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한 5월 햇살 향기 가득 실어 보냅니다. 항상 힘이 되어 준 당신, 고맙고 감사합니다”

정성 가득… 사랑이 느껴져요

직접 손으로 적은 ‘손편지’만 130여편 접수
 

 

손 편지가 귀한 시절이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5월 사랑의 편지 공모전’에는 손편지가 많이 응모해 관심을 끌고 있다. 

전자우편이 있고, 문자메시지와 카톡이 난무하는 시대에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손 편지에 대해 특별히 가점을 주겠다는 공고가 나간 것도 아니지만 지난해 보다 올해 손편지가 훨씬 많았다. 

초등부에서는 26편 중 5편이, 중등부 27편중 15편이 고등부 72편중 50여편이 직접 손으로 쓴 편지였다. 일반부 45통중 손편지는 일곱 편이었다.

카톡과 문자메시지 홍수속에 살고 있지만 거기에는 자신을 표현하는 글씨체가 없다. 

아무리 다양한 서체가 깔려 있다고 하더라도 개개인이 갖고 있는 섬세한 감정을 표현할 수 없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환경에 스스로 갇혀 버리는 것이다.

손 편지가 귀해지고 컴퓨터 사용이 일반화 되면서 사람들의 필체가 갈수록 곱지 않아진다는 평가도 많이 나온다.

손편지는 손으로 움켜쥐고, 쓸어 내리는 촉감을 느낄 수 있다. 편지를 받아들고 기뻐하다 편지지가 구겨졌던 흔적, 편지를 쓰면서 흘렸던 눈물 자국, 시간이 지날수록 아련해지는 세월의 흔적이 남는다. 앞으로 손편지가 많이 응모하길 기대해 본다.
/편집자 주

<사랑의 편지쓰기 심사평 > “챗GPT가 따라잡을 수 없는 인간의 숨결 가득”

일반부 45편, 학생부 125편 접수

보은산 뻐꾹새 울음소리가 강진을 들어올렸다 내려놓았다 하는 5월에 열린 ‘사랑의 편지 공모전’은 의미 있는 행사라 할 수 있다. 벌써 올해가 7회째다.

이미 AI의 시대가 도래하여 챗GPT로 소설은 물론 시까지 쓰는 세상이 되었는데 편지는 대필해 주지 않는지 궁금하다.

이런 세상이 도래했음에도 ‘사랑의 편지 공모전’이 가치 있는 것은 챗GPT가 따라잡을 수 없는 인간의 숨결이 편지마다 가득 베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금년은 예년에 비해 본심에 오른 일반부 응모작은 45편이었으며 학생부는 무려 125편에 이르는 작품이 응모해 우열을 가리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일반부는 예심을 통과한 15편 중에서 6편을 가려내는데 학생부는 예심을 통과한 40편 중에서 6편을 가려냈다는 말을 덧붙인다. 감동을 주되 문장이 뒷받침해주지 않는 응모작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응모작 중 선정된 편지들은 나름대로 감동을 주는 것은 물론 구성이 제대로 되어 있는 편지들이다.    

응모작들은 지난 몇 해 동안은 코로나로 인하여 서로 만나지 못하는 사연의 이야기가 대세였으나 코로나 엔데믹으로 인하여 이제는 예전처럼 부모님께, 벗에게, 선생님께 그리고 아내에게 보내는 사연들이 주를 이루었다.    

예심을 통과한 편지글에서 일반부 최우수상 한 편, 우수상 두 편, 장려상 세 편 학생부 최우수상 한 편, 우수상 두 편, 장려상 세 편이 선정됐다.

일반부 최우수상인 ‘사랑하는 당신께 드립니다’는 무기수 신분으로 옥중에서 편지로 만난 여인과 옥중 결혼하고 더불어 시어머니를 돌보는 아내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사연이다.

