천부경의 人中天地一, 즉 공자님께서 일생동안 하나로써 꿰뚫는 공부인 일이관지(一以貫之)즉 충(忠;내 마음을 항상 하나님 中心으로, 하나님 사랑)과 서(恕;내 마음과 다른 사람의 마음이 항상 동일하게, 이웃 사랑)가 가능하게 됩니다.

여름의 시작은(始) 立夏(손괘巽卦, 8정도의 正命)이고, 끝은(終) 立秋(곤괘坤卦, 8正道의 正思惟)이며, 한 여름은(中) 夏至(리괘離卦. 8正道의 正見)입니다. 바르게 보고(正見) 바르게 사유하여(正思惟) 바른 생활(正命)을 영위하기 위하여, 유식학에서 언급한 네가지 지혜를 갖추어야 합니다.

즉 원성실성(元成實性)이 있음으로 대원경지(大圓境知의 지혜를, 무주열반(無住涅槃)이므로 모든 창조물을 묘관찰(妙觀察)하는 지혜를, 의타기성(依他起性)이 있음으로 모든 창조물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성소작지(成所作知)의 지혜를, 다르지만 같음을 즉 자타(自他)가 같고, 생멸(生滅)과 적멸(寂滅)이 같음을 깨닫는 평등성지(平等性知)의 지혜로 살아갈 때, 바른 생활(正命)을 영위할 수 있음을 알아야겠습니다.

봄의 시작은(始) 立春(간괘艮卦, 8正道의 正念)이고 끝은(終) 立夏(손괘巽卦, 8정도의 正命)이며 봄의 한가운데는(中) 春分(진괘辰卦, 8정도의 正業)입니다. 여름의 정견 정사유를 통한 바른 지혜(四德 네가지 지혜;대원경지,묘관찰지,성소작지,평등성지))로 선악판단을 올바르게 하여 바른 행동(正業)과 바른 생활(正命)을 해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을의 시작(始)은 立秋(곤괘坤卦, 8正道의 正思惟)이고 끝은(終) 立冬(건괘乾卦, 8정도의 正定)이고 가을의 한 가운데는 立秋(태괘兌卦, 8正道의 正語)입니다. 바른 말(正語)을 하려면 지혜로운 바른생각(正思惟)으로 흔들림 없이(正定) 바른 말(正語)을 해야겠습니다.

필자는 만추(晩秋)의 어느 날. 어렸을 적 내려다보곤 했던 고향 우물을 홀로 찾아가 가만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었습니다.’(윤동주 자화상,1939) 어지럽게 말하고 행동했던, 그래서 미웠던 사나이가 그리웠습니다.

수많은 봄,여름,가을,겨울을 지내고 다시 찾은 그 우물 속에는 여전히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었고, 서로 다르지만 그 속에서 같음을(生滅이 곧 寂滅) 보려고 애쓰는 한 사나이가 있었습니다.

독자 여러분! 금년 겨울에는, 다섯 가지 장애를 극복하시고(正念, 正定), 다르지만 같음을 바르게 보고(定見) 바르게 생각하시어(正思惟) 행복한 바른 삶(正語, 定業, 正命)을 위해 부지런히 정진하시기를(正精進)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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