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폐합된 도룡분교서 학교서 오래된 학습도구들 수집

와보랑께박물관 2층으로 올라서면 전시장 바로 왼쪽 벽면에는 오래된 사진이 하나 걸려있다. 3장의 사진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형태인데 이 사진이 바로 지난호에 설명했던 김흥연 선생이 촬영해 나에게 선물했던 사진이다. 

김흥연 선생님은 같은 병영면에 살고 있었기에 자주 왕래하면서 친분을 쌓았던 분이셨다. 내가 와보랑께박물관을 운영하게 되면서 선생님은 나에게 예전에 사용했던 농기구중에서 쓰지 않는 낡은 물건들을 나에게 가져다 주셨고 병영의 예전 사진자료들도 기증해주시기도 하셨다. 

박물관 2층에 걸려있는 1968년 병영면 시가지 사진은 귀중한 역사적 자료이다. 이 사진은 선생님이 당시 꽃밭등이라는 곳에 올라가서 직접 촬영하셨던 사진이다. 이때만 하더라도 파노라마 기능이 없었기에 사진 여러컷을 촬영해 이를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병영면 시가지 전체를 사진에 담아냈다.

수년간 보관해온 귀중한 사진은 선생님은 직접 장흥에서 3장을 인쇄했고 한 장은 자신의 집에서 보관, 나머지 1장은 병영양로당, 마지막 1장은 바로 우리 박물관에 기증해준 것이었다. 지금은 꽃밭등이라는 곳에 올라도 사진속 장면처럼 촬영할 수 없다.

나무와 숲이 우거졌기 때문에 병영면 시가지가 보이지 않는다. 이 사진은 그야말로 60년대 병영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좋은 자료다. 사진을 살펴보면 병영성은 보이지 않고 병영성내부에 병영초등학교와 모습이 보인다.

김흥연 선생님처럼 병영면 주민들은 나에게 여러 가지 귀한 자료와 수집품들을 기부해주었고 이는 박물관을 운영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교직생활을 했던 한 분도 나에게 의미있는 물건을 기증해주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분은 교직생활을 하셨던 분이셨다. 그분이 나에게 전달해준 것은 교과서였는데 아주 오래된 해방전후 무렵 학교에서 사용했던 교과서였다.

지금은 구하려고 해도 구하기 어려운 상당히 귀한 자료였다. 이분은 낡은 교과서들을 상자에 보관해두었다가 나에게 그대로 전달해주셨다. 

이 자료가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이유는 이 책중에서 한지로 만들어진 오래된 책들도 있었는데 이 책들은 국사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었다. 어느날은 나에게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연락이 왔다. 오래된 서적을 살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박물관을 찾아와 이 책들을 조심스럽게 촬영했고 이 내용들은 디지털화시켜서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후에 들은 이야기인데 이 책들은 국사 교과서를 편찬하는데 자료로 활용했다고 한다. 이 교과서들은 박물관 2층 한쪽에 잘 보관되어 있다.

또 한번은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에서 여러 가지 물건들을 수집해오기도 했다. 내가 어린시절 다녔던 병영동국민학교였다. 도룡마을 근처에 있었는데 학생수가 점차 줄어들면서 후에 도룡분교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결국 학생이 없어 1995년은 병영초등학교와 통폐합되면서 도룡분교는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학교가 통폐합되면서 학교에서 사용했던 일부 낡은 기자재들은 폐기처분을 하고 있었다. 운동장 한쪽에 물건들을 쌓아놓고 불을 지르려하는 순간이었다.

이때 나는 이 모습을 지켜보고 교육청의 허락을 받아 폐기될 교육기자재 일부를 박물관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이중에는 오래된 교과서에서부터 알콜램프와 프리즘 등 실험도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담겨있었다.   <정리=오기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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