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은 평생을 수장고에서 보낸다, 철문 3개 지나야 '만남'


천년전 도공의 숨결이
저장되어 있는 ‘金庫’
솜포에 싸여 귀한대접
완형품 200여점 순환전시


청자박물관 현관을 들어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그 유명한 10억원짜리 청자유병 전시실이 있고 왼쪽으로 조금은 어두컴컴한 통로가 있다.

이곳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 끝에 다시 왼쪽으로 문이 있고, 이 문을 거치면 조금은 넓은 공간으로 들어간다. 청자박물관 수장고다.

곳곳에 솜뭉치와 유물을 넣는 플래스틱 케이스가 있는 것으로 봐서 이곳이 유물을 보관하는 곳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그러나 이곳이 수장고의 메인장소는 아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벽쪽으로 은행의 현금보관소에서나 볼 수 있는 거대한 금고문 같은 것이 보인다. 김행주 학예사가 묵직한 문을 열었다. 안쪽에는 두부상자같은 노란 케이스가 층층히 쌓여 있는게 보인다.

유물파편들이다. ‘두부상자’에는 K-46, 수동- 38과 같은 기호가 적혀 있다. 유물이 나온 장소와 지점을 의미한다고 한다. 다시말해 K-46은 계율리 46지점에서 나온 것이고, 수동-38은 수동마을 38지점에서 수집한 파편이다. 청자박물관 수장고에는 이러한 파편이 30만점이 된다.

김행주 학예사가 청자파편이 보관돼있는 유물보관소를 설명하고 있다.
이런 파편들은 청자를 연구하는데 사용되기도 하지만, 청자를 감정할 할 때 유용하게 활용되기도 한다. 예를들면 청자가 가짜 시비에 휘말리면 이곳의 파편에 있는 문양과 시비에 휘말린 청자의 문양을 맞춰봐서 진품여부가 가려지기도 한다.

청자수장고에는 파편말고 완형품은 없는 것일까. 파편이 보관된 곳도 메인홀은 아니였다. 남쪽으로 철문이 하나 더 있었는데 두꺼운 열쇠를 따고 그 안으로 김행주 학예사를 따라 들어갔다.

바깥이 여관이라면 이곳은 호텔이였다. 층층히 마련된 전시대위에 투명한 유물보관함이 가지런히 올려져 있었다. 자동 온도습도 조절기가 있고, 한쪽으로는 봉인된 금고도 보였다. 솜포라는 푹신한 포장지가 유물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감싸고 있었다.

청자박물관에는 180여점의 완성품 청자가 있다. 이를 돈으로 따지면 50억원이 넘는다. 이 유물들은 보통 6개월 단위로 돌아가면서 전시를 한다. 그것도 이유가 있다.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유물을 구경시켜 주기위한 이유도 있지만, 유물이 빛에 노출되는 시간, 공기를 닿는 부위, 소음과 진동 시간등을 최소한의 범위내에서 공평하게 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특정유물이 특정 부위를 빛이나 공기, 진동등에 노출되는 환경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물관에서 수장고는 중요한 위상을 상징한다. 그쪽 세계에서 하는 말 중에 ‘유물은 평생을 수장고에서 보낸다’라는 격언이 있다. 전문가들은 전시실 보다 유물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수장고를 더 높게 치는 것이다. 수장고는 그만큼 중요한 시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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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문화재전문가들이 부러워하는
우리나라 오동나무

오동나무는 예부터 최고의 나무로 사용됐다. 시집갈 딸의 장롱을 만드는 재료는 오동나무가 최고 였고, 죽은 사람의 관도 오동나무가 가장 좋은 것으로 통한다. 청자를 보관하거나 포장할 때도 마찬가지다.

오동나무는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나무중에 유일하게 중성을 유지하는 목재라고  한다. 유물을 보관하는 재료는 유물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중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이 때문에 외국의 문화재 전문가들은 오동나무가 많이 나는 우리나라 풍토를 대단히 부러워 한다고 한다.

청자박물관 김행주 학예연구사는 “박물관의 소장품을 잘 소장하는 것은 모든 유물보존과 전시의 기초가 되기 때문에 유물을 보존하고 다룰 때에는 아기를 다루듯, 왕을 대하듯 한다”며 “오동나무는 유물을 가장 잘 보관하는 재료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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