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세상 떠난 아들의 수집품 기증받다

박물관을 운영하면서 지금까지 잊을 수 없는 또 한명의 기증자가 있다. 와보랑께박물관에는 군인관련 용품 몇가지가 전시되어 있는데 이 물건을 기증해준 사람의 이야기다.

2017년 2월경이었다. 어느 날 지인들과 외출중이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의 내용은 아들이 모아온 수집품이 있는데 물건들을 박물관에 기증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기증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통화를 하고 바로 그 다음날 박물관으로 1톤 트럭 2대가 갑자기 나타났다. 물건을 어디에 둘까요를 묻는 사람들의 질문에 당황했다. 

바로 전날 통화했던 기증자가 물건을 보낸 것이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이 박물관으로 도착한 것이었다. 무려 1톤 차량으로 2대 분량이었으나 얼마나 많은 양이었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나는 창고 앞에 내려달라고 부탁하고 기증자와 통화를 했다. 너무 많은 양에 놀라서 부담스러운 마음에 기증자에게 너무 부담되는 물건이라며 거절 의사를 전하려 했으나 기증자는 자신의 사연을 들려주었다.

사연은 이랬다. 기증자는 해남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으로 TV를 통해 와보랑께박물관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증한 물건은 아들이 평생 수집해온 물건이었다. 기증자에게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그해 2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기증자는 전화건 당일날 아들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아들이 수집해온 물건을 정리하면서 처리를 고민하다가 TV에서 봤던 와보랑께박물관을 떠올렸고 나에게 전화를 해온 것이었다. 기증이유는 물건을 볼때마다 아들이 생각나서 마음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물건을 기증하려 한 것이었다.

사연을 들은 나는 차마 거절할 수 없어서 물건을 어떻게 정리할 지에 대해 고민했다. 물건은 종류가 다양했다. 주로 군인용품으로 각 계급별 군복과 군용 모자, 철모, 총기류도 있었다. 이 물건들은 드라마에 활용됐던 것들로 정교하게 제작된 것들이었다. 처음 총기를 봤을 때 나는 실제 총기로 착각해 깜짝 놀랄 정도였다.

나는 너무 많은 양의 기증품에 어찌해야할 지 고민하다가 일주일의 시간을 보냈다. 1주일후 마냥 이대로 둘수는 없다는 생각에 물건 정리를 시작했고 종류별로 분류를 하기 시작했다.

군복이 가장 많았는데 육군에서부터 공군, 해군과 각종 계급별로 옷이 다양했다. 일단 당장 전시를 할 수 있는 물건들 위주로 종류별로 하나씩 챙겨놓고 같은 종류의 남은 물건들은 창고에 보관하는 방식으로 정리했다. 이렇게 해서 박물관 한쪽에 기증받은 물건중 일부를 전시하기 시작했다.

나는 물건을 기증해준 사람의 집을 직접 찾아가 기증자에 대한 사연을 자세히 듣고 아들의 사진을 하나 달라고 요청해 박물관으로 가져와 기증자를 붙여놓았다. 그로부터 몇일 후 청년들이 단체로 박물관을 찾아왔다.

이들은 이 전시품을 살펴보다가 기증자 사진을 보고 깜짝 놀라며 나에게 말했다. 이들은 옴천에서 찾아온 청년들이었는데 기증자의 사진을 보고 자신의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로부터 몇일 후 기증자의 어머니가 박물관을 찾아왔다. 박물관을 찾아와 아들이 기증한 물건과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리곤 했는데 이렇게 두 차례정도 찾아왔다. 세 번째 방문하는 날 어머니는 아들의 사진을 다시 가져가고 싶다고 부탁을 하기도 했다. 이 전시품을 볼때마다 안타까운 기증자가 떠오르곤 한다.             <정리=오기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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