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영화 ‘밀수’에 나오는 명장면중의 하나는 여수 행정구역에 있는 섬 백도다. 수면으로 솟구친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절벽이 영화에 여러 차례 등장한다. 그 아래에서 밀수가 이뤄진다. 덕분에 요즘 백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백도는 한국의 10대 비경중 하나다. 백도에 가려면 우선 여수나 고흥에서 거문도로 여객선을 타고 들어 간다. 그 다음 다시 유람선을 타고 동쪽으로 28㎞쯤 가야 당도한다. 

2014년 여름 거문도에서 강진 주민 일행과 백도행 유람선을 탔다. 유람선 선장의 이름이 황해연 선생이었다. 강진에서 왔다고 하니까 옛 친구들을 만난 것 처럼 반가워 했다. 황해연 선장은 여수사람이었지만 강진의 남포마을을 잘 알고 있었다.

젊었을 적에 남포를 수시로 드나들었다. 1960년대 이야기다. 어선에서 돈을 벌던 그 시절 거문도 일대에서 잡은 고기를 싣고 곧바로 남포로 직행 했다. 

남포에 오면 여러가지 물품이 넘쳐났다. 섬에는 귀한 쌀을 구할 수 있었고, 싱싱한 야채가 넘쳐났다.

굳이 강진장에 가지 않더라도 배를 정박하고 남포의 여러 술집에서 몇 날 방을 잡고 있으면 중간상인들이 바닷고기를 사주고, 배위에 쌀과 채소를 올려 주었다.

황해연 선장은 당시 남포마을에서 중간상인을 하던 주민들의 이름을 술술 외었다. 남포마을에만 술집이 다섯군데가 넘었다.

황해연 선장의 가장 선명한 기억은 강진의 한정식이다. 남포에 배를 대고 강진읍 중심가로 들어가면 섬에서는 구경할 수 없는 한정식 집이 많았다. 여수에도 그런 집이 귀한 시절이다. 거문도와 뱃길로 가장 가까운 고흥은 아예 한정식 문화가 없을 때다.

오랜만에 한정식집에 가면 상다리가 부러질듯한 상을 차려놓고 술을 마셨다. 그곳에 가면 사회적 직위의 높고 낮음은 아무도 구별하지 않았다. 선장들도, 선원들도 강진의 한정식 한상을 받으면 이 세상에서 부러울 것이 없다고 했다. 뱃사람들은 현금이 많아 강진읍 어느집을 가나 귀빈대접이었다.

그때, 남포에가면 거문도에 가는 배만 있는게 아니였다. 추자도 배도 많았고, 일본을 오가는 상선도 있었다. 황해연 선장과의 만남은 그 후로 오랫동안 백도의 추억으로 남았다. 영화 ‘밀수’가 영화같은 옛 남포의 영화를 추억하게 한다.   <주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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