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국/ 전 순천향대 교수 (작천 이마마을 출신)

얼마 전 필자가 기고한 글(기업경영과 자기관리-마음가짐의 중요성)에서 언급한 구용(九容)과 구사(九思)에 대한 첨언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구용과 구사는 아홉 가지 모습(容;몸가짐)과 아홉 가지 생각(思;마음가짐)이라는 뜻으로 공자의 예기와 논어에 나오는 말이며, 그 당시 어린이들의 교과서인 소학과 이율곡 선생의 격몽요결에서도 언급된 용어입니다.

특히 이율곡 선생은 ‘자기의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수습하는 데는 구용보다 더 좋은 것이 없고, 학문을 진보시키고 지혜를 더하게 하는 데는 구사보다 더 소중한 것이 없다’고 했습니다.

구용구사는 젊은이들은 물론 노년에 접어든 사람들에게도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켜줄 수 있는 유익한 가르침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구용과 구사는 다음과 같이 이해되고 있습니다.

구용은 아홉 가지 몸가짐으로 ①족용중(足容重; 발은 무겁게) ②수용공(手容恭; 손은 공손하게) ③안용단(眼容端; 눈은 단정하게) ④구용지(口容止; 입은 다물고) ⑤성용정(聲容靜; 목소리는 조용하게) ⑥두용직(頭容直; 머리는 곧게) ⑦기용숙(氣容肅; 기운은 엄숙하게) ⑧입용덕(立容德; 서있는 모습은 덕있게) ⑨색용장(色容將; 얼굴빛은 씩씩하게)이고, 구사는 아홉 가지 마음가짐으로 ①시사명(視思明; 볼 때는 눈 밝게) ②청사총(聽思聰; 들을 때는 귀 밝게) ③색사온(色思溫; 얼굴빛은 온화하게) ④모사공(貌思恭; 몸은 공손하게) ⑤언사충(言思忠; 말은 충성되게) ⑥사사경(事思敬; 일할 때는 공경함을 생각) ⑦의사문(疑思問; 의심 나면 묻고) ⑧분사난(忿思亂; 화내면 뒤에 어려움응 생각) ⑨견득사의(見得思義; 이득 보면 의를 생각함)입니다.

필자는 구용의 배치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의 순서로 재조정하고 호흡(날숨과 들숨)이 원활하게 되도록 하는 바른 몸의 자세(몸의 이완弛緩)로 이해하였습니다. 

①두용직-머리는 하늘을 향하여 바르게 ②안용단-감은 눈은 안으로 깊숙이 당겨 상단전을 향하고 ③구용지-입은 가볍게 다물되 입 꼬리가 위로 향하고 ④성용정-숨소리는 조용하게 ⑤수용공-어깨 힘을 빼고 손은 공손히 모으고 ⑥족용중-발의 용천혈과 배꼽 밑 하단전에 중심을 두고 ⑦입용덕-하단전, 중단전, 상단전이 일자로 되게 하되 힘을 빼고 덕스럽게 ⑧기용숙-기의 축적 양에 따라 정확하게 소주천과 대주천의 순환이 되게 하고 ⑨색용장-화엄 장엄한 빛이 發하게 하고:發光,圓光,光化普照,大光明 으로 조명해봅니다.

구사는 마음의 이완(弛緩)을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으로 이해하고, 세 가지 범주Ⓐ Ⓑ Ⓒ로 나누었으며 그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유교의 Ⓐ居敬 Ⓑ窮理 Ⓒ力行, 불교의 삼학과 팔정도:Ⓐ-定(정념 정정 정정진) Ⓑ-慧(정견 정사유) Ⓒ-戒(정어 정업 정명), 원불교의 Ⓐ견성 Ⓑ양성 Ⓒ솔성, 기독교의 Ⓐ칭의 Ⓑ성화 Ⓒ영화입니다.

구사 중 첫 번째 범주(Ⓐ범주)에 ①모사공(貌思恭)을 선택하였습니다. 모사공은 모습이 恭함을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희노애락이 아직 작동 않을 때는(미발未發)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려야 한다는 의미(이퇴계, 미발-存養) 입니다.

두 번째 범주(Ⓑ범주)에 속하는 것은 구사 중 다섯 개로, ②사사경(事思敬)은 희노애락이 이미 작동 할 때는(이발已發) 깨어서 관찰(성찰惺察)함이고(이퇴계, 이발-성찰) ③분사난(忿思難)은 화가 날 때(오욕 칠정이 發 할 때)는 뒤에 어려움을 생각하고, ④의사문(疑思問)은 의심나면 묻고, ⑤시사명(視思明)은 눈을 밝게 보고, ⑥청사총(聽思聰)은 귀를 밝게 들을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범주(Ⓒ범주)에 속하는 것은 구사 중 나머지 세 개로, ⑦언사충(言思忠)은 말은 충성되게, ⑧색사온(色思溫)은 얼굴빛은 따뜻하게(사랑), ⑨견득사의(見得思義)는 이득을 보면 의를 생각함(정의)입니다.

구사를 세 개의 범주기준에 입각하여 생각하면, 그 의미가 더욱 깊고 새로움이 더함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서 마음수련 하는데 최우선으로 해야 할 것으로 필자는 구사 중 모사공을 첫 번째로 배열했는데, 그 의미를 첫 번째 범주 Ⓐ의 기준에 따라 해석해 봅니다.

 모든 마음수련의 시작은 자기중심의 생각을 내려놓고(下心) 절대자와의 만남(하나님 중심)이 중요합니다. 그것을 위해 이퇴계 선생은 공경(恭敬)한 모습을 통한 존양(存養:자신의 內的 존재와 만나고 그것을 양성 하는 것)을 강조 하셨는데, 그것이 바로 모사공(慕思恭)입니다.

존양을 위한 구체적 방법은, 유교 大學경전에서 언급한 여섯 가지 일(六事)중에서 네 가지 일 즉 止(無知,모름) 定(無慾,흔들림 즉 산란 없음) 靜(혼침 없는 고요하고 自明함) 安(便安하고 平安함, 샤롬)입니다.

이 자리는 불교의 見性의 자리이고 탐진치(貪瞋痴)가 없는 계정혜(戒定慧)의 자리이며, 기독교의 믿음을 통한 칭의(이신칭의以信稱義)의 하나님 사랑(敬天) 자리입니다. 이 자리로부터 기인한 무분별지(大圓鏡智)를 기초로, Ⓑ와Ⓒ 범주로 분류되는 것들을 분석, 이해하여야만 올바른 접근방법임을 명심해야겠습니다. 

대학의 六思중 나머지 두 가지는 려(慮)와 득(得)인데, 심사숙고 하여(慮) Ⓑ범주에 속하는 구사의 다섯 가지인  사사경 분사난 의사문 시사명 청사총하여, Ⓒ범주인 나머지 세 개의 구사인 언사충 색사온 및 견득사의 하는 지혜를 得(後得智)하는 것이 요체입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구용구사를 통한 몸과 마음의 이완(弛緩)과 호흡 명상 수련으로, 한가위 달처럼 풍성하고 원만한 삶을 영위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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