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강진만에서 자란 전복 전국에 널리 알리고 싶어요”

국제 친환경 양식수산물 ASC 인증 취득 
97년 두만간 건너 탈북, 2000년 입국
결혼후 마량 정착, 전복양식장 운영

 

이 대표가 깨끗한 강진만 바다에서 자란 전복과 ASC 인증서를 선보이고 있다. ASC는 국제적으로 친환경양식수산물이라는 사실을 인증하는 증서다.
이 대표가 깨끗한 강진만 바다에서 자란 전복과 ASC 인증서를 선보이고 있다. ASC는 국제적으로 친환경양식수산물이라는 사실을 인증하는 증서다.

 

최근 관내 한 전복양식 어민이 친환경 양식수산물 국제인증인 ASC 인증을 취득해 눈길을 끌고 있다.

4년전 KBS1 휴먼다큐 프로그램인 ‘인간극장’에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은영수산(은영씨의 꽃피는 바다) 이은영(48) 대표가 바로 주인공이다.

이 대표는 황해도 사리원시에서 태어나고 어린시절을 보냈다. 아버지가 당에서 고위직으로 일하고 있었기에 풍족한 어린시절을 보냈고 18세가 되던해인 1990년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 군대에 입대하기도 했다.

군대에서 6년8개월가량 생활하면서 북한 사회의 실상을 깨닫게 됐고 회의감이 들었던 이 대표는 1997년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건너 탈북을 하게 됐다.

탈북이후 중국에서 약 3년정도 머무른뒤 한국으로 입국을 하게 됐고 지금까지 잘 적응해 살아가고 있다.

● 2009년 결혼과 동시 마량으로 귀어
이 대표가 처음 한국에서 정착한 곳은 경기도 성남이었다. 인근 식당에서 일했던 이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군인들을 대상으로 북한군의 실상을 전하는 강사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표 가족들이 양식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 대표 가족들이 양식장을 둘러보고 있다.

 

전국의 군부대를 돌아다니며 군장병들을 대상으로 북한군의 현 상황과 북한의 모습을 전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강사로 활동하면서 인생의 동반자인 현재 남편을 만나게 됐다.

자신을 담당했던 형사가 한 남자를 소개시켜주었는데 현재 남편인 김성호씨의 지인이었다. 이렇게 해서 김 씨와 만난 이 대표는 그의 성실하고 솔직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고 2009년 결혼을 하게 됐다.

결혼후 이 대표는 남편과 함께 마량으로 귀어해 살게 됐다. 처음 이 대표가 남편과 함께 시작한 일은 주꾸미 잡이였다. 때마침 그때가 주꾸미가 한참인 2~3월 무렵이었다.

이 대표는 남편과 함께 주꾸미 잡이에 나섰는데 첫 수확으로 165만원이라는 큰금액을 벌었다. 이때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면 그만큼 행복을 누릴 수 있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더 열심히 일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때 보통 주꾸미잡이 어민들은 새벽시간에 위판을 하고 오후 시간은 쉬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냥 오후시간을 허투루 보는 것이 너무 아까웠던 이 대표는 남편을 설득시켜 오후에도 주꾸미 잡이에 나섰고 새벽작업까지 더해져 다른 사람들보다 2~3배이상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주꾸미잡이는 5~6월이 한계였고 그 이후에는 잡을 수 없었다. 남편과 상의 끝에 7월부터 12월까지는 문어잡이에 나서기로 했다. 모아두었던 돈을 문어잡는 장비와 도구를 구입했다.
 

이 대표가 판매할 전복을 정리하고 있다.
이 대표가 판매할 전복을 정리하고 있다.

 

이렇게 문어잡이에 나섰고 6개월동안 약 1억원에 가까운 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그 이듬해부터는 주꾸미 단지를 3배이상 더 구입해 주꾸미 어획량을 늘렸다. 이렇게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한 끝에 이 대표는 1년만에 빚을 모두 청산할 수 있었다.

● 2번의 시련, 가족의 사랑으로 이겨내
고정수입이 필요했던 이 대표는 2011년 전복양식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100칸정도로 시작했다. 전복을 성실히 키워서 막 판매에 나설 무렵이었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 터졌다.

바로 사드배치가 이슈화되면서 중국 수출길이 막혔다. 여기에 또 2021년 7월초 이틀동안 467㎜의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전복양식장의 모든 전복이 폐사한 것이었다.

이때 입은 피해금액만 약 30억원정도였다. 그야말로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다. 힘들었지만 가족들을 바라보며 이겨낼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전복만 키워 유통업자에게 판매를 하는 것이 아닌 전복을 생산해서 유통단계를 생략하고 곧바로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직접 발로 뛰며 홍보하는 수밖에 없었다.

마량면에  찾아오는 관광버스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기사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전하고 관광객들에게 자신을 홍보했다. 이런 모습들이 입소문을 타고 번져가면서 방송매체에 알려지게 됐고 KBS 인기프로그램이었던 ‘인간극장’에도 출연하게 되면서 전국적으로 관심을 받게 됐다.

이 대표는 만족하지 않고 친환경양식수산물 국제인증인 ASC인증을 받게 됐다. ASC 인증은 해당 수산물이 어디서 태어났고 무엇을 먹고 자랐으며 주변 바닷물은 어떻고 어디로 팔려가서 누구의 식탁에 올랐는지 등 모든 유통과정을 추적하고 생산과정도 까다롭게 관리하기 때문에 통과하기 어렵다.

성실한 이 대표의 노력으로 강진에서 최초로 친환경 양식수산물 국제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대표는 “ASC 인증을 준비하면서 강진만의 바다가 그 어느 곳보다 깨끗하고 수산물이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강진만에서 키워낸 전복을 전국에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오기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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