학생부 최우수상 전영준 학생은 학생답지 않게 교사라는 직업을 공무원과 스승으로 나눠 이야기하고 있다. 전영준 학생이 말하는 교사는 인격 형성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스승을 말하고 있다.

자신의 인격 형성에 크게 영향을 준 스승을 만나 자신도 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 꿈을 갖게 해준 선생님과의 만남을 다산 정약용과 그의 제자 황상의 만남에 비유하고 있다.   

학생부 장려상은 ‘언니에게’ 이채림(병영초 6), ‘사랑하는 할머니께’ 한지만(강진고 1), ‘은재에게’ 송혜령(강진고 1), 학생부 우수상은 ‘존경하는 할아버지께’ 이경록(강진중 3), ‘윤솔아 선생님께’ 배은정(강진고 3), 학생부 최우수상은 ‘나의 은사님께’ 전영준(강진고 1)이다.  

일반부 장려상은 ‘보고 있어도 보고픈 내 딸아’ 천명순(강진읍 모아 미용실), ‘나의 그대에게’윤재광(작천 신기), ‘사랑하는 군민 여러분께’정갑기(옴천 좌척), 일반부 우수상은‘할머니, 할아버지께’문승건(칠량 송산), ‘대학생이 된 사랑하는 제자 하운이에게’이소진(도암중 교사), 일반부 최우수상은‘사랑하는 당신께 드립니다’ 조용기(도암면)이다.

금년 ‘사랑의 편지쓰기’에 응모하여 선정되지 않은 편지글 중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응모작도 있다. 특히 학생부는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구분하지 않고 수상을 하기에 수상을 할 기회가 줄어든다.

앞으로 그 문제는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 심사위원들은 편지글 속의 많은 사연들을 접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는 물론 늦은 나이에도 더 성숙해졌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일반부 최우수상>
사랑하는 당신께 드립니다 
조용기<도암면 - 옥중에서 보낸 편지 - >

무기징역을 살고 있는 저에게 어느날, 쏟아지는 별처럼 와줘서 감사합니다. 죽마고우의 소개로 당신이 제게 첫 편지를 보내셨을 때는 사실 두려웠답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미 감옥에서 이혼의 아픔도 있었고 또한 무기수에 대한 호기심으로 서신왕래 몇 번 하다가 세월과 함께 잊혀질게 뻔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냈던 건 혼자 남겨지는 것에는 이골이 나 있었던 제 자신에 대한 선물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마디로 밑져야 본전인 셈이었죠.
그런데 당신과 서신왕래가 길어지고 대면접견을 통해 ‘운명’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이란 걸 깨달았던 거죠. 결국 우리는 눈(雪)이 많이 내리던 지난 겨울에 옥중결혼으로 백년해로를 약속했습니다.
제 인생에 이런 꽃피고 새우는 봄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상상못했었습니다. 꿈결같은 순간도 잠시 신께서 질투라도 하시듯 제게 ‘폐부종’ 의심 진단이 나왔죠. 절망한 저에게 “당신과 어떤 순간에도 함께 할 것이니 떠나라느니 그런 말 한번만 더하면 죽을 줄 알아”했었죠?
온 밤을 지새워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저를 안심시켜준 당신께 의지하는 마음까지 생겼더랍니다. 재검진결과 ‘이상없음’이 나왔을 땐 감사함으로 세상이 새롭게 보였답니다.
덧붙여 제 마음을 감동시킨 것은 환청에 시달리며 20여년 전 돌아가신 선친을 밤마다 찾는 팔순치매 시어머니에 대한 당신의 헌신입니다. 간병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자고 피로한 모습으로 매일 저에게 접견오는 당신을 보는 건 차라리 고통입니다. 그럼에도 늘 웃음지으며 담안에 있는 저를 안심시키는 당신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무엇이 당신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만들었을까요?
특히 서울에서 커리어우먼으로 성공하여 남부럽지 않게 살던 당신이 시어머니 치매병가를 3개월내어 깡촌인 시골에서 얼음을 깨고 가마솥에 물을 데워 보낸 지난 겨울은 기적입니다.
사회에 있는 친자식, 며느리도 못하는 일을 당신은 무심히 실행하고 있네요.
부족한 사람이지만 제가 속히 출소하여 푸르른 5월의 신부로 당신을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쉽게 쓸수가 없습니다.
언어로 표현하기엔 당신의 가없는 사랑 실천은 너무 크고 무겁습니다.
개과천선하여 가정과 지역사회, 국가에 득은 둘째치고 폐가 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당신에 대한 최소한의 나의 예의라 생각합니다. 고맙고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끝으로 당신의 예쁜 딸이 우리 두 사람의 기이한 만남과 사랑을 생각하며 썼다는 시를 적으며 부끄러운 고백을 뒤로합니다.

