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고 신명나는 재현극, 아이들 역사 교육현장으로도 인기
병영 불금불파·마량놀토수산시장 연계로 관광객 유치 견인차

 

최근 본보가 창간 12주년을 맞아 서울·경기 거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산 정약용(29.1%)’이 강진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1위를 차지했다. 고려청자가 13.1%, 강진 한정식 8.6%, 영랑 김윤식이 4.9% 순으로 뒤를 이었다.

강진 방문 시 가장 가보고 싶은 곳 역시 정약용 유배지가 35.9%로 가장 많았으며, 2위와 3위를 고려청자 도요지(15.1%), 가우도(11.2%)가 각각 차지했다. 여수의 충무공 이순신, 화순의 김삿갓, 남원의 춘향, 진주의 논개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들은 존재 자체로 역사성을 띠면서 동시에 효자 관광상품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다산 정약용’ 역시 강진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자 정신적 랜드마크다. 강진에 유독 ‘다산’의 콘텐츠를 활용한 공연, 전시, 문화재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강진읍 사의재 저잣거리에서 매 주말마다 펼쳐지고 있는 조만간(조선을 만난 시간) 프로젝트는 ‘다산’의 콘텐츠를 활용해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강진군의 대표 관광상품 중 하나다. ‘조만간 프로젝트’ 관람의 핵심 포인트와 실제 관광객 유입 효과, 주변 관광지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 조만간 프로젝트, 신들린 입담&관객과의 케미 끝판왕
강진군청을 등지고 왼쪽으로 5분여 걸으면 2층 규모의 누각, 청조루가 눈에 들어온다. 옛 현감 오순종이 건립한 청조루에는 여러 편의 시가 남아있는데 그 중 다산 선생이 유배 시절 탐진의 풍속을 노래한 시 ‘탐진촌오’에 청조루 소실의 안타가움을 읖기도 했다. 청조루는 1894년 동학농민운동 당시 훼손되어 소실된 바 있다. 

 

청조루 안으로 들어가면 사의재가 나온다. 정약용 선생이 1801년 강진으로 유배를 와 처음 기거했던 곳이다. 다산은 이곳에서 1805년 겨울까지 4년간 머물렀다. 다산은 ‘네 가지를 올바로 하는 이가 거처하는 집’이라는 뜻으로 ‘사의재’라고 지었다. ‘생각은 맑게, 용모는 단정하게, 말은 적게, 행동은 무겁게’라는 뜻으로, 몸과 마음을 다잡아 국가 혁신과 애민, 학문 연구에 정진하겠다는 다산의 의지가 담겨있다. 

다산이 조선의 난제들을 해결하고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수많은 저서를 남긴 곳이 사의재이기도 하다.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이 이곳에서 편찬됐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이곳 사의재 저잣거리에서 들어서면 관광객의 시간은 정약용이 강진으로 유배를 왔던 때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다. ‘조선을 만난 시간’ 이른바 조만간 프로젝트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조만간 프로젝트는 다산이 유배를 왔던 때부터 그가 거처하던 방에 ‘사의재’라는 이름을 붙이기까지의 과정을 해학 섞인 마당극으로 풀어낸다. 마당극 특성상 관객과의 호흡은 필수다. 혼을 쏙 빼놓는 입담꾼들과 관객들이 즉흥적으로 주고 받는 케미 자체가 즐거움을 선사한다. 

마당극 초반, 정약용을 맡은 배우가 술에 취해 비틀대며 신세를 한탄하는 장면에선 여지없이 여기저기에서 웃음꽃이 핀다. 주모가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하며 신들린 애드립을 펼칠 때도 연신 박장대소가 터진다. 

이 외에도 역사물은 재미없고 지루하다는 편견이 사라지는 순간들이 여러 번 연출된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내용이지만 간결하고 코믹하게 연출해 누구나 가볍게 보기 좋다. 25분 내외의 짧은 마당극이지만 다산이 어떤 인물이고, 왜 강진으로 유배 왔는지, 어떻게 사의재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확실히 각인된다. 

알찬 내용과 유쾌한 형식, 여기에 아이들 역사 교육까지 더해지니 관광객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실제로 사의재 저잣거리 방문객 수는 조만간 프로젝트 공연 전인 1~3월 7,069명에서 공연 기간인 4~6월에는 1만5,847명으로 무려 8778명(55%) 늘었다. 

마당극은 강진 현지 주민들과 배우들이 연기해 의미가 남다르다. 올해 고2 학생부터 1944년생 최고령까지 다양한 연령층과 전업주부, 건설업, 외국인, 학원 강사, 도예가까지 각계각층 22명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올해 공연에는 두 쌍의 부부가 출연하며 눈길을 끈다. 프랑스인 두몽자크 씨와 이승화 씨 그리고 정일환, 정지은 부부가 꾸밈없는 진솔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주민들이 정통 배우는 아니지만, 맛깔스러운 연기의 매력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올해 초 재연 배우 양성 아카데미를 60시간에 걸쳐 이수했기 때문이다. 각자 생업이 있다 보니,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6시간 가량을 할애해 연습을 거듭했다. 기본 연기 교육부터 관객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CS 교육과 문화‧관광 해설 교육도 이수했다.

