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국/ 전 순천향대 교수 (작천 이마마을 출신)

필자는 95세(1928년생)이신 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습니다. 아버님과 함께 산지 어언 6년. 아버님을 바라볼 때면, 5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곤 합니다. 어머니는 1983년 50세의 젊은 나이에 중풍으로 쓰러지셨고 35년을 병마에 시달리셨습니다.

강진 병영 용두리 부유한 집에서 자라나신 어머님은, 아버님에게 작천 이마마을 빈곤한 집으로 시집오시어, 평생 몸과 마음을 다하여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사셨고 85세(2018년)에 작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를 생각할 때마다 병마 없이 오래 건강히 사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에 마음 한 켠이 미어집니다. 

건강하게 오래산다는 것은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도 저희 아버님은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한 삶을 향유하고 계십니다. 아버님을 옆에서 뵐 때마다 도대체 어떤 요인들이 건강한 삶을 가능케 했을까? 생각해보곤 했습니다.

아버님을 지켜보며 찾은 비결은 바로 ‘비우는 삶’이셨습니다. 배를 비우면, 몸의 건강이, 마음을 비우면 생명의 힘이 솟구치듯이, 몸 건강과 마음건강을 잘하셨지요. 즉, 경천애인(敬天愛人)과 수기치인(修己治人)의 삶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아버지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영정 앞에서 기도하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십니다. 즉 경천(敬天)과 수기(修己)의 시간이지요. 며느리와 딸들의 권유로 매일 아침 성경공부를 하시고, 그 내용을 붓글씨로 요약하신 분량이 차곡차곡 쌓여 노트 3권이 되었습니다.

요약한 성경 내용을 아들 딸 손자 손녀들이 있는 가족 채팅창에 공유하고, 공감 소통의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성경 10계명 중 제 5계명이 ‘네 부모를 공경하라’입니다. 아버지의 지극정성 가득한 조상과 부모에 대한 공경은 하나님 사랑(敬天)으로 어렵지 않게 연결된 것입니다.

아버지는 이웃사랑(愛人)과 이웃에 대한 남다른 배려(治人)를 베푸는 德이 있는 삶을 사셨습니다. 특히 35년 동안 지극 정성으로 병든 아내를 수발하시는 모습에서 두 동생들과 친인척 자녀들은 물론 병원의 간호원, 의사, 도우미들도 모두 탄복하였지요. 

초등학교 졸업 후 2년 만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빈자리와 가난으로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두 동생을 위해 독학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으신 아버지!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서 가장인 아버지 역할을 대신하셨습니다. 지금도 한 달에 두 번, 형제들과 함께 식사하실 때마다 두 동생들(94세, 90세)이 형님에 대한 존경과 고마움을 자주 말씀하십니다.

서울에 살면서 우리 집은 여관이었습니다. 동생과 같이 한 방을 썼는데 둘이서만 잔 적이 별로 없을 정도로, 친인척 고향분들이 자주 숙박하셨지요. 그분들께 여비까지 챙겨주시곤 하였지요. 

중용(中庸)에 ‘중화이 천지위 만물육(中和而 天地位 萬物育)’라고 했습니다. 사람을 포함한 천지만물은 예외없이 어떤 자리에서든지 생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그 자리는 인위(人位) 천위(天位) 지위(地位)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람은 누구나 어떠한 자리에서 삶을 영위합니다.

사람이 어떤 자리에 위치하더라도 中(하나님 사랑)과 和(이웃사랑)를 하며 살면 하늘과 땅도 제자리를 찾고, 결과적으로 그 사람과 주위에 존재하는 천지만물이 모두 형통하게 된다는 가르침이지요. 성경에도 ‘땅에서 매고 풀면 하늘에서도 매고 풀린다’고 했습니다.(마태복음 18장20절) 

결국 인간은 지금 여기에서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中(하나님 사랑)과 和(이웃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살고 있는가? 이것이 일상생활에서 습관화 되어 있는가? 이것을 매일 점검하는 삶이 되어야겠습니다. 인간의 건강 수명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유전자의 영향보다 후천적으로 바른 마음가짐과 몸가짐이 바탕이 된 평소의 생활환경과 습관이 건강한 장수의 결정적 요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최근 장수학과 뇌 인지 과학에서의 견해(후성유전자 및 신경 가소성)와도 일치하는 내용입니다. 강진일보 독자여러분은 어떤 생활 습관을 견지하고 계신지요? 저는 소학과 격몽요결에서 언급한 구용(九容)과 구사(九思)를 성령의 9가지 열매와 주기도문이 하나로 연계 되도록 상생상극(相生相剋)의 五行의 原理로 통합하여 묵상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95세이신 아버지의 건강수명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의 결과입니다. 부디 꾸준한 운동과 균형잡힌 식사 및 질좋은 수면 그리고 바른 마음가짐과 몸가짐으로 고종명(考終命, 자신의 명대로 살다가 삶을 평안히 잘 마무리 하는 것)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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