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한정식의 근원에 대해 여러가지 의견이 있지만 필자는 강진한정식의 뿌리를 전라병영성이라고 생각한다. 

1417년 전라병영이 지금의 광주 광산구에서 병영으로 이전해 왔을 때 강진은 천지개벽을 하게 된다. 전라병영성을 축조한 것은 당시로서는 지금의 123층짜리 롯데타워를 짓는 것 만큼이나 큰 공사였다.

전라병영은 호남과 제주에서 가장 큰 국가기관이었다. 주변에 돈이 넘쳐났다. 전라남북도, 제주도의 특산물이 병영으로 모아졌다. 개성상인에 견줄 병영상인이 탄생한 것도 이때부터다. 서울에서 입맛까다로운 고관대작들이 내려와 병영에서 근무했다.

병영의 번성은 일제강점기에도 계속됐다. 서울에서 전국 순회공연단이 오면 병영을 먼저 들렀다. 이러한 가운데 병영에서 음식문화가 탁월하게 발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  

60년대 중반 병영의 ‘목천네’가 지금의 수인관 자리에서 연탄돼지불고기를 선보인 것은 병영의 음식문화가 다시 싹을 튼 것이다. 연탄이 새로운 도구였다. 매꼼한 불맛을 찾아 손님들이 줄을 섰다.

얼마 후 목천네가 며느리 신화자씨를 맞이하면서 기술진이 보강됐다. 수인관 인근에 면단위에서는 드물게 도축장이 있었다. 목천네는 도축장에서 막 잡은 돼지의 가장 좋은 부위만을 불고기 재료로 골랐다.

5년 정도 명성을 떨치던 수인관 연탄돼지불고기가 새로운 전기를 맞은 것은 70년대 초다. 목천네가 수인관을 팔고 인근 설성주점 자리로 이사를 했다. 목천네 며느리 신화자씨와 설성주점 길복순 사장이 의기투합했다.

길복순(83) 사장은 강진군청 김경 주민복지과장의 친정어머니이자 윤성일 고려청자박물관 관장의 장모님이다. 설성주점을 설성식당으로 바꾸고 본격적인 백반영업을 시작했다. 핵심은 돼지고기 불고기 였다. 관광버스 시대가 열리며 손님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신화자-길복순 멤버는 10여년전 은퇴해 지금은 다른사람이 설성식당의 명맥을 잇고 있다. 이후 주변에 돼지고기 메뉴를 취급하는 식당들이 많아졌고, 돼지불고기 명품거리도 조성됐다. 

지난 주말부터 병영에서 시작한 ‘불금불파(불타는 금요일엔 불고기 파티)’는 이런 병영의 음식 맥을 잇고 있는 축제다. 여기에 하멜맥주와 하멜커피도 한몫 한다. 강진 한정식의 뿌리인 병영의 유서깊은 음식문화가 파티를 통해 다시 태어나고 있다.   <주희춘>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