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섭/ 농업기술센터 작물연구팀장

도열병은 벼에서 가장 문제되는 곰팡이병 중의 하나로 어린모부터 수확기까지 전 생육기를 걸쳐 발생한다. 발병 부위에 따라 모도열병, 잎도열병, 마디도열병, 이삭도열병(목도열병, 가지도열병, 벼알도열병)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벼 도열병균은 종자 또는 병든 볏짚, 그루터기 등에서 균사의 형태로 겨울을 지나 이듬해 발병조건이 도면 포자를 형성하여 제1차 전염원이 된다. 제2차 전염은 병반에 형성된 분생포자가 바람에 날려 건전한 식물체로 옮겨가 전염한다.

벼 도열병의 발생은 기상과 비료 시비량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여름철의 저온가 잦은 강우, 질소비료의 과다 시비 등으로 병원균이 생육하기 좋은 조건이 되거나 식물체가 연약해지면 벼 도열병균의 증식과 감염이 활발해질 수 있다.

그리고 감수성 품종을 장기간 재배하거나 약제 방제를 소홀히 하면 벼 도열병이 확산될 우려가 크다. 모도열병은 전년도 감염된 종자를 사용하거나 철저한 종자소독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못자리 시기 혹은 이앙 초기 본답에서 발생할 수 있다. 도열병은 육묘상에서도 잎에 병반을 형성하고 본답에서는 주로 6월 하순부터 발생하며, 이삭도열병 발병에도 영향을 미친다.

잎도열병은 크게 급성형 병반과 만성형 병반으로 구분된다. 급성형 병반은 둥그럼 수침상으로 잿빛의 곰팡이(분생포자)가 병반 표면을 덮으며 만성형 병반은 방추형(양 끝이 뾰족한 원기둥꼴) 으로 안쪽은 회백색을 띠고 가장자리는 붉은색을 띤다.

이삭목이나 이삭가지는 옅은 갈색으로 말라 죽으며 습기가 많으면 표면에 잿빛의 곰팡이가 핀다. 마디에는 암갈색의 병 무늬가 형성되며 심하게 발병하면 이삭목이 꺽이기 쉽고 다습할 때 표면에 잿빛의 곰팡이로 덮인다. 

잎도열병이 심하면 포기 전체가 붉은빛을 띠고 잘 자라지 않게 되며 이삭도열병이 걸린 이삭은 쭉정이가 된다. 잎도열병의 발병 정도와 마디, 길이, 키, 생체무게, 정곡 무게, 현미 무게, 현미 천립중 및 볏짚 무게와의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있어 일찍 발생하면 피해가 크다. 이삭도열병의 경우 발병 정도가 증가할수록 수량이 현저하게 줄어드는데, 발병 시기가 빨라질수록 수량 감소는 더욱 커지며 천립중도 현저하게 감소한다. 

연도별 전국 벼 도열병 발생면적을 보면 2019년은 잎도열병 10,570ha, 이삭도열병 12,627ha, 2020년 53,747ha, 30,059ha, 2021년 47,303ha, 44,565ha 발생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특히 2021년 전북지역에서 출수기의 잦은 강우와 야간 저온 등으로 벼 도열병 발생에 최적 조건이 조성되었고 적기 방제가 어려워 급속하게 병이 확산하여 발생하였다.

전북지역에서 잎도열병은 전국 발생면적 대비 91.8%(43,424ha), 이삭도열병은 67.0%(29,848ha) 발생하였다. 매년 벼 도열병 발생이 증가하는 만큼 농가에서 예방 위주의 적기 방제가 당부된다. 

잎도열병 피해를 예방하려면 질소질 비료 등 비료를 표준 시비량에 맞춰 적량 사용하고 논 주변의 잡초를 철저히 제거하여 관리해야 한다. 잎도열병 발생 초기에 기상환경을 고려하여 등록된 약제로 방제 시기, 횟수에 맞춰 뿌려 방제하여 주변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삭도열병은 반드시 예방 위주의 적기 방제를 실시하며 이삭패기 7일 전 또는 직전에 등록 약제로 방제하되 발생이 심한 논은 2회 이상 약제 방제 하여야 한다. 이렇듯, 벼 도열병의 주범은 ‘여름철 저온·잦은 강우와 질소비료 과다사용’ 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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