운명
덕영

너를 만나려고 
그토록 먼먼 옛날부터
너를 만나려고 
나 오늘 예까지 왔네.
너를 만나려고 
그토록 먼먼길 돌아
나 지금 네 앞에 섰네
우리가 되려고 우리 둘이 되려고
너를 만나려고...

2023년 5월17일 
장흥 산속에서 드림


<학생부 최우수상>

나의 은사님께 
전영준<강진고등학교 1학년>
 

안녕하세요? 2021, 2022학년도 선생님의 제자였던 전영준입니다.
5월15일 스승의 날 이미 마음을 전했으나 학교에서 가장 고마운 사람에게 마음을 전할 기회를 주어 다시 한 번 펜을 꾹꾹 눌러 마음을 담습니다.
교사라는 직업은 두 분야로 나눌 수 있다고 합니다. 첫째로 공무원 그리고 둘째가 스승입니다.
지금껏 선생님들께 죄송하지만 전 스승보다는 공무원에 가까운 선생님들을 만나왔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저에게 교사라는 꿈을 가지게 해준 스승을 만났습니다. 저는 교사라는 직업이 중요한 이유가 교육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격 형성을 하고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시기에 1년을 함께 보내는 사람이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기 때문이죠.
당장 저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선생님을 만나기 전과 후 저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정도로 변했습니다. 사실 선생님 덕분에 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만 각성됐다라는 표현이 맞겠죠.
얼마전 책을 한 권 읽었습니다. ‘삶을 바꾼 만남’이라는 정약용과 그의 제자 황상에 관한 이야기인데 전에 한번 읽었던 책입니다. 전에는 그 사제관계가 전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왜 굳이?라는 의문이 제 머릿속을 지배했습니다.
그러나 얼마전 다시 그 책을 되새겼을 때 황상이 그의 스승 약용의 죽음을 지켜보는 장면에서 눈물이 핑돌았습니다. 그만큼 제가 성장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또 한번 이제는 셀수도 없이 덕분에 성장합니다.
저는 선생님과의 많은 고민, 대화 끝에 강진고등학교에 전학했습니다. 그리고 느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선생님과 같은 스승을 찾을 수 없겠구나. 중학교와 너무도 다른 분위기 그리고 조금은 더 성숙해진 학생들 그에 비례하여 차가워진 선생님들. 그 사실을 자각하면 할수록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이런 제게 스스로 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셨습니다. 그순간 제 롤모델은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다른 이들이 롤모델로 거창한 인물들의 이름을 꼽을 때 저는 선생님 이름 3글자를 입에 올리며 혼자 또 꿈을 키웠습니다.
‘은사’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나를 사회에서 성공하게 도와준 은혜로운 스승’이라는 뜻이죠. 아직 사회에 두 발을 딛진 않았지만 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과 함께했던 지난 추억들 그리고 함께 나아갈 긴 여정들과 함께라면 저는 분명 저도 모른 사이 성공을 거둔 큰 성인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저는 恩(은혜 은)을 쓰는 은사가 아니라 㒚(기댈 은)을 쓰는 은사를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선생님께 받았던 은혜와 사랑을 힘들고 지칠 때 언제라도 와서 기댈 수 있는 큰 나무 한 그루가 되어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선생님없이 보낼 고등학교 생활을 걱정하며 졸업을 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계절이 지나 여름을 앞두고 있습니다. 걱정했던 바와 달리 하루 하루 서서히 성장하며 잘 지내고 있구요.
이런 말이 있습니다. “가장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증거는 함께 있을 때 변화하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드는 것이다” 그리고 저는 이런 제 모습이 너무나도 마음에 듭니다.
앞으로 저희가 함께 걸으며 성장할 수 있는 많은 계절을 기대하고 고대하며 저는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2023년 5월 24일 
하나뿐인 제자 전영준 올림.



