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섭/ 농업기술센터 작물연구팀장

옛날에 두 아들을 둔 어머니가 살고 있었다. 큰아들은 우산을 팔고 작은아들은 짚신을 팔아 생계를 꾸렸다. 어머니는 비가 오는 날엔 작은아들의 짚신이 팔리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고, 해가 쨍쨍한 날엔 큰아들이 허탕을 치진 않을까 한숨을 쉬었다. 날씨가 좋아서, 날씨가 좋지 않아서 모든 날이 걱정의 연속이었다.

어려서 이 동화를 읽을 땐 ‘어머니는 걱정 마를 날이 없구나’ 생각하고 넘겼는데, 이제는 어머니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것도 같다. 농업인을 비롯해 모든 농업관련 종사자들이 이 어머니의 마음으로 하늘을 보고 있진 않을까.

비가 너무 안 오면 쩍쩍 갈라지는 논밭을 보고 한숨은 물론, 비가 쏟아지면 가뭄이 해소됐다는 기쁨도 잠시, 농업인은 햇빛이 부족해 생육이 저하될까, 습해서 병해충 피해가 늘어날까 잠을 이루지 못한다. 철저히 수요과 공급의 원칙을 기반으로 결정되는 농작물 가격에 소비자들의 마음도 기상재해가 잦을수록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다.

이미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는 기후위기로 식량 생산과 공급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기대보다는 걱정이 큰 미래, 이제 미래보다는 현실에 더 가까워진 기후변화에 대해 우리 농업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이미 현장에는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다양한 기후위기 대응 기술들이 적용되고 있다.

그 중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각종 기상정보를 바탕으로 농장 단위 상세 기상과 재해예측정보를 제공하는 ‘농장 맞춤형 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는데 전라남도는 이러한 시스템을 활용하여 “전라남도 농장맞춤형 기상·재해 정보 서비스”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현재 기상청의 동네예보, 중기예보 등 읍면규모(5㎞*5㎞)의 예측자료가 읍면내 모든 농장에 동일하게 제공이 되는 단점을 보완하여 실제 농장단위의 30m*30m의 상세 예보가 가능하여 재해관리의 패러다임을 사후관리(복구중심)에서 예측·예방 중심의 사전 위험관리로 전환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예측기술은 기온, 강수량 등 11종, 재해는 저온해, 고온해 등 15종 예측이 가능하며, 서비스 내용은 기상, 재해, 예측정보, 대응지침(사전, 즉시, 사후)등이다. 총 38개 작물을 대상으로 서비스가 되고 있으며 인터넷 홈페이지(https://www.jares.go.kr/agmet)를 통하여 어떤 농업인이든 쉽게 가입(농경지 지번 필요)을 하거나, 카카오톡 채널 추가(‘전라남도농장’ 검색 후 친구 등록)를 통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받아 볼 수 있다.

하지만 목전에 다가온 기후위기 앞에 가야 할 길은 멀다. 언제까지나 하늘을 보며 오늘은 짚신 파는 아들을, 내일은 우산 파는 아들을 걱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지금껏 자연을 이용하고 넘어서며 농업을 키워왔다.

지금의 철저한 준비와 투자가 앞으로의 우리 삶을 결정짓는다는 생각으로 기후위기 시대에도 흔들림 없는 농업을 위해 정부는 연구개발에 힘을 쏟아야 하며, 농업인들은 개발된 연구기술을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기후위기시대 앞에 선 농업, 피해는 줄이고 기후변화 적응을 앞당길 기술 개발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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