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에는 오탁번 회장의 문화와 예술 사랑하는 마음 담겨있어”

영랑 현창사업으로 인연 맺어
오탁번 시인협회장에 추천서 요청
영랑의 금관문화훈장 수여 기여

국보 ‘천마도장니’ 징에 새겨 전달
한국시인협회 사업으로 특별 제작
전국에 딱 3점만 있는 작품 선물

공직생활의 아름다운 추억 담겨
독립운동가 영랑선생 재평가 기여
당시 느꼈던 보람 생각나는 물건

김상수 전 강진군다인연합회장이 오탁번 전 한국시인협회장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징을 소개하고 있다.
김상수 전 강진군다인연합회장이 오탁번 전 한국시인협회장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징을 소개하고 있다.

 

올해는 강진일보 창간 12주년이다. 이에 새롭게 기획특집 기사로 사람들의 소중한 보물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소중하게 여기는 보물같은 물건 하나쯤 있기 마련이다.

그 물건속에는 다양한 사연들이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 첫 번째 순서로 김상수 전 강진군다인연합회장의 ‘보물’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방짜징은 나의 공직생활 추억이 담겨 있는 물건으로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강진읍 아트홀 복지동에 위치한 강진군다인연합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상수(74) 전 강진군다인연합회장이 자신의 보물인 ‘방짜징’을 소개했다.

‘방짜징’이라 불리는 이 물건은 김 전 회장이 지난 1974년부터 2011년까지 38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소중한 물건이다. 

여기서 ‘방짜징’이란 주물로 뽑지 않고 놋쇠를 녹여 부은 뒤 두들겨서 만든 우리나라 전통악기인 징을 말한다.

‘방짜징’을 자세히 살펴보면 평범한 풍물놀이에 사용되는 징이 아니라 작은 글씨가 배곡하게 새겨져 있다. 맨 윗부분에는 한국시인협회 국보사랑 시운동이라는 글귀가 적혀있고 그 아래에는 ‘천마도장니(天馬圖障泥)’라는 제목으로 오탁번이라는 작가가 쓴 시가 음각 형태로 새겨져 있다. 

영랑 현창사업으로 오탁번 회장과 인연
이 징은 김 전 회장이 공직생활을 하면서 수행했던 업무중 하나와 관련이 깊다. 바로 영랑 선생과 관련된 일이었다. 때는 2006년 무렵 김 전 회장이 군청 문화관광과장으로 근무할 때였다.
 

징속에 새겨져 있는 오 회장의 천마도장니라는 시
징속에 새겨져 있는 오 회장의 천마도장니라는 시

 

강진읍의 주요 관광명소중 하나인 ‘영랑생가’를 널리 알리기 위해 영랑 김윤식 선생의 현창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이때만 하더라도 영랑 선생은 독립유공자로 지정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김 전 회장은 영랑 선생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고 금관문화훈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방법을 찾고 있었다. 영랑 선생이 금관문화훈장을 받기 위해 신청서류가 필요했는데 필요서류중 하나가 바로 (사)한국시인협회의 추천서였다.

이때 김 전 회장은 수소문 끝에 한국시인협회와 접촉을 하게 됐고 이때 회장이 오탁번이라는 사람이었다. 오 회장은 충북 제천출신으로 고려대 교수로 활동하면서 시인으로도 명성이 높았던 인물이었다.

김 전 회장은 오 회장에게 영랑 선생의 현창사업을 위해 한국시인협회의 추천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전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오 회장은 서정시인으로서 영랑보다 항일독립운동가로서 면모를 더 부각시킨다면 훈장을 수여받는데 더 유리할 것이라는 조언도 해주었고 협회 임원들과 회의를 거쳐 추천서를 작성해주었다.

이렇게 해서 추천서와 함께 영랑 선생의 공적내용을 기록해 신청서류를 제출했고 2008년 금관문화훈장을 받을 수 있었다. 또 지난 2018년에는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아 건국포장까지 받을 수 있었다.

국보 아름다움 시로 표현해 징에 새겨
김 전 회장은 이렇게 영랑 현창사업 덕분에 오 회장과 첫 인연을 맺게 됐다. 이후 오 회장과는 지속적으로 교류를 해왔는데 2009년 어느날 오 회장이 김 전 회장에게 연락해왔다.

이때 김 전 회장은 문화관광과장과 총무과장을 거쳐 서기관으로 승진해 생활지원팀장을 맡고 있었다. 이때 한국시인협회는 2009년 초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만해사상실천선양회의 지원을 받아 ‘국보사랑 시운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이 지원사업으로 한국시인협회는 국보 160점을 골라 국보의 아름다움과 얼을 노래한 시를 쓰고 이를 하나의 책으로 묶어 ‘불멸이여 순결한 가슴이여’라는 제목으로 시집을 발간했다. 오 회장은 자신의 사인과 함께 책을 선물했다.

천마도장니 시가 수록돼 있는 시집.
천마도장니 시가 수록돼 있는 시집.

특히 시인협회에서는 160점의 시중에서 90점을 골라 ‘방짜징’에 시를 새겨넣었고 2009년 11월 2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화랑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방짜징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오 회장이 맡았고 고려국악사에 직접 의뢰해 특수제작했다. 특히 방짜징에는 해당 국보에 대한 시를 직접 쓴 시인들의 친필이 새겨져 있어 시인들의 국보사랑을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천마도장니’가 새겨진 징은 딱 3점이 제작됐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김 전 회장에게 보내진 것이다.

공직생활 보람느낀 일에 대한 추억 담겨
방짜징이 김 전 회장에게 소중한 보물인 이유는 바로 공직생활에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일 중 하나가 바로 영랑 현창 사업이었기때문이다. 

김 전 회장은 문화관광과장 재직시절 영랑문학제를 기획해 처음으로 개최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그에 따라 현창사업도 진행했던 기억이 이 징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공직에서 물러난지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김 전 회장은 매일 이 징을 바라보며 공직생활의 추억과 오 회장을 떠올리고 있다.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 오 회장이 한번 강진을 찾아와 한정식을 대접하고 영랑생가를 둘러보기도 했다. 오 회장은 강진의 맛깔스러운 음식을 즐겨 먹었는데 특히 한정식을 좋아했고 술도 즐겨 마셨다.

김 전 회장 정년퇴임 후 한차례 강진을 찾아와 만난 이후에는 줄곧 전화로 안부를 물으며 지내왔다. 김 전 회장은 전화통화를 통해 한번 더 강진을 찾아와 달라는 이야기를 전하며 후일을 기약했다.

그러던중 지난 2월 중순경 읍내 한 지인의 사무실에 갔다가 우연히 신문을 보게 됐는데 그곳에서 오 회장의 부고 소식을 보게 됐다. 전화나 문자메세지 등 아무런 연락도 없었기에 부고 소식을 모르고 있었던 김 전 회장은 충격과 슬픔을 감출수가 없었다.

김 전 회장은 “‘방짜징’에 새겨있는 ‘천마도장니’라는 시는 국보의 아름다움을 노래했기에 의미가 있지만 그보다 더 영랑 선생이 독립유공자로 지정받기까지 나와 동료 직원들, 오탁번 회장의 노력이 담겨있어 더욱 소중하다”며 “징을 바라볼때마다 오탁번 회장과의 추억이 떠오르는데 앞으로도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오기안 기자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