<일반부 우수상>
어엿한 대학생이 된 사랑하는 제자 하은이에게 
이소진<도암면 도암신리길>
 

안녕, 하은아. 이소진 선생님이야.  
봄이 온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계절은 벌써 푸르른 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 
네가 대학생이 된 지도 벌써 두 달의 시간이 흘렀구나. 간혹 선생님한테 전화나 문자를 주어 내 안부를 묻기도 하고, 네 안부를 전하기도 했지. 건강히 잘 지내고 대학생활도 재미있게 잘하고 있는 것 같아 내심 마음이 뿌듯했단다. 5월 15일, 오늘 아침 너에게 ‘선생님, 정말 정말 존경합니다.’란 문자를 받고 3년 전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올랐어.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3월 한 달 동안 학교가 휴업을 했지. 학교에 교과서를 받으러 와서 내 뒷자리에서 담임 선생님을 뵙고 상담을 하면서 글쓰기를 잘한다고 당차게 이야기하는 아이가 있기에 자연스럽게 고개가 돌려졌어. 자그마한 체구에 짧은 단발머리의 풋풋한 시골 소녀의 뒷모습이랄까. 그렇게 너의 첫인상은 조그마하지만 당찬 뒷모습으로 기억이 되어 있단다. 4월부터 시작된 온라인 수업에서 우리는 처음 만났었지. 타지에서 온 고등학교 1학년 신입생이었던 너는 입학식도 하지 못한 채 랜선을 통해 얼굴도 모르는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 인사하고 수업을 받아야 했어. 너는 온라인 수업에 적극적이었고, 5월 15일에 출석체크를 하고 나에게 비밀댓글을 보냈었지. ‘스승의 날 이렇게밖에 인사를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온라인 수업이지만 참 좋은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마음 깊이 느껴졌습니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빨리 학교에서 뵙고 싶습니다.’라는 내용의 글이었는데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나더라……. 선생님은 스승의 날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사람 중 한 명인데 때마침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학교에서 너희들과 스승의 날을 맞지 않아도 되어서 얼마나 다행으로 생각했는지 몰라. 그런데 그 댓글을 보자 가슴이 뭉클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단다. 비록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하은이는 어떤 아이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었어. 6월. 비로소 온라인 수업이 끝나고 학교에서 우리가 첫 대면을 했지. 국어수업 첫 날, 국어부장을 하겠다고 당차게 손을 들던 너. 항상 친구들을 배려하고 도움을 주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했던 아이였지. 하은이에게 많은 편지를 받았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답장을 써주지 못했고, 다른 아이들의 눈에 편애하는 모습으로 비춰질까봐 걱정도 했단다. 그러다 학교를 떠나기 3일 전에 비로소 답장을 써 줄 수 있었지. 하은이와 한 학교에서 함께 지낸 시간이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생님과 함께 학교생활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학교를 옮기고 나서도 지속적인 애정과 고마움을 보내 준 것에 대해 무척 고맙게 생각한다. 그리고 선생님한테 말하기 힘들었을 텐데 너의 과거 이야기를 해 주었던 것도 고맙게 생각한다. 그것은 선생님에 대한 너의 신뢰와 믿음을 의미하니까. 너의 내면의 상처와 슬픔, 고통을 그 어떤 것으로도 위로할 수 없었기에 선생님은 항상 너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단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손을 내밀었지만 너는 도움이 부담스러웠는지 나의 조언만 받을 뿐 너 스스로 이겨내려고 했었지. 집안에서의 너의 위치, 환경, 과거 등이 네가 꿈을 이루는데 걸림돌이 되는 듯 하다며 많은 고민을 했었지. 농사일을 돕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뜻을 어기면서 너는 글을 쓰는 사람이자 선생님과 같은 국어선생님이 되어 같이 교단에 서고 싶다했어. 하지만 너는 결국 합격한 국어교육과, 문예창작과를 다 버리고 심리상담학과를 선택했어. 시골의 작은 학교라 상담교사가 없었던 현실 때문이었을까. 상담사 혹은 상담교사로서 너와 같은 아이들에게 관심을 주고, 보듬어주고 싶다는 것이 너의 최종 결정이었지. 선생님은 네가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하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달려왔다는 것을 잘 알기에 마지막 너의 선택이 놀라웠지만 많은 생각과 고민 끝에 결정한 너의 선택이기에 묵묵히 받아들이기로 했단다. 
그동안 감당하기 힘들었을 많은 일들을 견뎌내고 상처를 딛고 세상 앞에 한 발 한 발 내딛는 용기에 선생님은 하은이가 무척 대견스럽고, 무한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햇살이 가득한 5월, 봄 향기를 싣고 불어오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고 싶다던 너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선생님이 항상 하은이를 생각하고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항상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지냈으면 한다. 상담심리학과 23학번 새내기 하은이의 꿈과 도전을 멀리서나마 응원한다!! 
  
