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 광주전남지역 혁신플랫폼 총괄운영센터장

몇 년 전, 빛고을산들길사랑모임에서 제주 올레를 만든 서명숙 이사장을 초청, 세미나를 개최한 적이 있다. 서 이사장은 강의에 앞서 빛고을산들길을 걸어보고 싶다하여 안내한 곳이 송산유원지에서 임곡역까지 구간이었다.

왜냐하면 전체 구간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황룡강변을 따라 걷는 코스이기 때문이다. 그날 서 이사장은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제주 올레에서 보지 못한 강, 풀과 나무가 너무 예쁘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추자도 올레길이 제주 올레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니 꼭 걸어보라고 권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바깥나들이를 엄두도 내지 못하다가 빛고을산들길사랑모임에서는 지난 주말 마침내 추자도행을 결행하게 된 것이다.

특히 이번 특별기행은 지난 1년 동안 빛고을산들길 81.5km를 완주한 기념행사인지라 회원들의 호응이 높았다. 무려 65명이나 되는 많은 회원들이 대거 동참해 추자도를 찾는 단체관광객 숫자로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그런데 말이다. 제주도 섬 추자도는 진도항(팽목항)에서 불과 45분이면 가는 거리임에도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곳 아닌가. 알고 보니 추자도는 고려시대에는 영암군, 조선시대에는 완도군이었고, 일제강점기인 1914년이 되서야 제주도로 편입된 곳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곳의 맛깔스런 음식이며, 투박한 말씨는 전라도와 크게 다를 바 없어 우리에게 더없이 친숙한 곳이기도 하다.

옥색바다에 더없이 맑은 청정해역, 곳곳에 스토리가 담긴 섬. 추자도는 차츰 탐방객이 늘면서 옛날의 활기를 되찾아 가고 있다. 제주 올레길 완주를 위해 필히 거쳐 가는 곳인지라 이날도 삼삼오오 짝을 이뤄 걷는 사람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추자는 42개의 섬들이 모여 사는 섬들의 나라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를 중심으로 아기자기하게 모여 살고 있는 정겨운 곳이기 때문이다. 제주의 섬이면서 제주와 다른 섬, 추자의 개성과 매력은 바로 이런 점에서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다.

고려시대의 추자는 후풍도(候風島)라 불리었는데, 궂은 바람을 피해 잠시 머물며 순풍을 기다리는 섬이었다고 한다. 최영 장군도 제주로 오가는 길목에서 바람 때문에 한 달을 체류했다고 한다.

최 장군은 주민들에게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등, 각별한 인연으로 훗날 최영사당이 건립됐고, 지금도 해마다 제사를 거르지 않는다고 한다. 약한 바람덕분에 추자도는 한반도와 제주도를 오가는 뱃길의 징검다리가 되면서 새로운 문물의 도입과 교류가 이뤄지게 됐고, 그래서 지금의 추자도가 갖는 고유한 문화가 형성되었다고 들었다.

이날 추자도 올레길을 걸으면서 내내 머릿속을 맴도는 빛고을산들길. “우리 광주의 둘레길도 이처럼 명품길이 되어야 할 터인데.” 하면서.

광주를 한 바퀴 돌면서 많은 지명을 만나게 되는데 무심코 지나쳤던 이름들의 사연을 알고 나면 훨씬 더 사랑스러워진다. 영산강 첫다리 용산교는 빛고을산들길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다.

여기서 용자를 지명에 넣은 마을을 볼 수 있는데, 용전, 생용, 용주, 용두마을 등이 그렇다. 견훤장군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가는 곳마다 재미있는 숨겨진 이야기들이 안내판에 설명되어 있다.

추자올레 탐방센터처럼 다양한 스토리를 담아낸다면 작은 오솔길도 좋은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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