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통 사찰음식 체험관 도반 오픈
‘오신채’ 미사용… 담백한 맛 일품

 

참맛의 음식은 어떤 음식일까. 중국의 유명 금언집 채근담에서는 ‘참맛은 오직 담박(淡泊)함이다’고 말한다. 

잘 익은 술이나 양념이 진하고 기름진 고기는 ‘맛있어서’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금새 질린다. 반면 나물이나 채소같은 담박한 맛의 음식은 오래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사찰음식에는 ‘담박한 맛’의 정수가 오롯이 담겨있다. 사찰음식은 간단하게 말하면 스님들이 사찰에서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을 뜻한다.

하지만 속가의 음식과는 쓰이는 재료와 조리법, 음식에 담긴 뜻과 철학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새로운 음식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육식 위주의 과도한 영양 섭취로 다양한 성인병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늘어나면서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민선 8기 강진군이 이 같은 트렌드에 발맞춰 사찰음식 대중화에 나섰다. 여기에는 단순한 음식 판매가 아니라, 사찰음식을 활용해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전략도 숨어있다. 

강진 사찰음식 체험관 ‘도반’ 음식의 특징은 무엇이고, 강진군의 향후 사찰음식 활성화 전략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 사찰음식 인기 치솟는 이유
지나친 육식은 포화지방 섭취를 증가시켜 혈중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기 때문에 몸에 해로울 수밖에 없다. 대신 채식은 심혈관질환 예방에 탁월할 뿐 아니라 건강에 좋은 섬유소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고 포만감까지 느낄 수 있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물론 무분별한 채식은 건강을 해치는 지름길일 수 있다. 100% 채식만으로는 섭취할 수 있는 영양소에 분명히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채식 위주의 식단은 건강에 좋다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건강식에 대한 관심 이외에 ‘가치 소비’의 일환으로도 채식이 선호되고 있다. 반려동물 등 이른바 ‘동물권’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부 소, 돼지, 닭 등이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거나 ‘살생’이 필수로 수반되는 과정 자체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진 탓이다. 

아울러 가축 사육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 등이 환경 파괴에 영향을 준다는 것도 채식의 이유로 손꼽힌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8%로, 운송업(14%)보다 높다고 한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기업들도 채식 관련 탄소 저감 정책에 동참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유통 플랫폼 회사는 비건 상품 구입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신용카드사의 경우 고깃집보다 채식전문점 이용객에게 더 많은 포인트 적립이나 할인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사찰음식이 일반 음식과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다섯 가지 채소, 이른바 ‘오신채’를 쓰지 않으며, 일체의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교에서 금하고 있는 다섯 가지 채소는 마늘, 파, 달래, 부추, 흥거다. 흥거는 인도에서 나는 백합과의 채소로 우리나라 불교에서는 흥거 대신 양파를 금하고 있다. 

이 다섯 가지 채소는 일종의 향신료다. 그래서 다른 재료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맛을 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들 채소는 성질이 맵고, 향과 자극이 강해 마음을 흩뜨려 수행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금지하고 있다. 

 

오신채와 인공 조미료, 방부제 대신 버섯, 다시마, 들깨, 재피 가루, 방아잎, 날콩 가루 등과 같은 천연 조미료를 사용한다. 여기에 조리하는 사람의 손맛과 정성이 들어가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찰음식은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난다. 

또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양념을 최소화한다. 양념을 하더라도 단 것은 달게, 짠 것은 짜게, 신맛은 시게 느낄 수 있도록 된장, 고추장, 간장을 골고루 사용한다. 

사찰음식이라고 해서 영양소가 부족하지 않다. 육류나 생선을 안 쓰는 대신 부족한 열량을 채우면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전이나 부각처럼 기름을 사용하기도 한다. 

특히 사찰음식은 각 지역의 특산물과 연계한 요리가 많다. 각 지역에서 모인 스님들과 관광객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조리법으로 메뉴를 구성한다. 도반도 감태, 죽순, 톳 등 강진의 특산물을 이용한 조리법들을 연구, 선보이고 있다. 

도반은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간 구)예향 한정식 식당을 리모델링 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사찰음식 체험관’답게 한옥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했다. 