2023년 5월 15일. 봄 햇살이 
가득한 날, 하은이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이소진 선생님이… ♥



할아버지 할머니께 
문승건<칠량면 송산2길>
 

할아버지, 할머니! 저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주 승건이에요.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해 겨울!! 좀처럼 눈을 보기 힘든 강진에도 혹한이 찾아와 무릎을 덮는 눈이 내렸었지요. 군대에서도 내내 할아버지 할머니의 안부가 염려되어 밤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눈길 미끄러운데 넘어지지는 않으실지, 맨날 입맛이 없으시다고 하셨는데 식사는 거르지 않고 계신지....
제 친구들은 저에게 늘 말합니다. 부모님도 아니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뭐하러 그렇게 챙기느냐고? 그럴 때마다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내게 있어 부모님 이상의 의미를 지닌 분들이라고... 그러면서도 막상 할머니 할아버지를 뵈면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못 해 드리는 저를 용서해 주세요.
기억하세요? 맞벌이로 바쁘셨던 엄마, 아빠의 빈 자리를 늘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채워주셨지요. 초등학교 3학년 어느 날. 공개수업을 한다고 엄마에게 말씀을 드렸는데 여느 때와 같이 엄마는 바빠서 못 오신다면서 할머니께 바턴을 넘기셨죠. 그전에도 늘 엄마, 아빠가 참석해야 하는 행사에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대신 오시곤 하셨어요. 그런데 그전에는 몰랐었는데 그해 공개수업 때 다른 친구들의 젊은 엄마가 왜 그렇게 곱고 부럽게만 느껴졌는지 모르겠어요. 아마도 사춘기가 시작 됐었나봐요. 엄마가 오지 않으셔서 서운한 저는 괜히 그 화를 할머니, 할아버지께 했죠.
할머니, 할아버지께 짜증을 부리고 혼자 가겠다며 손을 뿌리치고 가는 저를 나무라지 않으시고 멀찍이 떨어져 따라오시던 할머니 할아버지...
그날 밤. 저와 승민이를 재워두고 두 분께서 하신 말씀을 들었어요. “오메 오메... 짠한 내 새끼들... 넘들은 다 젊은 엄마 아빠가 떡 허니 오는디,,, 맨날 주름살 자글자글한 할미, 할애비가 학교에 강께 월매나 챙피 헐 것이요? 하시며 저의 이마를 쓰다듬어 주셨지요? 그때 할머니의 거친 손길이 얼마나 따뜻하게 느껴졌는지 몰라요. 사이가 좋지않은 부모님에 대한 반항심이었을까요? 저는 자꾸 못된 짓을 했었어요. 하루는 MBM에서 계산을 하지 않은 물건을 집어 들고 나와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경찰서에 불려오신 일이 있었지요. 
그날 밤 역시 저희들을 재워두고 두분이 하신 말씀을 들었어요. 도대체 뭐가 되려고 저렇게 도둑질까지 하는지 모르겠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내 새끼들은 천성이 착해서 절대로 나쁘게 클 수가 없당께요. 시방은 잠시잠깐 방황을 허고 있제만 금방 다시 착한 승건이로 돌아올거이요. 하믄... 그라제!!“ 할머니의 말씀에 울컥한 나머지 눈물이 날뻔 했답니다. 결국 사이가 좋지 않으셨던 부모님께서는 제 초등학교 6학년 때 이혼을 하셨죠.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계셨던 친가 쪽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엄마 쪽에 아이들을 줄 수 없다며 저희들을 데려가셨고 담양으로 간 순간부터 저희들의 악몽은 시작되었죠. 
