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38년전인 1985년 10월 10일 오후 마량항. 딱 이맘때 쯤이다. 제주에서 오는 뗏목이 보이기 시작했고, 마량항에 대기중이던 20여척의 어선들이 일제히 뱃고동을 울리며 달려가 뗏목 주변을 애워쌌다.

어선에는 ‘환영 테우 물마루호’라는 깃발이 휘날렸다. 10월 4일 제주 화북항을 출발한 뗏목 물마루호가 엿세 동안의 항해 끝에 마량항에 도착하는 순간이었다. 

물마루호는 제주~마량간 고대 뱃길을 재현했다. 뗏목을 따라 온 모선에 각계 전문가 50여명이 탐사단을 꾸려 동행했다.

사공 9명이 조별로 3명씩 3개조로 나누어 2~3시간씩 번갈아 가면서 밤낮없이 노를 저었다. 추자도를 지나며 태풍을 만나 죽을 고비도 넘겼다. 82해리(152km)에 이르는 대장정이었다. 

마량항에 대기하고 있던 2천여명(당시 제주신문사 기록)의 주민들이 부두로 몰려나와 역사적인 탐사성공을 환호했다.

각 기관의 여직원 200여명이 한복차림으로 나와 ‘환영 고대 제주 해양뱃길 탐사’ ‘탐라와 탐진은 한 형제, 끊긴 우정 다시 잇자’ 는 프랑카드를 흔들었다.

여학생 300여명도 한복을 입고 환영식에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비가 내려 한복을 입지 못하고 손에 들고 있었다.

당시 서정환 강진군수를 비롯한 강진의 기관장들이 모두 나와 이들을 환영했다. 마량 영동마을의 농악대가 탐사 성공의 흥을 돋우웠고, 강진농고 악대는 미리 연습한 ‘제주도의 노래’를 힘차게 연주했다.

대대적인 시가지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이어 큰 환영행사가 열렸고 저녁에는 성대한 만찬도 진행됐다. 

환영식의 하이라이트는 마량에 사는 고씨와 양씨 주민 대표가 탐사단에게 선물을 전달한 것이었다. 고씨와 양씨는 제주도의 대표적인 성씨다.

당시 제주 탐사단은 제주도에 전해지고 있는 ‘마고할머니’ 이야기가 마량에도 있는 것을 확인하고 뛸 듯이 기뻐했다. 내용은 이렇다.

마고할머니가 제주를 떠나 마량 지방으로 유람을 나갔는데 남해를 지나 올 때는 바닷물이 할머니의 발목밖에 차지 않았으나 마량 앞바다에 오자 허리까지 물이 찼다는 내용이다.

이 단순한 이야기속에 강진과 제주의 끈끈한 교류 역사가 숨어있다. 제주와 강진의 역사를 따라가 보면 오늘날 두 지역이 함께 돈을 벌 수 있는 엄청난 자원이 있다.        <주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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