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농업분야의 피해를 보전해주기 위해 출범했던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유명무실하다.

2015년 한·중 FTA 비준으로 논란이 일 당시 무역이득공유제를 도입하라는 농업계의 요구에 재계는 ‘무역 이익·피해 산정 곤란’을 이유로 제도화를 반대하는 대신 자발적 기금 조성을 들고 나왔고, 그 안에 여·야·정이 합의하면서 만들어졌다.

개요는 재계·공기업 등이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1조원을 모아 농어촌 교육·장학 사업, 복지 증진 사업, 지역 개발 등에 쓰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출연액은 354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00억원이나 감소했다. 한국전력공사와 발전 5개사 등 공기업이 출연을 축소한 탓이다.

한전은 2021년 50억원에서 지난해 한푼도 내지 않았고, 발전사들도 25억원씩 내던 것을 15억원으로 줄였다.

공기업의 출연 축소는 현 정부 긴축재정 기조의 연장선상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한전과 발전 5개사 등 14개 기관을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하고 5개년에 걸친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을 내놨는데, 그 안에 ‘출연금 축소’가 포함된 것이다.

사실 공기업은 억지 춘향으로 팔을 비틀린 면이 없지 않다. FTA의 수혜자는 수출로 이득을 보는 민간기업들이지 한전 등 공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발적 기부라는 약속 불이행이 종국엔 공기업의 출연 축소로까지 이어졌기에 기금을 속 빈 강정으로 만든 재계가 지탄받아 마땅한 이유다.

2017년 이후 올해 5월까지의 기금 출연 현황을 보면 목표액(2023년까지 7000억원) 대비 29.5%밖에 걷히지 않았으며 이 중 민간기업 출연은 37%가 고작이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농업계를 백척간두로 떠미는 굵직한 FTA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는 서둘러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제자리를 찾도록 해야 할 것이다. ‘상생’을 계속 외면한다면 농민들은 다시 무역이득공유제 도입을 부르짖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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