리모델링 설계에 이용객 동선을 세심하게 고려해 반영했으며, 그릇부터 수저, 원목 테이블까지 한옥의 고즈넉함과 고급스러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소품으로 채웠다. 

한옥은 존재 자체가 인테리어 효과를 주기 때문에 화려한 장식물은 절제하고, 대신 차분하고 깔끔한 이미지가 돋보이도록 다듬었다. 직접 담근 장으로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기존에 없던 장독대도 새로 설치했다. 장독대는 추후 이용객을 대상으로 한 ‘장 담기 체험’에 활용할 예정이다. 

도반 시그니처 메뉴 3가지 코스요리
음식문화 조성, 관광자원 가치 높아

■ 도반의 시그니처 3가지 코스요리
도반에서는 전과 7찬 등 계절 요리로 구성된 점심(1만 원, 특선 1만6,000원)은 물론, 수삼냉체, 연꽃구절판, 황금팽이버섯 두부선 등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코스 요리도 마련돼있다. 

코스 1, 2, 3은 각각 요리 6가지, 8가지, 9가지로 구성되고 7찬이 공통으로 제공된다. 각각 1인당 3만 원, 5만 원, 7만 원이다. 가장 비싼 ‘코스 3’은 전채와 9품 요리, 식사, 후식을 제공한다. 코스 요리는 모두 2인 이상에 한해 사전 예약으로 주문 받는다. 

50인분 이상 단체용 도시락도 판매하고 있다. 8가지 반찬에 국까지 1만 원부터 이용객 맞춤형으로 주문받는다. 최소 3일 전, 전화나 네이버 예약 시스템으로 주문하면 된다. 

사찰음식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바로 ‘채소로 조리하는데 왜 이렇게 비싼가’이다.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일 수 있지만 ‘도반’의 요리가 비싼 데에는 이유가 있다. 도반에는 미리 만들어 놓는 음식이 없다.

일반적인 식당과 달리 많은 양을 한꺼번에 만들지 않고,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가장 최상의 상태로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조리 시간도 오래 걸리고, 손도 많이 간다. 

음식을 준비하는 자에게 요리는 일종의 ‘수행의 과정’이기에, 할 수 있는 모든 정성을 쏟는다. 사찰음식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여타 음식과 질적으로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도반의 시그니처 메뉴는 ‘코스 3’이다. 도반의 모든 정성과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멀리서 찾아온 분들도 꼭 시켜먹는 메뉴다. 각 요리별 메뉴는 다음과 같다. 

▲ 죽과 토마토 물김치  ▲ 더덕 잣소스 샐러드 ▲ 우엉잡채 ▲ 생땅콩 찹쌀구이 ▲ 연꽃구절판 ▲ 계절전 ▲ 표고버섯탕수이 ▲ 황금팽이버섯 두부선 ▲ 가지새싹전 ▲ 수삼냉채

■ ‘도반’의 향후 계획은?
‘도반’은 민선 8기 강진군의 60대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인 ‘맛과 음악의 도시’ 강진 건설을 위해 대한민국 사찰음식의 대가 ‘홍승 스님’이 수탁, 운영하고 있다. 

강진군과 도반은 사찰음식의 대중화와 관광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찰음식 레시피 연구와 요리 강좌 등을 통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지역 사찰과 연계한 체험 부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또 사찰음식 경연대회를 개최하고, 다산청렴연수원 교육 과정에 사찰음식 체험 프로그램을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도반은 기존 사찰음식을 건강증진 및 체질 개선, 학습 능력 향상 프로그램 식단과 연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홍승 스님은 “강진군 하면 사찰음식이 떠오르고, 더 나아가 강진이 대한민국 건강식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사찰음식 활성화에 앞장서겠다”면서 “1,700년간 이어온 한국 사찰음식의 맛과 매력을 강진 도반에서 꼭한번 느껴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강진원 군수는 “사찰음식 대중화로 ‘강진 한정식’에 비견되는 또 다른 특화 음식문화를 만들어 관광객 유치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도반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하며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브레이크 타임을 갖는다. 매주 화요일 휴무다. 이용 문의 061-432-6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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