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광/ 강진군 세무회계과

우리가 ‘진시황’하면 떠오르는 것은, 다른 것보다 불로장생을 위한 불로초를 찾아 헤매었던 어리석음이다. 중국 최초로 집권적 통일제국인 진나라를 세웠고, 아시아 최초로 황제를 칭하였다는 사실은 조금 나중에 떠오른다.

하지만 세무직 공무원인 내게 진시황은 다른 측면으로 다가온다. 그의 가장 큰 업적이자 성과는 기원전, 그러니까 거의 2,500여 년 전에 이미 도량형의 통일에 힘썼다는 것이다. 

‘도량형’의 사전적 의미는 ‘길이, 부피, 무게 따위의 단위를 재는 법‘을 말한다. 도량형의 통일은 사회적 혼란을 피하고 경제 활동의 안정성을 높이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예를 들어 고깃집에서 고기를 사 먹는다고 가정해보자. 1인분의 기준은 현재 150g이다. 그런데 똑같은 1인분이 지역마다 g수가 다르면 어떨까. 가격도 문제지만, 강진에서는 1인분만 먹어도 배가 불렀는데, 다른 곳에서는 2인분을 먹어야 배가 부르다면 당황스럽지 않을까?

이처럼 도량형이 통일되지 않으면 단순히 고기를 사 먹는 것을 넘어서 물건을 사고파는 모든 행위에 대해 서로 의심하고 재측정하고 가격을 다시 매기는 과정 등 사회적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에 따른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다. 

도량형의 중요성은 앞서 말한 바와 같고, 지금쯤 세무직과 도량형이 대체 무슨 상관이냐는 의문점이 생겼을 것이다.

이번에는 조선시대를 생각해보자. 조선 말기에는 말도 안 되는 세금이 참 많았다. 이미 죽은 사람이나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태아에게까지 세금을 걷기도 했다. 특히 환곡이라는 제도가 많이 악용됐는데, 곡식을 주는 됫박의 밑을 막아 덜 주고 더 받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이런 연휴로 조선 말에는 지역 곳곳에서 민란이 끊이질 않았다. 전제왕권 시대인 조선에도 이렇게나 조세저항이 거셌다면, 민주주의 시대인 지금은 어떻겠는가. 그래서 더욱 세금을 부과할 때면 신중에 신중을 기하게 된다.

세금은 과세표준액에 세액을 산출할 세율을 곱해 구한다. 지방세법 상 세율은 개별납세자마다 다르게 적용되지 않으므로, 각자의 세금이 다른 이유는 바로 과세표준이 다르기 때문이고, 그만큼 과세표준을 정하는 일은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이다.

매년 재산세 부과를 하기 위해서 국토부에서는 ’표준주택‘을 선정해서 그 가격을 산정한다. 매년 지역의 대표성이 있는 주택을 선별해, 통상적인 시장에서 정상 거래가 이뤄질 적정 가격을, 전문가인 평가사가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며 산출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표준주택을 기준으로 개별주택 각각의 특성을 반영, 산정해 매년 4월 말 개별주택가격을 공시하게 돼있다. 

이는 도량형의 통일처럼, 과세의 기준을 확실히 해서 납세자 간의 공평성을 확보하고 산출한 세액에 대한 혼란을 방지함과 동시에 지방세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매년 7월 부과하는 재산세를 위해서 10달 전부터 추운 겨울날에도 조사에 열을 올리는 것은 혹여라도 잘못된 과세표준을 적용하지 않으려는 지방세 담당자의 원칙이며 고집이다. 

올해 재산세는 세계적 경기 불황에 따라 기준이 되는 표준주택의 가격을 하락 책정한 만큼 납세자의 부담이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이라 예상한다.

하지만 지난 2021년과 2022년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세율 특례와 과표적용률 15% 감소 적용의 효과가 사라지면, 납세자가 느끼는 감소폭은 미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우리 군의 실정 상 2020년 이후 매년 평균 7%P, 약 5,000만 원의 세수 감소는 뼈아프다. 

그럼에도 세무직 공무원으로써 우리 군민들에게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세수의 감소나 증가와는 상관없이 오로지 어느 군민, 어느 납세자 한 분이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모두가 공평하고 공정하게 산출된 고지서를 받아보실 수 있도록 늘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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