조만간 프로젝트는 상반기 7월 10일까지 토‧일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이어진다. 마당극은 오전 11시 30분과 오후 2시 30분에 시작하며, 병영무사 공연, 플래시몹 댄스 등 다양한 재현코너도 마련돼 있다. 

특히 다산과 주모, 차를 사랑하고 그림과 시를 즐겼던 초의선사 이야기부터, 조선 시대 사또와 이방, 강진 최고의 미남 미녀를 선발하는 ‘미스&미스터 강진 1801’, 사모언동가를 가지고 최고의 소리꾼을 키우려는 스승과 소리보다는 춤을 좋아하는 제자 이야기, 흥겨운 노랫가락으로 조선시대 풍류를 들려주는 풍류밴드, 짜릿한 활쏘기 체험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조만간프로젝트는 혹서기 2주간의 휴식을 가진 뒤 7월 29일부터는 8월 26일까지  오후 4시부터 8시 30분까지 야간으로 운영되며, 야간 공연과 체험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 사의재 저잣거리 주변 가볼 만한 곳은
사의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대한민국 ‘순수 서정시인’으로 칭송받는 영랑 김윤식 선생의 생가가 있다. 그의 대표작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상징하기 위한 모란꽃 그림들이 인근 주택 담벼락마다 그려져 있다. 

맑은 하늘과, 돌담, 초가지붕과 대나무가 어우러진 생가는 남도의 정취 그 자체다. 선생이 신혼생활을 했던 안채 뒤로는 대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어 작은 바람에도 ‘쏴르르’ 소리와 향이 번져온다. 

생가 곳곳에 심겨있는 모란은 1년을 기다려 5일 정도만 펴 있다가 금세 지는 꽃이다. 하지만 지척에 있는 세계모란공원에 가면 모란을 비롯한 다양한 꽃들로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 있다. 영랑생가 안채 뒤편, 빽빽하게 들어선 대나무 숲을 사이로, 높지 않은 계단을 오르면 뻥 뚫린 공원과 커다란 온실이 눈에 들어온다. 

여름꽃인 수국부터, 페츄니아, 사피니아가 주를 이뤄 꾸며져 있으며, 10여 종의 초화들이 꽃을 피우고 있어 ‘꽃덕후’들의 방문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모란 개화 시기에는 우리나라 모란을 비롯해 네덜란드 일본 등 세계 각국의 모란이 함께 핀다. 온실에서 나와 공원을 한 바퀴 돌다 보면 대형 모란 조형물이 어울러져 있으며, 공원의 가장 높은 지점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강진의 멋들어진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를 지나 10분 가량 걸으면 금릉학교의 전신이자 4.4 만세운동이 펼쳐졌던 금서당 터가 나온다. 故 김영렬 화백이 1950년 이후 반파된 금서당을 매입해 현재의 한옥과 양옥이 합쳐진 모습이 되었다.

길을 따라 다시 영랑생가로 내려오면, 시문학파기념관이 나온다. 김영랑, 김현구, 정지용 등 일제 시대에 문학의 순수성 회복 운동을 펼쳤던 6명의 시인을 기념하고 현대문학의 정통성을 계승하기 위한 곳이다. 2층에서는 도슨트의 설명과 함께 시문학파 관련 다양한 자료를 만나볼 수 있다. 

■ 강진까지 왔는데 불금불파, 마량놀토가 빠지면 섭하죠
강진군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병영에서 펼쳐지고 있는 ‘불금불파’ 행사와 토요일 마량놀토수산시장을 조만간 프로젝트와 연계해 관광객 유치에 나설 방침이다. 

 

‘불금불파’는 불타는 금요일엔 불고기 파티라는 뜻으로, 민선 8기 강진군이 새롭게 개발한 관광상품 중 하나다. 연탄불고기로 유명한 병영시장 일원에서 오는 10월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펼쳐진다. 불향이 진하게 스며든 불고기에 참깻가루, 고추, 마늘을 얹어 싸먹는 맛이 일품이다. 연탄 불고기에 신나는 음악과 공연이 더해져 광주, 순천, 목포, 장흥 등 인근 주민들 역시 즐겨찾고 있다. 

 

마량놀토수산시장은 매주 토요일 마량항에서 가장 신선한 회를 가장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입소문이 이어지면서 역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강진군 수협에서 당일 위판한 어패류만 취급하기 때문에 청정해역의 싱싱함을 맛볼 수 있다.

마량 앞바다에서 잡힌 활어 등이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거래로 제공되기 때문에 가격 폭탄 세일이 가능하다. 달마다 제철 해산물을 활용한 이벤트가 펼쳐지며, LED 바다분수와 미디어 파사드, 에어바운스 놀이기구 등이 갖춰져 있어 가족단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의재 저잣거리에서 전라병영성까지는 승용차로 15분, 마량놀토수산시장까지는 25분 가량 걸리기 때문에 접근성도 좋다. 

강진원 군수는 “강진이 추진하고 있는 모든 축제와 문화행사들의 최종 목표는 결국 지역민들의 소득향상에 있다”면서 “앞으로도 청자축제, 전라병영성축제, 수국길축제, 조만간 프로젝트, 마량놀토, 불금불파, 갈대축제 등 4계절 내내 축제가 이어지는 강진을 만들어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강진군은 추후 ‘조만간 프로젝트’에 전라병영성의 스토리를 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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