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에 속삭이는 햇살 같이 송현마을 추억 가득한 골목길 같이

골목골목에 남아 있는 옛스러운 돌담
마을에 돌이 많아 돌담을 쌓았다
마을 주민들 복원추진 큰 관광자원 될 듯

 

마을 안쪽 골목길에 옛 돌담이 많이 남아 있다.
마을 안쪽 골목길에 옛 돌담이 많이 남아 있다.

 

송현마을에는 돌담이 많다. 원래 송현마을은 돌이 많은 곳이었다. 주변에 바위산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땅을 파기만 하면 돌이 나온다’ 할 정도로 돌이 많았다.

그래서 오래전 마을에 주택을 짓는다거나 밭을 일구면 돌을 치우는 일이 가장 큰 일중의 하나였다.

마을에 돌이 많아서 물이 고이지 않은 것도 특징이었다. 그래서 마을 주변 논밭은 가뭄을 유달리 많이 탔고, 반대로 적당히 비만 와주면 물빠짐이 좋아서 작물이 아주 잘 되는 잇점도 있었다.

이렇게 마을안팎으로 돌이 많이 나오자 마을 담장을 쌓는 재료로 돌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돌담이 올라갔고, 돌담이 돌담으로 이어졌다. 7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마을이 온통 돌담으로 둘러 쌓여 있었다.
 

돌담에 담쟁이가 무성하다.
돌담에 담쟁이가 무성하다.

 

또 집을 지을 때도 돌로 벽을 쌓아서 초가를 올렸다. 집도 돌담으로, 담장도 돌담으로 조화를 이루었다.

돌과 흙이 배합된 돌담은 비가 오면 장관이다. 비가 내리면 담장의 흙이 붉게 변하면서 온 마을을 황토를 바른 듯 붉게 했다. 흙 사이의 돌들은 물을 머금고 반짝 거렸다. 

그렇게 좋던 돌담들이 70년대 들어 새마을운동을 벌이면서 많이 사라졌다. 돌담 대신 시멘트 벽돌이 담장을 대신했다.
 

돌담이 아기자기하게 보인다.
돌담이 아기자기하게 보인다.

 

새마을운동 이후 마을 담장이 상당 부분 시멘트 벽돌로 바뀌었으나 아직도 곳곳에 돌담이 많이 남아 있어 옛 정취를 전해주고 있다.

마을 회관을 중심으로 골목 이곳 저곳에 돌담이 형태를 유지하고 있고, 북쪽 골목에도 돌담의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송현마을 주민들은 얼마 후 이 돌담들을 복원해 나갈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주관하는 ‘2024년 농어촌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공모에 최종선정되어 2027년도까지 4년에 걸쳐 주거환경 개선사업과 주민 맞춤형 복지사업을 추진하는데 이 사업중에 마을 담장 복원사업이 포함돼 있다. 마을 담장이 복원되면 송현마을의 큰 관광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겨울철 눈쌓인 돌담의 모습이다.
겨울철 눈쌓인 돌담의 모습이다.

 

강진에는 담장이 유명한 곳이 두 곳 있다. 우선 병영 한골목이 있다. 병영의 한골목은 폭 4m, 길이가 1.3㎞나 된다. 샛골목 수 십개가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담장의 높이는 2m가 넘는 곳이 많다. 

한골목의 담이 높은 것은 병영성의 군관들이 말을 타고 순시할 때 담장이 낮으면 말 위에서 집안이 훤히 들여다 보일 것을 염려해 높이 쌓았다는 설이 있다. 담은 모양이 특이하다. 길쭉한 돌을 45도 각도로 좌로 기울어지게 쌓고 흙반죽으로 덮은 후 이번엔 반대방향으로 돌을 쌓는다.

이러한 방식은 병영면 일대 밖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그래서 하멜담장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1653년부터 7년간 하멜을 포함한 33명의 네덜란드인이 억류생활중 노역을 했는데 그때 쌓은 네덜란드식 담장이라는 것이다.

흰눈이 쌓이면 돌담과 아름다운 대조를 이룬다.
흰눈이 쌓이면 돌담과 아름다운 대조를 이룬다.

 

강진읍 월남마을도 돌담에 눈길이 간다. 월남마을 돌담들은 흙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특징이 있다. 마을입구에서부터 왠만한 축대는 돌담으로 쌓았던 흔적이 많고, 조금 마을 깊숙이 들어가면 굽이굽이 돌담으로 이뤄진 골목길이 이어진다.

월남마을에는 작은 돌이 많은 곳이였다고 한다. 집을 짓거나 밭을 만들기 위해 땅을 고르면 돌이 수두룩하게 나왔다. 깊이 파도 돌이 많이 나왔다. 그 돌을 주변에 모아 두었다가 담을 쌓았다. 아마도 월남마을이 서기산 계곡 끝자락에 위치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와로 장식한 돌담이다.
기와로 장식한 돌담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산에서 계곡물을 따라 떠 내려온 퇴적물들이 이곳 월남마을 일대에서 쌓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 돌들이 하나하나 층을 이루었고, 이곳에 마을이 들어서면서 그것들이 건축자재로 사용됐던 것이다.

100년이 넘은 건축물인 월남마을 서산교회 건물도 외형을 보면 작은 돌멩이들과 시멘트를 반죽해 벽을 쌓은 것을 볼 수 있다.

월남마을 하천을 건너 마을 뒤편으로 조금 올라가면 집단으로 살아 있는 돌담을 만날 수 있다. 돌이 매끄럽고 흰색이여서 돌담이 아니라 그 자체가 예술작품이란 느낌을 갖게 한다./주희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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