이후... 단 하루도 강진을 그리워하지 않은 날이 없었어요. 너무나 엄격하다 못해 무서웠던 담양 할아버지는 술만 드시고 들어오시면 저희들에게 손찌검을 하시며 본인의 화를 삭이셨고, 그럴 때마다 하루라도 빨리 담양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요새 같으면 아동학대다 뭐다해서 있을 수도 없는 일이죠. 강진으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었어요. 결국 저희 형제는 가출을 결심했고, 한푼 두푼 모아 둔 돼지 저금통의 배를 갈라 강진행 버스승차권을 구매해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찾아왔었죠.
그런 저희를 너무도 사랑스러운 손길로 보듬어 주셨어요.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난 순간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어요. 이후 친가쪽 할아버지의 횡포를 알게 되신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는 소송도 불사하며 저희들을 강진으로 다시 데려오려고 애쓰셨죠.
그때 만약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저희를 데려오시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면 지금의 저희는 어떻게 자라 있을까요? 아마 비행 청소년 되어 사회 부적응자로 성장했을 것 같아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는 저희를 다시 강진으로 데려오셔서 정말 극진한 사랑을 주셨지요. 공공근로를 다니시던 할머니는 공공근로 근무 중 간식으로 나온 맛난 빵과 과자를 하나도 드시지 않고 챙겨와서 저희를 주셨고 철없던 저희는 ”할머니는 이런 거 싫어한단다. 어여 먹어!“라는 말을 그대로 믿은 채... 아니 알면서도 믿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매일 저녁 할머니의 귀가를 기다리곤 했어요.
그때를 떠올려보면 얼굴이 빨개집니다. 할머니보다 빵과 과자를 기다렸던 저 자신이 부끄럽기만 해요. 이제 저도 어엿한 성인이 되었고 이제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받았던 무한한 사랑을 돌려드리고 싶은데 아직 취업이 되지 않아 걱정이네요. 
요즘 할아버지의 건강이 많이 안 좋아 보이세요. 그래서 마음이 조급합니다. 할아버지 소원이 전국에 있는 맛집을 투어하시는 거라고 맨날 말씀하셨죠. 더 늦기 전에 할아버지의 소원을 들어드리고 싶어요. 엊그제 군대에서 제대하며 이런 생각을 했어요. ‘하루라도 빨리 취업해서 돈을 벌어 할머니 할아버지를 호강시켜 드려야겠다.’ 그런데 취업보다도 할머니 할아버지 모시고 한 달 정도 전국의 맛집을 다니며 투어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동안 제가 모아놓은 돈이 조금 있으니 할머니 할아버지와 행복한 추억을 만들고 싶어요. 제발 사양하지 마시고 저와 함께 지구 한 바퀴는 돌지 못하더라도 전국투어를 다녀오시게요. 투어하며 즐거워하실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해 보니 너무나 행복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그동안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빨리 성공해서 할머니 할아버지께 그동안 받은 사랑을 돌려드릴 수 있도록 부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할머니 할아버지를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손자 승건 올림



