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무십일홍이란 말이 요즘처럼 실감난적이 없다. 확 피었다가 훅 사라졌다. 그래도 봄이면 차례대로 피는 꽃구경하는 맛이 있었다. 설중매가 피다 지면 매화가 만발하고, 목련이 자태를 드러낸다.

목련의 세가 꺾이면 개나리 진달래가 피었고, 이어서 벚꽃이 만개했다. 벚꽃중에서도 아름다운 것은 산벚꽃이다. 도로변 벚꽃이 질 무렵이 되면 먼 산에 마치 물감을 뿌려놓은 것처럼 산벚꽃이 피어난다.

그런데 올해는 이상했다. 봄꽃들이 거의 동시에 꽃망울을 터트렸다. 지역간 차이도 없었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거의 동시에 강진과 서울에서 자태를 드러냈다. 이런 이변이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변을 이변으로 보지 않는 것. 이것이야 말로 희대의 이변이다.

봄의 육지가 이변이면 물속은 어떨까. 그것이 궁금하다. 봄이 되면 강진의 산하가 온통 꽃잔치지만 물속에서도 떠들썩한 잔치가 벌어진다. 탐진강과 강진만이 만나는 강진은 기수구역이라고 한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들락날락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이곳이 봄이면 난리가 난다. 바다에서 겨울을 난 회귀성 어류들이 탐진강을 향해 대대적인 봄행군을 벌인다.  

대표적인게 은어다. 탐진강 은어는 석교다리에서 부화해 강진읍 남포앞바다로 내려가 겨울을 보낸 다음 봄이 되면 새끼들이 떼를 지어 강으로 거슬러 올라온다. 탐진강에서 살다가 여름에는 수박맛 나는 살점을 선사한다. 탐진강에는 연어 외에도 황어란 물고기가 있었다. 2006년까지 황어가 잡혔다는 기록이 있다.

황어는 강진만에서 살다가 음력 정월쯤 탐진강으로 올라와 벚꽃이 피는 4월 한 달 동안 산란을 하고 부화했다.

탐진강에서 노닐다 4㎝ 정도로 크면 줄지어 떼지어 바다로 나간다. 보통 3~4년 정도 바다에서 살다가 30~40㎝쯤 자라면 다시 태어난 탐진강으로 돌아왔다. 알을 낳기위해 때를 지어 탐진강으로 올라올 때에는 몸 빛깔이 울긋불긋한 혼인색을 띠었다. 맛있고, 아름답고 신비한 물고기였다. 그러나 황어는 더이상 탐진강으로 올라 오지 않는다.

황어는 그렇다 치고 다른 물고기들은 이 봄에 탐진강으로 올라오고 있을까. 아무탈 없이 순리대로 때되면 오고, 때되면 바다로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꽃들의 이상한 변화가 사람의 근심을 물속으로 돌린다.   <주희춘>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