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들장에도 과학적인 원리가 숨어있습니다”

대를 이어 구들장 전문가로 활동 
부친 김영찬 선생 구들장 장인으로 소문
30대부터 아버지에게 기술 익혀

 

김종규 이장은 자신의 집에 구들장을 설치했다. 사진은 김 이장이 방안에서 구들장 만드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종규 이장은 자신의 집에 구들장을 설치했다. 사진은 김 이장이 방안에서 구들장 만드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요즘 농촌에도 기름이나 가스보일러가 보편화됐지만 장작을 때서 방을 따뜻하게 하는 구들장을 놓고 찜질방 형태로 별실을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명 나만의 찜질방을 만드는 일인데 갈수록 구들장을 놓을 줄 아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아버지에게 배운 예전 방법 그대로 구들장을 놓는 사람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김종규(67) 병영면 지로이장이 주인공이다.

김 이장은 병영 지로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한달정도를 제외하면 마을을 떠나 살아본적이 없는 토박이다. 병영초등학교와 병영중학교를 졸업하고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고등학교 진학은 포기하고 곧바로 생계에 뛰어들었다.

중학교를 졸업한 후 김 이장은 이종사촌 형님의 소개로 서울의 한 스토로폼 공장에서 일을 했는데 한달 월급이 6천원 남짓이었다. 이때 9급 공무원의 월급이 3만원이었으니 푼돈이었다.

적은 월급에 차라리 농사를 짓는게 나을 것 같다는 판단에 한달만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짓기 시작해 지금까지 살고 있다.

● 사업실패 극복위해 건축일 시작
김 이장은 구들장 전문가외에 병영면에서 가장 먼저 비닐하우스 농사를 지었던 사람으로 통한다. 19살되던 해에 김 이장은 친구와 땅 800평을 임대받아 400평씩 나눠서 농사를 지었다. 이때 김 이장은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오이농사를 시작했다.
 

김 이장이 아궁이에 장작을 넣고 있다.
김 이장이 아궁이에 장작을 넣고 있다.

 

이게 병영면에서 처음 설치된 비닐하우스였다. 수확한 오이는 서울 가락동 시장에서 전량 판매됐고 오이 1상자당 몇천원이었기 때문에 수입도 괜찮은 편이었다. 이렇게 5~6년정도 오이농사를 짓다가 젖소 사육을 시작했다.

처음 젖소 4마리로 시작해 16마리까지 늘려 젖소농장을 운영했다. 이후에는 뱀장어 양식에도 도전했다. 약 500평정도 땅에 양식장을 설치하고 치어 약 10㎏을 구입해 키웠다. 하지만 구입해 키우던 치어가 모두 폐사하면서 빚만 5~6천만원이 남았다. 

김 이장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 이때 시작했던 것이 바로 건축일이었다. 사실 김 이장의 부친 김영찬 선생은 김 이장이 어렸을 때부터 농사보다는 지역에서 구들장 놓는 일을 했다. 김 이장이 성인이 됐을 무렵에는 병영뿐만 아니라 주변 장흥, 강진읍, 영암 등까지 소문이 퍼져 구들장 놓는 일을 하러 다닐정도였다.

구들장 공사를 하고 있는 김 이장의 모습.
구들장 공사를 하고 있는 김 이장의 모습.

 

건축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김 이장은 처음에는 사람들의 소개를 받고 건설현장에서 일당을 받고 일을 했다. 1년정도 이렇게 일을 하다가 자신이 직접 공사를 맡아서 일꾼을 대리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이때 구들장 놓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된 것. 이때가 김 이장이 30대후반 무렵이었다. 

1990년대 중반에는 예전 낡은 부엌을 입식부엌으로 바꾸는 공사가 유행이었다. 이때 김 이장도 이 일을 주로 맡아서 하곤 했는데 가끔 구들장을 놓고 싶다고 희망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때 구들장 놓는 방법에 대해 아버지에게 물어보면서 방법을 배웠고 자신이 직접 현장에서 시공을 해보면서 조금씩 기술을 익혀나갔다. 공사를 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을때면 다시 아버지에게 자문을 구했다. 이렇게 시작된 구들장 놓는 일은 아직까지도 하고 있다.

● 아버지에게 구들장 기술 전수받아
구들장을 설치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아궁이와 굴뚝 위치에 따라 공기가 순환되는 통로를 잘 배치하는 것이다. 이때 이용되는 원리는 과학적이다. 바로 따뜻한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가라앉는 다는 점을 이용해 공기통로를 만들어준다.

장작으로 불을 때는 아궁이는 높이를 방보다 낮게 설치하고 방은 아궁이보다 높게 만든다. 이 높이 차이를 잘 조정해야 따뜻한 공기가 방안 골고루 퍼지게 된다.

또 아궁이에서 나온 따뜻한 공기가 곧바로 굴뚝으로 나가지 않도록 공기통로는 굴뚝에서 먼 곳부터 설치를 해야 한다. 이렇게 방안 골고루 공기가 퍼져나갈 수 있도록 꼼꼼하게 통로를 만들어주어야 방 골고루 따뜻해진다. 

이런 방법으로 현재 김 이장은 자신의 집 한쪽에 3평 규모의 작은 찜질방을 만들었다. 부엌 한쪽에 아궁이를 설치했다. 겨울에도 장작을 이용해 불 한번만 때면 2일정도는 방 전체가 따뜻한 정도로 높은 효율을 자랑한다.

여기에 방 전체는 흙을 이용했고 단열을 위해 외벽에는 판넬도 설치해 외풍도 차단했다. 요즘에는 아궁이를 설치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아직까지도 한달에 1~2건정도는 연락이 오고 있다. 

김 이장은 “아버지가 젊은 시절부터 구들장을 놓는 일을 하셨는데 아버지에게 기술을 배워 원하는 사람들에게 구들장을 설치해주고 있다”며 “구들장에도 여러 가지 과학적인 원리가 숨어있어 모든 작업을 직접 할 정도로 꼼꼼하게 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기안 기자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