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주조 김견식 사장이 작고함으로서 강진의 주조장 역사가 주목받고 있다. 병영주조장은 작천주조장과 함께 1940년대 중반 만들어졌다. 

병영주조장은 김견식 사장의 8촌 형님뻘인 김남식 선생이 창업했다. 처음에는 막걸리와 함께 보리소주를 만들었다. 병영소주라고도 하고, 해성소주라 부르기도 했다. 30도 짜리 독주였다.

김견식 사장은 18세 되던 1957년에 병영양조장에 들어가 중간에 병영주조를 인수했다. 막걸리는 70년대 초반부터 나왔다. 그가 떠나면서 2세 경영이 본격화됐다. 

비슷한 시기에 창업한 작천주조장은 2017년 폐업 했지만, 그 역사는 병영주조장 보다 훨씬 역동적이었다. 8대 작천면장(1955년)이었던 박희권이 작천주조장을 만들었다. 그는 곧바로 큰형님인 박영권에게 주조장을 인계하고 자신은 영암으로 진출했다.

그렇게 박영권의 작천양조장 시대가 열렸다. 막걸리 전성시대였다. 그때는 강진세무서에서 관할 지역 주조장들을 대상으로 매년 먹걸리 경진대회라는 것을 열었다. 일종의 품평대회였다.

주조장은 세무서의 가장 큰 소득원이였고, 한편으로 세무서는 주조장의 가장 큰 ‘갑’이었기 때문에 매년 떠들썩한 경진대회가 열렸다.

강진에는 양조장이 옴천을 제외하고 각 읍면에 모두 있었다. 아직 분면이 되기전이었던 시절에 마량에도 독립 양조장이 있었다. 신전은 독립면이 되기 전이다. 9개 주조장이 모여서 벌이는 품평회에서 작천주조장이 1등을 휩쓸다시피했다. 작천막걸리는 강진에서 단연 최고였다.

그러다가 80년대 초에 박영권의 아들 박병준이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광주 서중과 일고를 졸업한 수재 아들이었다. 그 정도로 양조장 사업이 좋았다. 92년에는 함께 일하던 병준의 동생 병현이 도암주조장을 인수했다. 오늘날 도암뽕잎막거리를 히트시긴 주인공이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막걸리 소비가 급격히 줄어 들었다. 병영주조장은 탄산이 들어간 설성막걸리로 버티고, 도암주조장은 뽕잎을 넣은 기능성 막걸리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작천주조장은 밀가루맛이 물씬 풍기며 텁텁한 옛 맛을 고집했다.

그러다가 못버티고 문을 닫았다. 당분간 강진은 도암 뽕잎막걸리와 병영 설설막걸리 양대 체제가 유지될 전망이다.   <주희춘>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