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 광주전남지역 혁신플랫폼 총괄운영센터장

1979년경이니 지금부터 44년 전 일이다. 당시 필자는 순천에 있는 국책은행 책임자로 초임발령을 받아 근무했는데, 마침 점포가 운이 좋게도 지금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화월당 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때 화월당 창업자인 조천석 회장은 하루에도 몇번씩 은행을 출입하였던 터라 그분을 자주 뵐 수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이었다. 단신으로 부임해 온 필자가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함이 안쓰러웠는지 조 회장은 아침식사를 함께 하자고 제안하셨다. 

참으로 고마운 나머지 수락하고 그다음 날 아침부터 제과점에서 꼬박 꼬박 회장님이 손수 만드신 샌드위치와 빵을 같이 나누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투철한 장인정신을 갖고 계시는 분으로 성품이 착하셔서 편하게 사랑을 갖고 대해주셨기에 길이 기억에 남는다. 또한 틈날 때마다 불우한 이웃들에게 빵을 함께 나누며 사시던 아름다운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세월이 흘러 안타깝게도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오늘의 화월당은 잘 키운 아들과 손자가 도맡아 경영해 온 덕분에 이제는 3대에 걸친 장수명문기업으로 탄탄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100여 년 전인 1920년, 순천에 거주했던 일본인 고바야시에 의해 세워진 화월당(花月堂)은 1928년에 15세의 조천석 소년이 입사하면서 오늘의 화월당 역사가 시작되었다. 더없이 근면 성실했던 점원으로 일하면서 인정받은 이 청년은 해방 이후 화월당의 주인이 되었고, 최선을 다하며 경영일선에 나서 차츰 사세를 키워갔다.

그러나 70, 80년대 이후 프렌차이즈 빵집이 속출하면서 침체기를 겪게 되었고, 그 후 IMF 위기에 처하면서 화월당은 존립 자체가 힘들게 되었지만 온 가족이 하나로 똘똘 뭉쳐 시련을 이겨 낼 수 있었다. 

특히 찹쌀떡과 볼카스테라는 세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인기 상품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게 되었다. 2000년대 들어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디지로그 선풍에 힘입어 전통 빵 맛에 다시 눈을 뜨게 되었고, 오랫동안 지역에서 가지고 있는 좋은 평판 덕택에 화월당은 옛 명성을 회복하게 되었다. 

이러던 중 지난 2006년 순천만이 연안습지로는 국내 최초로 람사르협약에 가입, 대한민국 제1호 순천만국가정원으로 지정되는 쾌거가 있었다. 또한 2012년에는 인근 여수세계박람회가 성공리에 열렸고, 2013년 들어 대한민국 최초의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가 인기를 끌면서 화월당은 일약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즐겨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다.

특히 지난 2020년에는 영광스럽게도 광주전남지방 중소벤처기업청이 화월당을 장수기업의 성공모델로 발굴, 백년가게로 선정하였다. “식재료는 최상급, 고객은 최고만족”이라는 경영철학으로 포스트 코로나시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극복해 낸 화월당은 관광객 맞춤상품 선호도가 아주 높아졌다.

상품 자체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입소문만으로도 전국적으로 택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택배로 주문하면 사나흘 만에야 맛을 볼 정도로 제품이 달린다니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이제 화월당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남도의 장수기업으로서 시도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명문기업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화월당 임직원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백년가게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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