<학생부 우수상>
존경하는 할아버지께 
이경록 강진중학교 3학년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할아버지의 하나밖에 없는 손자 경록입니다. 할아버지께 편지를 써본 적이 없어서 약간 어색하기도 합니다.
지금 벌써 중학교 3학년인 16살이 되었습니다. 학교 생활을 하거나 학원 공부 때문에 바쁘게 지내서 그동안 할아버지를 조금 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할아버지께 후회되는 게 많습니다. 
예전에 제가 어렸을 때 누나와 할아버지 댁에서 싸웠던 적이 떠오릅니다. 그때 할아버지께서 싸우지 말라고 좋게 말씀해 주셨는데 저는 할아버지의 말을 무시하고 할아버지에게 무작정 화를 냈습니다. 어리석었던 그때의 제 자신이 후회되고 할아버지께 죄송합니다. 
그리고 몇 년 후 어느 명절 날에 친척과 가족 모두 모여서 전을 부치고 있을 때 할아버지께서는 침대에 산소호흡기를 한 상태로 누워 계셨습니다. 제가 친척 형, 누나와 신나게 놀고 있을 때 어머니가 할아버지의 발을 주물러 드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형, 누나와 놀고 싶은 마음에 짜증을 내면서 할아버지의 퉁퉁 부은 발을 주무르곤 했습니다. 겨우 2분 정도 주무르고는 힘들다고 다시 형, 누나와 놀아 버렸습니다. 저는 그때가 제일 후회됩니다. 
그날로부터 일주일 후 할아버지는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저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했을 때 실감이 나지 않아서 울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그때 고작 초등학교 5학년 때였으니까요. 할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고 할아버지를 화장하러 가는 데 제가 손자여서 할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들고 차의 맨 앞자리에 앉아 화장터로 갔습니다. 저는 할아버지의 화장을 시작하면서 화장 중인 고인의 성함이 뜨는 곳에 할아버지의 성함이 올라왔을 때 그때서야 실감이 났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친척 형, 누나들이 우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그때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소중한 사람의 빈 자리가 이렇게 크다는 것을요...
그 후로 30분을 더 울고 할아버지 댁에 가서 할머니와 함께 할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할 때 제가 생각지도 못할 만큼의 약 봉투가 발견됐습니다. 저는 겨우 멈췄던 울음을 한 번 더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그 후로도 몇 년 동안 계속 후회했습니다. 그때 조금만 더 할아버지의 발을 주물러 드릴 것을... 조금만 더 할아버지의 말동무가 되어 드리고, 좀만 더 할아버지 댁에 자주 갈 걸... 할아버지게 좋은 손자가 되어 드리지 못한 것 같아 정말 죄송합니다.
집에 걸려 있는 제가 갓난아기 때의 저를 안고 계시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함께 찍은 사진을 한번씩 보면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최근에 할머니를 뵈러 가면 아직도 집안에는 할아버지 특유의 냄새가 익숙하게 나서 더욱더 할아버지가 그리워졌습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잘해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다음 생에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다면 잘해 드리고 싶습니다. 할아버지, 사랑하고 보고 싶습니다. 할아버지의 사랑을 다시 받고 싶습니다. 하늘나라에서 저희 걱정 마시고 편히 쉬세요.    
사랑하는 손자 경록 올림  


