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자는 세상을 떠났지만 물건과 추억은 박물관에 남아

나는 와보랑께박물관을 운영하게 되면서 골동풍을 좋아하는 광주, 전남지역 사람들의 모임에도 가입해 활동하게 됐다. 그곳에는 박물관을 운영하는 사람들외에 일반인들도 많았다.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도 있고 농장을 운영하는 사람도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골동품들에 대한 정보 교류를 하곤 했다.

이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다. 이 곳에서 사람들과 서로 보유중인 물건을 교환하기도 했고 필요한 물품이 있을 때면 공동으로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구입하기도 했다.

와보랑께박물관을 운영하면서도 민속품을 기증받기도 했다. 함평에서 생활유물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는 박현순 관장이나 지금은 돌아가신 화순의 민속품전시관 이동근씨 등과도 정기적으로 교류를 하면서 서로의 골동품에 대한 정보를 나누며 친교활동을 했다.

교류를 하며 알게된 홍용관씨는 나에게 직접 그린 영랑 시인의 초상화를 선물하기도 했고 병영주민이었는데 아시나아항공사에 기장으로 근무했던 사람도 있었다. 이분은 병영이 고향으로 나와는 가끔 교류를 해왔던 사람이었다.

기장으로 일을 하다보니 전세계를 여행다닐 일이 많았고 한번은 네덜란드에 가서 내가 생각이 나서 구입했다고 이야기를 전하며 네덜란드에서 사온 나막신 여러 켤레를 기증했다. 이 나막신은 아직도 하멜과 연관시켜 박물관에서 전시중이다.

장흥댐으로 인해 수몰된 마을에 살았던 임종영이라는 사람은 나에게 하천 등에서 사용하던 양철로 만들어진 배를 기증하기도 했고 영암초등학교 배남주 전 교장은 고향이 군동이었다. 고향에 올때면 나를 찾아오기도 했던 인물이었는데 어머니가 살아생전에 사용하셨던 옷장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

옴천 영산마을에 살던 조경철이라는 사람은 오래된 여러 가지 농기구를 기증하기도 했으며 남성희씨는 오래된 카메라를 기부하기도 했다. 옴천출신으로 주장식이라는 사람도 부모님이 집에서 사용했던 오래된 생활용품 등도 기증하기도 했다.

와보랑께박물관을 운영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과 교류도 해오기도 했고 이들을 통해 다양한 기증품을 선물받기도 했다. 지금까지 박물관을 위해 물건을 기증해준 사람은 대략 150여명정도 된다.

최근 기증자에 대해 정리를 하다보니 벌써 150여명중 100여명정도가 아마 돌아가신 분들이셨다. 이분들이 박물관에 기증한 물건을 볼때마다 기증한 사람들의 얼굴과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아무쪼록 물건을 기증해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내가 박물관을 운영하면서 TV방송뿐만 아니라 라디오도 출연할 일이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목포MBC에서 진행하는 ‘즐거운 오후2시’라는 라디오 프로에 고정출연한 적이 있었다. 횟수로 약 4년이상 출연하며 1주일에 한번씩 생방송으로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던 기억이 난다. 

이 코너는 아나운서와 전화통화를 통해 5~10분정도 민속품중 한가지를 골라 해당 민속품에 얽힌 옛 이야기나 모습 등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프로 자체가 생방송이다보니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어느 날은 여행을 가는 길에 전화통화를 하게 돼서 버스 기사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고 밖에서 전화를 통해 인터뷰를 하기도 했고 들에서 일을 하다가 전화통화를 한 적도 있었다. 힘든 점도 많았지만 나에게는 재미있는 경험이었고 박물관도 도움이 됐다. <정리=오기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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