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 광주전남지역 혁신플랫폼 총괄운영센터장

얼마전 고창에 있는 여백의 길을 걷고 나서 근처 식당을 찾았다. 소주를 달라고 했더니 전북 아닌 우리 고장 제품을 내놓은 것이 아닌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아니 우리 고장도 아닌데 말이다. 광주, 전남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더러는 찾는 고객이 있어 준비해뒀단다.

요즈음 시중 음식점에 가서 소주 한 병 주라고 하면 어떻게 하던가. 봉사하는 직원들은 물어보지도 않고 다른 지역의 술을 가져오기가 다반사가 아니던가. 심지어 말하면 알만한 유명 음식점조차 주저하지 않고 이런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가을 마산에 갔을 때가 생각이 난다. 점심때가 되어 어느 식당에 들르게 되었고, 소주를 시켰더니 아줌마가 그 지방 소주를 아무렇지 않게 들고 나왔다. 그래서 왜 물어보지도 않고 가져오느냐고 힐난했더니, 답변이 가관이었다.

왜냐하면 “여기가 어딥니까 마산 아닙니까?”라고 오히려 반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우리 남도에서 식당에 갈 때마다 술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던 필자로서는 순간 멍해지면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이처럼 고향 사랑법이 다를 수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 우리 고장 술 가운데 비교적 잘 알려진 복분자주나 매실주는 전국 어디 음식점에서든지 찾으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 좋겠다. 아니 뉴질랜드에 가서도 복분자를 볼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남도를 벗어날 때는 이 술들을 챙겨서 마시면 얼마든지 고향 사랑 실천이 가능하게 된다.

필자에게는 묘한 습관 하나가 있다. 시내 주차장이나 길가에서 차량을 보면 우리 지역 회사 자동차인지 아닌지 확인해보는 것이다. 그날따라 지역브랜드 차가 더 많은 날은 기분이 좋아지고, 그러지 못한 날은 우울해지기 마련이다. 우리 남도에서 K차 시장점유율이 얼마인지, 높은지 낮은지가 큰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도시인 울산과 비교해 가면서 말이다.

식탁에서도 마찬가지다. 먹는 김 포장지를 들여다보는 것도 또 하나의 습관이다. 의외로 충남, 경남 등 타 지역 제품이 많은 경우를 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농수산물의 보고인 남도의 경쟁력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말이다. 문제는 날이 갈수록 지역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때 버스터미널에서 차를 탈 때 우리 고장 이름을 딴 버스만을 고집하는 시도민들이 의외로 많았다. 이제는 사명도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고속철이 생겨나면서 버스 탈 기회 또한 줄어들고 있어 향토기업들은 날로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명품 도자기 그릇을 만들던 1위 회사도 우리 고장에 있어 혼숫감을 장만하던 신랑신부들도 자부심을 가질 수가 있었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지역대학 출신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된 회사들이었기에 자부심을 갖고 근무하면서 타 지역으로 떠나지 않고 고향을 지키며 살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 기업들의 고위직은 대다수가 지역대학 출신들로 채워졌으며, 자연스럽게 대학 졸업자들의 지역 정주 취업률은 높아져 갔다.

최근 고향사랑기부제에 동참하게 되면 다양한 향토제품등를 받아 보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알차고 가성비 좋은 상품들을 애용해 주는 길이 고향사랑의 첫걸음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부지런히 향토기업 제품들을 사주는 데 앞장을 서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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