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영수/ 전라남도의회 운영위원장

제12대 전남도의회가 개원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의 성적표를 받아드니 고민이 깊어진다. ‘담론의 성찬’으로 끝나지 않는 내실 있는 정책의 구현을 위해 제대로 된 노력을 기울였는가.

갈등을 넘어서는 관용, 분열을 잠재우는 화합은 진정 가능한가. 앞으로 또 어떤 비전으로 상생의 묘수를 발휘해 나갈 것인가. 거듭되는 생각의 굴레를 훑어나가며 더 나은 의정은 무엇인지, 숙고의 시간을 갖는다.

돌이켜 보면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었고 미진한 부분도 있다. 전남권 의대 설립과 군공항 이전 문제 등 지역민의 의견을 수렴해 함께 해답을 찾아 나가야 할 과제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에 아쉬움을 느낀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밟아나간다는 마음으로 모두를 만족시킬 해법을 찾아가고자 다시 한번 의지를 다진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기울인 노력은 큰 보람으로 남는다. 농협과 수협 등 핵심 공공기관을 전남으로 이전하기 위해 수도권 공공기관 전남 이전 활동을 본격화했다. 도의회 차원에서도 공공기관 등의 유치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해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지원 근거 마련에 나선 바 있다.

농협과 수협 유치를 통해 농수산업의 연계 협력사업을 개발하고 전남을 농수산 생명 융복합 허브로 발전시키기 위한 초석을 다진 의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 걸음마 단계로, 발판 마련을 위한 세분화 된 계획수립이 필요하지만 젊은 세대를 아우르는 인구문제의 해결책으로 향후 기대효과가 크다.

낙후된 정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도 있었다. 인구 180만 명 붕괴 초읽기에 들어간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자 대안 마련에 고심했다. 답을 양육 환경 개선에서 찾고자 ‘전라남도 24시간 아이돌봄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제정했다.

조례안은 보호자가 부득이한 사유로 아이를 돌볼 수 없는 경우에 24시간 긴급‧일시 돌봄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아이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아이의 건강한 성장과 복지의 증진을 도모하자는 의도에서 추진됐다.

24시간 아이돌봄센터의 설치와 운영, 센터의 기능, 센터 이용 대상자, 운영의 위탁, 이용료 및 감면, 지도‧감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역 중심의 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대안이 되는 한편, 육아 부담을 경감시켜 거시적으로 저출산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리라는 예상이다.

전국 지방의회 최초로 ESG 실천 조례 제정에도 나섰다. ESG란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로 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사회적 책임을 평가하는 데 사용되는 3가지 주요 기준이다.

친환경, 탄소중립 등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더욱 높아지면서 사회적 가치와 책임을 실현하기 위한 행동양식이다. 1회용품 안쓰기, 탄소중립포인트제 가입과 청사 전체 소등의 날 운영, 복지기동대 활동, 전화친절도 향상 등 21가지 지표를 설정해 실천해 나갈 예정이다.

이 밖에도, 집중호우 피해 농가에 대한 대책 마련 촉구, 전남도청 산하 청소년미래재단에 마약 담당 상담사 배치, 도내 ‘작은 학교’를 대상으로 한 미래교육의 획기적인 방안 마련 등 다채로운 의안으로 지역민의 요구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의안 발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정책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다름 아닌 아름다운 경쟁이다. 이제 막 임기 1년을 마친 지금은, 서로를 독려하며 정당한 경쟁을 통해 상호 발전의 시너지 효과를 구축해나가야 할 때이다. 반복된 음해 여론과 갈등 구도 몰이는 주민들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

정치인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내실 있는 정책과 진정성임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반목을 조장하는 난타전이 아닌 상생과 화합으로 지역민의 삶 속에 스며드는 생활 정치를 펼쳐야 한다. 그것이 주민들로부터 부여받은 지위와 역할을 바로 세우는 온전한 책임감일 것이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작은 행보가 모여 큰 변화의 시작점을 만든다. 지난 1년의 노력이 새로운 변화의 물꼬를 트는 시작점이 되리라 믿는다. 내실 있는 정책과 아름다운 경쟁을 통해 각자의 영역에서 추구하는 바를 더 치열하고 성실하게 실현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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