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가 요즘 행복하다고 한다. 개교 120주년을 앞두고 기부금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익명의 기부자가 630억원을 기부해 고려대 관계자들의 입을 벌어지게 했다. 고려대측인 그 금액이 대학교 단일 기부금으로는 역대 최대규모라고 자랑했다.

<강진일보>에서 느닷없이 고려대를 들먹이고, 거액의 기부금을 거론하는 것은 강진사람도 큰 기부자가 있기 때문이다. 강진의 거부 동은 김충식(1889~1593) 선생은 1946년 10월 연세대학교에 1억원을 기부한다.

강진과 화순, 장성, 무안, 함평등의 논경지 1만두락(92만평)을 기증해 재단법인을 설립하고 그 소출액을 의과대학에서 사용토록했다. 법인의 이름은 자신의 호를 딴 동은재단이라 지었다. 

그때의 1억원은 어느 정도 규모의 돈이었을까. 요즘 강진의 논값을 기준으로 평균 8만원을 잡으면 92만평은 736억원에 이른다. 화순이나 장성의 논값은 10만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 10만원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920억이란 돈이 된다. 요즘 시세가 그렇지 당시에는 논이 귀할 때고 벼와 쌀의 가치가 지금보다 훨씬 높았을 때다.

고려대학교가 630억원을 받고 입이 딱 벌어졌듯이 당시 연세대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연세대측은 학교신문에 ‘동은 김충식 선생의 쾌거, 세브란스의과대학에 금일억원을 희사하심에 대해 모든 사람이 경송하는 바이다’라는 기사를 게재하며 뛸듯이 기뻐했다.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은 1885년 미국 선교사 알렌이 설립한 광혜원의 맥을 잇는 곳이었다. 4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외국인 지원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자기자본이 없었다. 그러다가 조선인 김충식이 거금을 내놓으면서 자립기반을 만든 것이다. 

김충식 선생은 1952년 군동 영포에서 쓸쓸하게 숨졌다. 병영면 부친의 묘 아래에 묻혔다. 재산은 해방과 함께 공중 분해됐다. 묘 앞에는 비석도 없었다. 그러던 것을 1960년 7월 연세대학교측이 묘소앞에 감사의 비를 세웠다. 비석 뒷면에는 ‘그 뜻은 이 겨레에게 길이길이 빛나리’라고 새겼다.

김충식 선생의 기부가 세브란스병원 발전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 알 수 있는 글귀다. 연세대측은 또 1976년 세브란스병원 본관건물에 김충식 선생의 호를 붙힌 동은 의학박물관을 개관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 가면 지금도 동은의학박물관을 구경할 수 있다.    <주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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