윤솔아 선생님께 
배은정 강진고등학교 3학년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선생님의 제자 배은정입니다! 편지로 찾아와 깜짝 놀라셨나요?! 그동안 선생님께 전하지 못했던 저의 마음을 차분히 써내어 가보려고 합니다. 작년 3월 2일 저의 담임선생님으로 선생님을 처음 뵙고, 2학년을 함께 보낸게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저는 고3이 되었네요.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시간을 멈추고 싶을 정도로 선생님과의 좋은 추억들이 많아요.. 고등학생이 되어 고민하던 제가 벌써 마지막 학년인 고3이라니 정말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제가 무사히 3학년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는 항상 저에게 웃으며 따뜻한 한마디 한마디를 전해주셨었는데요! 저는 그 따뜻함에 더욱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과 진로 상담을 했을 때, 간호사라는 목표가 있지만 내가 정말 잘한 선택인가?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일까? 라며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던지며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물음표를 선생님께서는 느낌표로 만들어 주셨지요 “은정이는 정말 잘할 수 있을 거야, 꼭 훌륭한 간호사가 되어 너의 목표처럼 선한 영향력을 미치며 살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해 주셨고 선생님의 말씀은 흔들리며 불안한 저의 진로를 따뜻하고 진심 어린 한마디 한마디로 스스로에게 잘하고 있구나!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 거야! 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과 용기를 주셨습니다. 
또한 제가 시험을 잘 보았을 때는 누구보다 더 기뻐해주셨고, 아쉬운 결과를 맞더라도 지금까지 너무 잘해왔고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도 있으며 그러한 결과를 받아들이고 다음을 기약하는 자세도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주시면서 저를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셨습니다. 
선생님은 저에게 넘어졌을 때 일어나는 법을 알려주신 분이세요. 삶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자신의 삶에 어려움과 힘듦이 찾아오기 마련이고 그때 자신이 걸어가는 길에서 넘어지고 느려지면, 포기하고 싶고 그 순간에 머물며 슬픔에 빠져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만, 선생님께서는 이러한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으며, 제 인생에서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 일어나 앞으로를 향해 걸어나갈 수 있도록 용기와 힘을 주셨습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언제나 선생님은 봄날의 햇살 같은 분이세요.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시고 모두에게 친절과 사랑을 베푸시며 선생님의 특유의 온화한 미소와 따뜻한 말 한마디 한마디로 학생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시는 점이 항상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저는 선생님의 고무 같은 모습도 본받을 점이라고 생각해요! 부드럽기에 무너지지도 끊어지지도 않는 강인한 모습을 보고요! 저는 나도 나중에 어른이 된다면 선생님과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언제나 해요. 한사람 한사람에게 진심을 다하며 용기와 힘을 전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간호사가 된다면 환우분들에게 의학적인 도움뿐만 아니라 공감과 위로 그리고 용기를 전하는 간호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으며 그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써 선생님과 같이 타인에게 진심을 다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학교에서 선생님을 만나면 너무 반갑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멀리서 보여도 솔아쌤!!을 외치며 인사를 드리고 다가가는데요..그때마다 선생님께서는 환하게 웃으시며 저를 반겨 주셨습니다. 제가 3학년이 되어도 뒤에서 저를 묵묵히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진심을 담아 감사드려요! 저도 그에 보답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며칠전에 선생님과 만나서 시간을 보냈었는데 그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저의 이야기를 들으며 대신 눈물을 흘려주셨는데, 저도 너무 울컥했습니다. 괜찮은 척 담담하게 말하였지만 마음 속으로는 저도 울었습니다. 그리고 진정으로 믿어주고 응원해주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정말 감사했습니다. 선생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저를 지켜봐주세요!! 더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하고 착하게 성장하여 선한 영향력을 펼치며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께서 언제나 저에게 힘이 되어주셨는데 저도 항상 선생님을 응원하고 있으며, 매순간 행복이 가득한 삶이시길 소망하고 언제나 선생님의 안녕을 기원하겠습니다. 끝으로 스승의 은혜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랑합니다♥   
2023년 5월 26일 배은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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