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유학자인 김영근 선생은 강진의 팔경을 노래했다. ‘금릉팔경(金陵八景)’이란 한시다. 금릉팔경중에 서산낙조(瑞山落照)가 있다. 강진읍 서산리 서기산으로 지는 노을을 말한다. 

서산낙조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우리 조상들은 지금의 읍내 서성리 3.1운동기념탑 옆 소나무밭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곳을 낙하정(落霞亭)이라 했다. 떨어질 낙(落), 노을 하(霞)로 노을이 내려 앉는 곳이라는 뜻이다. 지명을 보면 과거에 정자가 있었을 법 하지만 기록이 없다.

이 곳에는 1963년까지 활을 쏘는 활터가 있었으나 같은해 8월 보은산으로 옮겨갔다. 낙하정의 작은 언덕에 오르면 강진만이 가까웠다. 지금은 여러 건물들이 강진만 조망을 가리고 있지만 바다가 멀지 않게 느껴진다. 낙하정의 명물은 소나무다. 100~200년생 노송 70여 그루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낙하정의 또 하나 명물은 3.1운동 기념탑이다. 기념탑은 1974년 9월 세워졌다. 민간인들의 자발적인 주도로 전국에서 일곱 번 째로 세운 3.1운동 기념비다. 기념탑을 장식하고 있는 조형물들을 눈여겨 봐야 한다.

설립 당시 당대 최고의 학자와 예술인들이 기념탑 건립에 참여했다. 국어학계의 거목 이희승 박사가 기념문을 지었고, 당대 최고 서예가 김응현 선생이 글을 적었다. 깃발을 들고 하늘로 나는 듯한 조형물은 세종문화회관 ‘비천상’과 광주비엔날레 ‘경계를 넘어’를 제작한 조각가 김영중 선생의 작품이다. 기념비 자체가 우리나라 최고 예술 작품의 결집체다. 

낙하정은 김해김씨 문중 땅이다. 부지내에는 오래된 묘지들도 몇 개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군 차원의 관리가 되지 못하고 잡풀로 뒤덮힌 야산이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군이 문중측과 상의해 이곳을 ‘삼일탑 구절초 단지’로 만들고 있다. 실무자인 군청 산림경영팀 손균 주무관은 “문중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다”고 했다.  

잡목과 잡풀이 사라지며 널다란 평지가 드러났다. 2,500여평 규모다. 이곳에 구절초 15만본을 심었다. 살짝 경사지면서 남쪽으로 흘러내린 곡선이 아름답다. 그 사이사이에 야자매트를 깔아 산책로를 만들었다. 

지금도 좋지만, 가을에 하얀 구절초가 만개하면 최고수준의 꽃 공원이 될 곳이다. 다른데는 없는 키 큰 소나무들이 그걸 보증한다. 읍내에 좋은 공원이 하너 더 만들어 지고 있다.       <주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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