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국/ 전 순천향대 교수 (작천 이마마을 출신)

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독서와 명상하기에 좋은 가을이 왔습니다. 필자는 최근에 호주에서 활동 중인 곽진호씨가 저술한 ‘그리스도인의 몸 기도(2018, 홍성사)’를 읽었습니다.

그는 한.중 .일 三國의 무술 연구를 바탕으로 몸과 마음과 영의 회복을 위하여 호흡 명상의 아홉 가지 자세를 주기도문(마태복음 6장 9~13절)과 성령의 이홉 가지 열매(갈라디아서 5장 22~23절)를 연계하여 천조(기독교적 호흡 명상)를 창안하였습니다.

아홉가지 자세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사랑의 자세) 2.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소서(희락의 자세) 3.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화평의 자세) 4.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인내의 자세) 5.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소서(자비의 자세) 6.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용서하여 주소서(양선의 자세) 7.우리를 시험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충성의 자세) 8.악에서 구하소서(온유의 자세) 9.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아버지의 것입니다(절제의 자세)

주기도문과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를 연계한 내용을 유기적으로 이해하기 위하여 필자는 산상수훈 중 팔복(마태복음 5장 3~10절)의 순서에 따라서 다음과 같이 묵상해 보았습니다.

1.심령이 가난한 자는(the poor in spirit)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 심령을 영어 소문자 ‘s’로 사용함으로써 성령(Spirit)의 대문자 ‘S’와 구분하였음을 주목하여야 합니다. 즉 심령이 가난한 자는 성령이 충만한 자(the rich in Spirit)이며, 천국이 그들의 것입니다.

그 천국은 사랑과 희락과 화평의 나라입니다. 예수님이 공생애 시작 전에 요한으로부터 세례 받을 때(누가복음 3장 21~22절) 하늘이 열리며, 성령이 강림하시고, 하늘로부터 소리가 나기를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 여기에서도 사랑과 희락이 있으며, 이름을 거룩하게 한다는 것은 하나님 이름을 부름으로써 하나님과의 관계가 맺어지고 (김춘수 시인의 ‘꽃’에서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의미 있는 눈짓 되듯이) 기쁨이 됩니다.

그냥 부르는 이름은 노자의 도덕경 첫 머리에 언급된 곧 소멸될 의미 없는 이름(名可名 非常名)이지만, 거룩한 이름은 영원히 존재하는 이름(常名)이 됩니다.

2.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 아버지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려면 많은 고통이 있을 것이나 끊임없이 인내하면 하늘의 위로가 있을 것입니다.

3.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 매일 하나님의 자비로 영적 육적 양식(spiritual and edible food & drink)을 공급 받음으로써 하나님께 나에게 이웃에게 온유한 사람으로 변화되어 이 세상에서의 기업(땅)을 잘 경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4.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배부를 것임이요 5.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이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 - 예수님의 대속의 은혜로 우리가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와(정의롭고) 긍휼히 여기는 자(사랑 넘치는 자)가 되어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진심으로 용서할 수 있으므로 우리 죄가 용서 되며 이것이 양선(goodness)입니다.

6.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 마음이 청결한 자는 하나님 말씀이 들려서 경청하고 동행하여 하나님께 충성할 수 있으며 세상의 시험과 유혹에 빠지지 않을 것입니다.

7.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 모든 일에 화평하게 하는 자(peacemakers)는 예수님처럼 온유한 자가 되어 악에서 자유로운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자격을 갖추게 됩니다.

8.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 - 첫 번째 복인 심령이 가난하여 성령 충만한 자는 고통 받을 때 위로 받고, 온유한 자되어 땅을 기업으로 받고, 의로 배부르고, 긍휼히 여김을 받고, 청결한 마음이 되어 하나님을 보고, 하나님의 자녀라 일컬음을 받아 천국이 그들의 것이고, 이 세상에서 의를 실현하는 삶(하나님 나라의 지경을 넓히는 삶)을 영위하는데 뒤따르는 박해로부터 자유자재(自在,절제 self-control)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즉 이 세상이 천국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은 나라와(色 自在) 권능과(心 自在) 하나님의 영광(業 自在=오욕 칠정의 탐 진 치로부터 자유로워짐)이 영원히 發現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주기도문은 무엇을 믿고(사도행전;성부,성자,성령을 믿음), 또 어떻게 살 것인가(십계명의 眞意대로 살아서 하나님 나라의 지경을 확장하는 삶)를 요약한 예수님의 귀중한 가르침입니다.

주기도문의 도입부에 믿음의 대상으로 세 가지, 즉 하늘에 계신 아버지(존재의 성부 하나님, AM), 우리 아버지(너와 나를 창조하신 성령 하나님, I AM),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는 분(천지 만물을 관리하시는 성자 하나님)을 의지하도록 기도하고(십계명 중 1~4 계명의 하나님 사랑), 주기도문의 후반부에, 삶의 방향으로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하는 내용(십계명 중 5~10 계명의 이웃 사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름다운 결실의 계절에 오욕 칠정으로 얼룩진 치열한 경쟁의 ‘사다리 오르기의 삶(自利害他의 삶)’을 지양(止揚)하고 우리 모두가 같이 할수록 더욱 풍성하고 행복한 ‘강강 수월래의 삶(自利利他의 삶)’을 영위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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