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국/ 전 순천향대 교수 (작천 이마마을 출신)

 

금년에 95세(1928년生)이신 아버지의 회고록 (2005년 2월 출판) 제목이 “화방산의 메아리”입니다.

이 책은 아버지의 굴곡진 인생을 다룬 자서전인데, 강진군 작천면 이마마을 뒷산(화방산)에서 땔감을 위한 나무준비와 농사를 지으며 울부짖었던 좌절과 고통의 메아리가 희망과 환희의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 중 책 속에 게재된 1955년 5월 12일자 동아일보에 “고난속에 피어난 세떨기 꽃”의 내용 일부를 소개합니다.

“...강진 빈한한 편모슬하에서 학교라고는 겨우 초등학교밖에 마치치 못한 삼형제가 어깨를 나란히하여 국가고시의 난관을 돌파하였다는 아름다운 소식 한토막...”

이 대목에서 저는 건강하게 장수하시는 아버지를 모시고 살면서 가능하면 피하고 싶어하는 “고난”이라는 단어를 묵상해 봅니다.

공자님은 앉은 자리가 따뜻해질 겨를없이 고생하면서 얻은 人間智를 말씀하셨고, 맹자는 안락이 있는 곳에 죽음이, 우환이 있는 곳에 생명이 있다(死於安樂, 生於憂患)고 하셨습니다.

부처님은 4성제(四聖諦)의 시작을 “苦”라고 하셨습니다. 고집멸도(苦集滅道)의 道에 이르기 위해서는 고통이라는 것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성스럽게 살핌,聖蹄)하는 것을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예수님은 피할 수 있었던 십자가의 고통을 수용하시고 (나의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부활하셨습니다. 

겨울이 가면 봄이 반드시 온다는 쉽고도 간단한 자연의 섭리(주역의 易簡의 원리,easy and simple)를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따뜻한 봄이 오기 위해서는 겨울이라는 혹독한 추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여러분은 어떻한 상황에 있으신지요?
혹시 그 추위가 인생 여정에 있어서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것을 오히려 감사히 수용할 수 있는 마음근력(mind muscle)을 키울 수 있는 계기로 삼았으면 합니다. (김주화 著, 내면소통, 2023) 

아버지 삼형제가 기러기(짝이 죽더라도 다른 짝을 맺지 않음)처럼, 삼안동로(三雁同老(세 마리 기러기가 평생을 사랑하고 우애있게 늙음)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렸을 때 함께 겪었던 좌절과 고통이 오히려 미래의 삶을 윤택하게 회복하는 회복탄력성(resiliance)으로 작용하는 것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혹독한 추위(좌절, 고통)가 오히려 회복탄력성이 되는 희망의 메아리로 되돌아오길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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