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가장 어렵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논둑베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논농사는 거의 대부분 기계화가 됐다. 경운부터 로터리 작업, 이앙과 농약 뿌리기, 벼베기, 탈곡등이 모두 자동화로 이뤄진다.

비용이 문제지 농협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면 큰 힘들이지 않고 농사를 지을수 있는게 오늘의 농촌모습이다.

그러나 유일하게 수작업으로 남아 있는게 논둑베기다. 벼농사만 해도 3~4회를 해야 하는 논둑베기를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 예초기가 있지만 뙤약볕에서 해야하는 이 작업이 농민들에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대농이나 소농이나 부담은 마찬가지다.

작천면 2만평 정도의 벼농사를 짓는 한 주민의 사례를 보자. 비교적 대농이다. 이 주민은 논둑베는 시기가 되면 매일 새벽 5시면 논으로 나간다. 기온이 오르기 전에 논둑의 풀을 베기 위해서다.

이렇게 매일 새벽 5시부터 8시정도까지 약 3시간정도 오전에 논둑의 풀을 베는데 약 논 2~3단지 정도를 작업하고 있다. 한낮에는 잠시 휴식을 취하고 기온이 떨어지는 오후 5~6시가 되면 또 다시 논으로 나가 풀을 베는 강행군을 일주일째 계속하고 있다.

이렇게 하루동안 6시간정도 풀베기 작업을 하고 나면 녹초가 될 정도로 체력적 한계를 느끼고 있다. 논이 100마지기로 풀을 베어주어야 할 곳이 많다보니 사람을 써서 풀베기를 하려고 해봤으나 인건비부담 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다.

최근 풀베기를 위한 사람 1명을 하루 8시간정도 쓰는데 20만원정도 비용이 소요된다. 이렇게 2~3명정도가 팀을 이뤄 논둑 풀베기 작업을 하는데 하루 일당만 60만원을 줘야하는 셈이다.

이렇게 최소 4~5일은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 비용만 하더라도 300만원 가량이 들다보니 농가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아닐수 없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이 주민도 울며겨자먹기로 본인 스스로 모든 논둑의 풀을 직접 베고 있다. 이 보다 더 큰 규모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전문 풀베기 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1천평 이하나 2천평 내외의 농사를 하는 소농들이다. 소농들은 고령인 경우가 많다. 요즘에는 소농직불금을 받으려고 작게나마 농사를 짓는 노인들이 많다. 소농들은 마을의 젊은 청년들에게 부탁을 하고 있지만 무더위에 작업을 해야하고 젊은 농민들도 자신의 논도 해야할 범위가 넓다보니 작업을 꺼려하고 있다.
 
사람을 사도 어정쩡한 경우가 많다. 1천평 정도의 농사를 짓는 경우 한 사람을 살 경우 인건비를 20만원을 줘야 하는데 작업량이 하루가 걸리지 않는다. 하루를 하지 않아도 하루 분량의 인건비를 지출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사례가 많다.        
  
그래서 무작정 논둑베기에 대해서 보조금을 지급하자는 것이 아니라, 농사는 짓고 싶지만 논둑베기가 정말 어려운 농민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찾아 보자는 것이다. 농협이 병해충 방제작업 사업을 하듯 논둑베기사업을 하는 것을 적극 검토했으면 한다.

자체 인력은행을 운영해서 신청 농민들에게 신청한 만큼의 논둑베기를 해주고 그에 해당하는 비용을 받으면 어떨까 한다. 그러면 고령의 농민들이 최소한 사람 구하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수고를 덜 수 있고, 자기가 가진 논의 규모 만큼 비용을 지출하는 구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인력 풀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자치단체가 농협을 지원해야 할 일이 있다면 당연히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논둑베기가 더 이상 농민들의 숙명이 되어서도 안된다. 이렇게 큰 짐이 농민들의 어깨위에 메달려 있고, 이 문제만 풀리면 농민들의 부담이 확 줄어들 텐데 이에대해 농협이나 자치단체가 왜 이리 관심이 없는가. 농민들에게 지원한다는 수 많은 사업을 조금만 조정하고 확대하면 논둑베기 일 정도는 어려울 일이 아니다. 강진군과 각 농협이 대책을 세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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