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때 공부했던 책 기증품으로 다시 만났다

어머니의 지원으로 중학교를 입학해 처음은 학동 고모부댁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곳에서 1년도 되지 않아 서석동 삼촌집으로 옮겨왔다. 그 이유는 그곳에 우리를 가르치며 고시공부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엄격히 통제하는 것이었다. 

일과시간표를 짜게 하고 그대로 실천하여야했다. 또 마음의 샘터라는 명언집을 사서 하루에 한 구절씩 익히고 그분 앞에서 외어야만 했다. 나와 친구도 함께 그곳에서 보내다 어머니를 졸라 서석동 집으로 옮기게 됐다. 

서석동에는 당시 의대 다니는 큰형과 문간방을 같이 쓰게 되었다. 삼촌은 전남대교무과장을 지내다가 참의원 사무처로 옮기셨고 일주일에 한 번씩만 집에 오셨다. 숙모는 충장로에서 한복집을 운영하셨다.

집에서는 바느질방이 있어 바느질 하는 사람이 2명이 머무르고 계셨다. 삼촌은 나중에 서울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계시다가 승주군수로 발령받고 근무하다가 나주군수, 광주시장을 역임하셨다. 그후 광주전남 적십자 지사장을 거쳐 광주 서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셨다. 

중학교 시절 기억에 남는 일이 하나 있다. 이때 국어시간에 함께 공부하는 ‘말본’이라는 과목이 있었다. 말본 교과서는 바로 한글학자 최현배 박사께서 엮은 책이었는데 책 뒤쪽에 한글 가로쓰기에 대해 3-4페이지에 걸쳐 소개돼 있었다. 당시 선생님도 이 과목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시험에 나오지 않은 과목이었기때문이었다. 

그런데 나는 이것에 푹 빠져 버렸다. 가로쓰기에 대해 잠시 소개한다면 한글을 풀어 영어식으로 사용하는 것인데 인쇄체 대문자, 소문자 필기체대문자, 소문자로 분리되어 현재 글자가 한자 자음과 모음조합형이라면 이건 옆으로 자음과 모음을 풀어서 인쇄할 수 있고 필기로 할때는 쓰는 법을 예를 들어 써놓았다.

시험에도 나오지 않고 선생님도 관심갖지 않는 한글 가로쓰기를 수업시간에 연습해 일주일만에 마스터했다. 

지금도 나는 이걸 쓸 수 있다. 최현배 박사의 책에서 한발 더 나아가 몇 년간 연구해서 개량가지 해서 50여년동안 계속 사용하고 있다. 나는 이 한글 가로쓰기 방법을 실생활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통장에 비밀번호를 써 놓을 때나 일기장 등에 나 혼자만 알아야할 사항을 메모 해 놓을때 사용하고 있다. 이 방법으로 기록해놓으면 나외에 다른 사람들은 절대 알아볼 수 가 없어서 유용하다.

이 글씨에 대해 학교 다닐때 친구에게 한번 가르쳐주었는데 그 친구는 가로쓰기 방법에 대해 탄복하고 재미있다며 쉽게 배웠던 기억도 있다. 이 방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보니 나름대로 보안성이 뛰어나 잘 써먹고 있다.

내가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이 박물관 기증품으로 들어왔기때문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20여년전 박물관을 찾아온 한 사람이 책 한권을 기증하게 됐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내가 중학교 시절 공부했던 최현배 박사의 ‘글자의 혁명’이라는 책이었다. 이 책에는 내가 공부했던 한글 가로쓰기 방법이 설명되어 있는 책이다.

이 책을 기증받고 나서 나와 최현배 박사의 한글 가로쓰기는 인연이 있구나라고 느끼고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 흐뭇한 미소를 지었던 기억이 난다.

이 방법이 궁금한 군민들이 있다면 와보랑께박물관을 찾아와 이 책을 한번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정리=오기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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