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파급효과 1500억 원, 450여 명 고용유발 효과 기대
인프라 조성, 관광산업 등 연계로 지역 소멸위기 극복 나서

강진군이 쌀귀리 융복합산업특구로 최종 지정됐다. 군은 지난 11일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열린 제54차 지역특구위원회 심의를 거쳐 ‘강진 쌀귀리 융복합 산업특구’가 신규 특구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강진 쌀귀리의 우수성과 미래 가치를 활용해 지역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민선 8기 강진군의 새로운 도전장이 받아들여진 쾌거다.

특구 지정에 따라 강진 쌀귀리의 브랜드 가치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쌀귀리 생산 농가의 판로가 확대되는 등 강진 경제 발전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마련됐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강진 쌀귀리의 특징과 특구 지정에 따른 기대 효과를 알아본다. /편집자 주

■쌀귀리 ‘소비자는 건강↑  생산자는 소득↑’ 

사실 쌀귀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른바 ‘가난’의 상징이었다. ‘영국에서는 말이 먹고 스코틀랜드에서는 사람이 먹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에는 고려 시대, 말먹이로 처음 들어왔다고 알려졌으며, 생산량의 95%가 가축의 먹이나 사료로 쓰였다. 

 

이처럼 쌀귀리는 일반적으로 보편화된 작물은 아니었지만 어느새 ‘곡물의 제왕’으로 불리며 영양학적 가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슈퍼푸드’에 귀리가 포함되면서부터 인식이 확 바뀌었다. 10대 슈퍼푸드 가운데 곡물로는 귀리가 유일하다. 

쌀귀리에는 ‘자연 인슐린’이라 불릴 만큼 혈당 조절에 탁월한 베타글루칸 성분이 다량 함유돼있다. 한국육종학회지에 따르면 귀리 성분의 13~20%가 식이섬유인데, 이 중 4~5%가 수용성 식이섬유인 베타글루칸으로 구성돼있다. 같은 양의 보리에 비해 54% 더 많다. 또 다른 곡물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높고, 필수 아미노산이 균형 있게 포함돼있어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좋다. 

쌀귀리가 소비자에게 건강을 선물했다면, 생산자에게는 고소득을 보장한다. ㎏당 쌀보리 원물이 800원인데 반해 쌀귀리는 1,500원으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소매가로 따져봐도 ㎏당 쌀이 2,600원인 반면 쌀귀리는 6,000원에 달한다. 2021년 쌀귀리 원물매출도 42억 원에서 2022년 51억 원으로 21% 늘었다. 

쌀귀리 재배 농가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 2017년 91개 농가(291ha)가 쌀귀리를 생산하다, 2021년(2022년 6월 수확분 포함)에는 241개 농가(695ha)로 늘었다. 2023년 현재는 287개 농가(900ha)가 재배하고 있으며, 생산량도 2017년 257톤에서 3,042톤으로 2,785톤 늘었다. 

 

특히 강진 쌀귀리는 93%(838ha) 계약재배로 이뤄진다. 강진농협, 도암농협, 두보식품 등에서 전량 매입한다. 보다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쌀귀리 파종은 보통 10월 초부터 11월 첫째 주까지 이뤄진다. 절기로 따지면 한로(寒露)부터 입동(立冬) 전후까지다. 수확은 이듬해 5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 진행된다. 동계 작물인 쌀귀리는 논 이모작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익도 덩달아 올라가기 마련이다. 

또 강진에서 생산된 쌀귀리를 활용한 다양한 가공식품도 출시, 판매되고 있다. 현재 16개 업체가 스무디, 선식, 고추장, 빵, 쉐이크 등 26개 품목을 생산하면서 농가 소득을 견인하고 있다. 

쌀귀리 원곡과 빵, 떡, 스무디 등 가공품은 강진군 온라인 쇼핑몰 ‘초록믿음’ 홈페이지에서 구매 가능하다.

■대한민국 대표 쌀귀리 주산지 강진, 전국 생산량 64% 차지

강진은 예로부터 쌀귀리 주산지로 유명하다. 2021년 기준으로 전국(1,392ha)에서 연간 4,700톤 가량의 쌀귀리가 생산되고, 이 가운데 강진이 64%를 차지하고 있다. 

강진이 대한민국 대표 쌀귀리 주산지가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강진은 쌀귀리가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지리적 환경의 최적지다. 귀리는 영하 4℃ 이하 기온이 1주일가량 지속되면 더 자라지 못하고 고사하는 특성이 있다. 강진은 1월 평균 1.4℃를 유지하고 있다. 

 

두 번째는 종자다. 농촌진흥청으로부터 검증받은 종자 ‘조양’, ‘대양’ 등을 사용한다. 그래서 타 지역보다 원곡 자체가 좋다. 

조양은 탈부율(껍질이 벗겨지는 비율)이 높고 출수기와 성숙기가 짧아 이모작을 위한 월동작물로 인기가 많다. 대양은 2009년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품종으로, 알츠하이머와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는 ‘아베난쓰라마이드’가 다른 품종에 비해 최고 17배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농가 수익 창출 품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귀리는 크게 겉귀리와 쌀귀리로 구분한다. 겉귀리는 탈곡작업 시 껍질이 단단하게 알곡을 싸고 있는 귀리를 말하고, 쌀귀리는 알곡과 껍질이 잘 분리되는 귀리를 뜻한다. 쌀귀리가 겉귀리에 비해 영양 성분이 더 뛰어나고 풍미가 좋으며, 강진은 100% 쌀귀리만 생산한다.

여기에 강진군과 군 농업기술센터, 농촌진흥청, 현장 농업인들이 15년 이상 갈고닦은 쌀귀리 재배 노하우와 정보가 더해져 지금의 쌀귀리 메카를 이루고 있다. 

■강진 쌀귀리 특구 지정에 따른 효과는?

먼저 지역 특구란 기초 지자체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일정 지역을 특구로 지정,  규제 특례를 적용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강진군은 이번 쌀귀리 특구 지정에 따라 식품표시광고법 등 6개의 규제로부터 특례가 허용된다. 

강진군은 향후 석교리 일원 외 총 620필지(785,784㎡)에 쌀귀리 종합가공 유통센터 조성과 지역축제 및 관광 산업 활성화, 농촌 신활력 플러스 등 관련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강진 쌀귀리 특구는 2023년부터 시작해서 2027년도까지 5년간 총 475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하게 된다. 이에 따라 생산 유발효과 880억 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403억 원, 소득유발효과 201억 원 등 총 1,484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쌀귀리 가공시설 등 인프라 조성, 지역 축제와 연계한 관광 활성화 사업, 지역  연관 융복합 관련 사업 등을 5년간 정상적으로 추진할 경우 약 450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강진원 군수는 “강진은 타 지역에 비해 쌀귀리 재배면적, 생산량, 판격가격 등 모든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고 있다”면서 “이번 특구 지정에 따라 쌀귀리 산업을 관광 산업 등과 연계 추진하는 등 농업인 소득 향상 및 지역 소멸 위기 극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1일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열린 제54차 지역특구위원회 심의 현장에는 강 군수가 자치단체장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해 강진 쌀귀리의 우수성과 향후 비전 등을 설명하며 특구 지정을 호소한 바 있다.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