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읍 송현마을 동편, 보은산 기슭 속칭 범골이라는 곳에 구들장 채취장이 넓게 보존돼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기억 조차 가물가물한 구들장 채취장이 새삼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이것들이 그저 과거 못살던 시절 삶의 흔적 정도가 아니라 오늘날 새로운 문화재로서 가치가 인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성군 오봉산 구들장 채석장이 지난해 4월 국가등록문화재로 등재되고 올해는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사업까지 진행하고 있는게 대표적인 사례다.

또 보성에 이어 강진에 있는 또 하나의 구들장 채취장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겠지만 본란을 통해 자주 말하지만 문화유산 이라는 것 그 역사의 궤적과 지역의 특수성등에 따라 얼마든지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다. 우리가 송현마을 범골 구들장 채취장을 좀 더 관심있게 바라보아야 할 이유다.  
  
범골 구들장은 돌이 얇고, 매끄럽고, 단단하다고 한다. 말뚝을 박아 망치를 두드리면 두부가 잘리듯 돌이 떨어져 나왔다. 예전에는 모든 집이 온돌이었기 때문에 구들장이 필수 건축 자재였다.

송현마을 사람들이 이곳에서 구들장을 채취해 구르마에 실어 내다 팔았다. 범골방독은 해남, 완도까지 좋다는 소문이 나 장사꾼들이 많이 찾아 왔다. 70년대까지도 채취가 이뤄지다가 본격적으로 보일러가 보급되기 시작한 80년대부터는 돌을 채취하지 않게 됐다.

범골 구들장 채취장 일대에서는 커다란 바위에 날카로운 물건으로 돌을 때어낸 흔적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커다란 돌 근처에는 구들장용으로 채취했을 법한 평평하고 넓은 돌 파편들이 곳곳에 널려있다. 

오래전 송현마을 주민들은 농사일도 했지만 이 곳 채석장에서 돌을 채취하는 일을 했기 때문에 대부분 돌을 채취하는 채석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게와 날카로운 돌을 깰 때 쓰는 정 등 도구를 들고 이곳으로 올라왔다.

강진에도 이런 유사한 산림유산이 많다. 일제강점기부터 유리원료인 규사를 채취한 장소가 도암에 있다. 자연을 파괴한 의미가 없지 않지만, 시대적인 문화로서 평가받을 수 있는 강진의 유산이다.

비단 산림뿐 아니라 농업과 해양 수산 분야도 마찬가지다. 역사적 유물이 다양한 각도에서 재조명돼 그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다. 그런 일은 수십억대의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다. 강진군이 이런분야에 관심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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