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지/ 강진군 환경축산과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 농촌의 변화를 상징하는 노래의 한 구절이다. 그때만 해도 마을마다 초가지붕을 걷어내고, 형형색색의 슬레이트를 덮는 지붕개량 사업을 정부 주도로 공무원들이 발 벗고 나섰었다. 

지금이야 석면이 몸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상상도 못하겠지만 슬레이트 위에 고기를 구워 먹던 시절도 있었다.

슬레이트는 시멘트와 석면을 물로 개어 높은 압력으로 눌러 만든 얇은 판이다. 가벼울 뿐 아니라 강하고 썩지 않아 각종 산업용품이나 생활 잡화, 주택 지붕 등 광범위하게 쓰였다. 

그러나 장기간 석면에 노출 경우 호흡기를 통해 폐 안으로 들어가 폐포(허파 꽈리)에 도달할 수 있다. 산이나 알칼리에도 부식되지 않기 때문에 반영구적으로 우리 몸속에 남아 있게 된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40년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후 인체에 석면폐, 폐암, 암의 일종인 악성중피종 등을 일으킨다고 보고되고 있다. 그래서 석면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기도 한다. 

석면은 특히 WHO 산하 국제 암 연구기관(IARC)이 ‘그룹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한 바 있다. 1군은 제한적인 발암성이 확인된 2, 3군과는 달리 암을 일으키는 것이 확실한 물질을 뜻한다. 

석면의 위험성이 제기된 직후 세계 각국은 석면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나섰다. 유럽 등에서는 1980년대부터 건축 자재의 석면 사용을 금지한 결과, 지금은 거의 석면의 위험이 없다. 

반면 한국은 석면 산업이 1970년대 성장해 1990년대 최고기를 거쳐 21세기 들어서 까지 건축 자재로 쓰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정부는 2007년 7월 석면관리 종합대책을 확정하고 2009년부터 석면 제품의 제조 및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럼에도 처리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철거가 이뤄지지 않아 현재도 슬레이트 지붕 건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2020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강진군에 5,500동 이상의 슬레이트 지붕 건축물이 들어서 있다. 이에 따라 군에서는 2011년부터 슬레이트 철거 및 지붕개량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10년 넘는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홈페이지, 마을 방송 등을 통해 지원사업을 홍보하고 있음에도 지원사업이 있다는 사실 자체도 모르는 군민들이 많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올해 지원범위는 건축물의 지붕재 또는 벽체로 사용된 슬레이트의 해체, 제거, 처리 및 이로 인한 지붕개량(주택만 해당)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해 준다.

가구당 지원액은 슬레이트 철거·처리의 경우 주택 일반 가구 최대 700만 원, 취약 계층 전액 지원, 비주택은 200㎡ 이하 기준으로 540만 원을 지원한다. 지붕 개량은 주택에 한하여 일반 가구 300만 원 취약 계층 1,000만 원까지 보조한다. 

3월 31일까지 건축물 소재지 관할 읍‧면사무소에 신청서를 접수하면, 지원기준 부합 여부를 확인 후 지원 대상자를 확정해, 4월부터 슬레이트 철거 및 사업비 집행이 이뤄진다.

슬레이트 지붕 철거 및 지붕개량 지원사업이 단순한 석면 제거를 넘어 더 깨끗하고 살기 좋은 강진군이 되고, 결국 우리 후손에게 더 좋은 환경을 물려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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