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가 내려앉은 곳에 새로운 나무를 심었다

마을 주민 이철주씨가 지난해 말 심은 소나무를 자랑스러운듯 어루만지고 있다.
수분 과다섭취
지난해 초 고사
주민들 마을뒷산서
11월 소나무 간택

“소나무와 함께
마을도 번성하길”
주민들 정성기원


평사낙안(平沙落雁)이란 말이 있다. 모래펄에 날아와 앉은 기러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네이버 백과사전에는 평사낙안이 글씨나 문장이 매끈하게 잘된 것을 비유적으로 쓸 때 사용하기도 하고 아름다운 여인의 맵시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부연하고 있다.

평사낙안은 소나무의 모형을 설명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양날개를 펴며 땅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모습의 소나무를 가리킬 때 평사낙안이라고 설명한다. 소나무의 모형중에 최고로 치는 수형이다.

강진의 평사낙안형 소나무로는 성전면 금당마을의 소나무를 꼽는 사람들이 많았다. 
약 300년 정도의 나이를 자랑한 이 소나무는 양날개를 펴고 땅에 내려 앉은 듯한 모습이 장관이었다.

또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도 많았다. 마을주민들은 소나무에 매년 정월대보름이면 제를 올리며 예를 지켰다.

그러나 금당마을 소나무는 2003년부터 천천히 앓기 시작해 2011년 완전히 고사하고 말았다. 마을사람들은 그해 4월 제를 올리고 나서 나무를 베어냈다.

나무의 사망이유는 수분과다흡수였다. 300년을 멀쩡히 살았던 소나무가 경지정리등을 하며 지형이 바뀌면서 배수가 되지 않아 물에 담궈있다시피 했다.

수분을 과다흡수한 소나무에 깎지벌레가 떼거리로 달라붙어 여기거기를 뜯어먹었다. 마을주민들은 의사를 불러다 링거를 놓고 이런저런 조치를 취해 봤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주민들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대접을 받아 온 나무였습니다. 마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에서 늘 마을을 지켜보며 지켜주었지요. 그런데 마을이 쇠하면서 나무도 쇠하기 시작했어요”

마을주민 이철주(65)씨는 마을앞에 쓰러져 있는 소나무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그렇게 설명했다. 한때 금당마을의 가구는 130가구가 넘었다.

그러나 지금은 60여가구로 줄었다. 마을이 쇠한 과정은 소나무가 천천히 앓기 시작한 시기와 비슷했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의 수호신을 베어내는 날 아픈 가슴을 쓸어 내렸다.

소나무를 베어내고 마을 주민들은 수차례 회의를 했다. 새로운 소나무를 심자는 것이였다. 새 소나무를 심는 것은 마을의 새로운 번영을 만들어 보자는 주민들의 큰 희망이 담겨 있었다.

원칙을 세워 반드시 마을주변에서 자라는 나무를 옮겨 심기로 했다. 그래야 소나무의 핏줄을 이어갈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조경회사에 맡기면 편하게 할 수 있는 작업이었지만 마을 청년들이 마을산을 돌아다니며 좋은 나무를 찾고 또 찾았다.

마을청년들은 지난해 11월 마을 뒷산에서 모양 좋은 소나무를 찾아냈다. 스무살 정도의 육송이었다. 광주에 사는 산주는 나무를 기꺼이 희사하겠다고 나섰다.

나무를 심을 곳은 잘 돋우워서 물이 잘 빠지게 했다. 마을주민들은 정성스럽게 나무를 세우고 버팀목을 묶어 주었다. 나무는 마을을 굽어보며 지금 잘 자라고 있는 중이다.

이광식 금당마을 이장은 “나무를 올 봄에 옮겨 심을 까도 생각했지만 옛 베어낸 해에 대체목을 심자는 주민들의 소망에 따라 그렇게 했다”며 “마을 주민들이 나무도 잘 자라고 마을도 다시 번성하기를 기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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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등 수피.. .살아있다면 1억 넘을 것

지난해 4월 베어낸 300년 된 소나무는 아직도 위풍이 당당하다.
지난해 4월 베어낸 300년된 금당마을앞 소나무는 마을의 한 주민에게 인계돼 관리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외지사람이 죽은 나무를 사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마을의 수호신을 밖의 사람에 파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주민들은 판단했다.

죽어서 넘어졌지만 이 소나무는 지금도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수피가 여전히 살아있는 거북등 모양으로 나무를 휘감고 있고 이것들이 역동적으로 윗쪽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마치 꿈틀대는 용을 보는 듯 하다.

나무전문가들은 흔히 수형은 바꿔도 수피는 바꾸지 못한다는 말을 한다. 나무의 모양은 수년~수십년에 걸쳐 인위적으로 바꿀 수 있지만 나무의 껍질은 타고난 본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소나무의 경우 수피의 형태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결정된다. 지금의 금당마을앞 소나무가 살아있다면 1억원은 홋가할 것이라고 취재에 동행한 임업전문가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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