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송 윤영관/ 강진연묵회 회원

문화 관광 행정이 중요시 되는 요즘 시대 지방 자치단체나 관광지별로 ‘ㅇㅇ팔경’이니 ‘ㅇㅇ12경’이니 많기도 하다. 심지어 경남 김해시에도 우리 군과 같은 이름의 금릉팔경이 있다. 

필자는 강진군청 퇴직 후 문화원 문화학교 연묵회에서 한문 서예 공부를 하면서, 강진 금릉팔경을 써 보고자 자료를 수집하다 보니, 강진 출신 경회(景晦) 김영근(金永根, 1865~1934)선생의 칠언절구(七言絶句)로 된 금릉팔경이 자료마다 원문 한자가 다르고 해석도 제각각으로, 강진일보사 소장 자료 협조를 얻어 대조하였다.

이에 수집한 자료는 한국학문헌연구소에서 편집하고 2012년 3월 아세아문화사에서 발행한 ‘경회집’ (272p) 만보정팔영 원문은 그대로 옮겨왔다. 

만보정팔영의 해석은 1993년 3월 강진군이 발행하고 향토문화진흥원이 편집하여 전일실업 출판국이 인쇄한 ‘강진군정 50년사’(277-278p)와 1970년 6월 김점석 선생이 재판한 ‘강진명승고적‘과 1989년 강진군에서 발행한 ’자랑스러운 강진(219~222p)에도 팔경의 사진과 함께 시문과 해설 음운이 흥겹게 실렸으나, 시문 일부가 경회집과는 다르게 쓰인 채로 해석되어 있었다. 

부득이 한자 원문은 경회집 대로 하고, 해설은 2010년 2월 이백순 최한선 교수가 우리말로 번역하여 강진군이 발행하고 중앙인쇄가 인쇄한 ‘국역 경회집’(562 ~563p)이 이해가 쉽도록 각주를 달아놓아 그대로 인용하였다. 

晩保亭八詠(만보정팔영) 제목 중 유일하게 다섯 자로 된 金沙峯曉霧(금사봉효무)는 여타 자료와 같이 金沙曉霧(금사효무) 네 글자로 하고, 鶴峯斜照(학봉사조)는 여타 자료에는 瑞山落照(서산낙조)로도 되어 있으나, 작시 대상이 神鶴山(신학산)이므로 경회집에 실린 晩保亭八詠(만보정팔영)대로 기록한다. 

高庵暮鍾(고암모종), 金沙曉霧(금사효무), 錦江鳴灘(금강명탄), 九浦漁火(구포어화), 萬德晴嵐(만덕청람), 鶴峯斜照(학봉사조), 琶山霽月(파산제월), 竹島敀帆(죽도귀범)순으로 칠언절구 팔 수에 제목을 더해 256자로 정리하고 써보려 한다.

참고로, 만보정은 지금의 강진읍 동문길 강진미술관(옛 김충식 가의 정각)부지며, 강진군에서는 금릉 팔경과는 별도로, ‘강진8경’으로 만덕산 주작산 석문산 보은산 다산초당 백련사 금곡사 강진만을 선정하여 소개하고 있다.

다양한 자료를 통해 정리한 금릉팔경에 대해 아래와 같이 정리해봤다.

晩保亭八詠(만보정의 팔영)

高庵暮鐘(고성암의 저녁 종)
伽藍寄在最高峰(가람기재최고봉) 가람이 높은 봉우리에 붙어있어
每向人間送暮鐘(매향인간송모종) 매양 인간을 향해 저녁 종소리를 보낸다.
野外無人群動息(야외무인군동식) 들 밖에 사람은 없고 여러 동물이 쉬니
機心不許此時容(기심불허차시용) 잔꾀가 이때에는 용납되지 않는다.

金沙曉霧(금사효무-금사봉의 새벽 안개)
龍翔鳳舞水南涯(용상봉무수남애)용이 날고 봉이 춤추는 남쪽 물가에 
四海腥塵不敢加(사해성진불감가)사해의 비린 먼지가 감히 더해지지 못한다
曉起喜看眞面目(효기희간진면목)새벽에 일어나 진면목을 보니 
金精吐霧是金沙(금정토무시금사)금정이 안개를 토하니 바로 금사로다.

錦江鳴灘(금강명탄-금강의 우는 여울)
月白風淸夜已闌(월백풍청야이난)달이 희고 바람 시원해 밤은 깊은데
錦江盡意送鳴灘(금강진의송명탄)금강에서 여울 소리를 잔뜩 보내온다
怒濤噴薄緣何事(노도분박연하사)성난 물결 뿜어 치니 무슨 까닭일까
龍血玄黃落日寒(용혈현황낙일한)용의 피가 검고 노란데 지는 해는 차갑다.

九浦漁火(구포어화-구포의 어화)
九浦潮生日初暗(구포조생일초암)구강포에 조수 생기고 날이 어두워지니
灯籠四面列星如(정롱사면열성여)사방의 등불이 별들과 같다
休言鬼魅騰光恠(휴언귀매등광괴)도깨비의 불빛이 괴이하다 하지 말라
認是漁人夜更漁(인시어인야갱어)이는 어부가 밤에도 고기를 잡는 것이다.

萬德晴嵐(만덕청람-만덕의 갠 노을)
芙蓉玉立雨新晴(부용옥립우신청)부용이 옥처럼 섰고 비가 막 갰는데
誰遣靑嵐繞故城(수견청람요고성)누가 갠 날 노을을 보내 옛 성을 둘렀나
王子一歸無處問(왕자일귀무처문)왕자가 한번 가고 물을 데 없으니
鳳笙縹緲尙留情(봉생표묘상류정)봉피리 소리 아득히 들려 아직도 옛 정이 남았네.

鶴峯斜照(학봉사조-학봉의 저녁 볕)
靑楓江上集群鴉(청풍강상집군아)청풍강 위에 뭇 까마귀 모이고
神鶴山頭日已斜(신학산두일이사)신학산 꼭대기에 해가 기울었다
最愛夕陽無限好(최애석양무한호)가장 좋은 건 석양이 한없이 졸아
明光倒射萬人家(명광도사만인가)밝은 빛이 만인의 집을 비춰줌일세.

琶山霽月(파산제월-파산의 개인 달)
霽雲捧月湧琶山(제운봉월용파산)개인 날 구름이 달을 받들어 파산에 솟아오르니
天上分明太古顔(천상분명태고안)하늘이 분명 태고의 얼굴이다
待到人心無點滓(대도인심무점재)사람 마음도 한 점의 찌꺼기가 없게 되면
浩然相對兩儀間(호연상대양의간)호연히 양의에서 서로 대하리라.

竹島敀帆(죽도귀범-죽도로 돌아가는 배)
竹林小島一拳微(죽림소도일권미)
죽림 작은 섬이 주먹만큼 작은데
兩兩三三白鳥飛(양양삼삼백조비)
두 마리 세 마리 백조가 짝지어 난다
最是箇中奇絶處(최시개중기절처)
그중에 가장 특이한 것은 
蕭蕭暮雨孤帆歸(소소모우고범귀)
부슬부슬 저녁 빗속에 외롭게 돌아온 돛대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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