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줄다리기가 유명한 지역이 많지만 강진은 줄다리기도 아주 쎘다. 조선시대까지 전남지역에서 강진 줄다리기와 해남의 남창(달량진) 줄다리기, 영암의 도포 줄다리기가 가장 유명했다. 강진에서는 강진읍 줄다리기와 목리 줄다리기가 양대 산맥이었다.

강진읍 줄다리기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매년 정월 대보름이면 지금의 중앙로 일대가 새끼줄을 몇십겹으로 꿔서 만든 줄로 장사진이었다. 거리에는 청사초롱이 내 걸렸다. 극장통을 중심으로 동편과 서편이 나뉘었다. 줄다리기를 시작하면 수천명이 모였다. 줄다리기는 보통 4~5일씩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됐다. 

목리마을도 강진읍에 못지 않은 규모를 자랑했다.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동편과 서편을 나눠 줄을 만들었다. 마을 사람들만 참여한게 아니었다. 군동이나 칠량 사람들이 동편의 줄을 함께 잡았고, 강진읍 서쪽 마을과 도암, 성전등지의 사람들이 서편에서 줄을 당겼다. 목리 줄다리기는 70년대 후반까지 명맥을 유지해 왔고, 강진읍 줄다리기는 그 보다 먼저 중단된 것으로 전해온다.  

강진의 줄다리기가 유명했던 것은 역사적인 뿌리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강진 줄다리기의 뿌리는 전라병영성에 있다. 옛날에는 줄다리기를 삭전(索戰)이라고 했다. 조선말 병영성 주변에서 큰 약재상을 했던 강재 박기현(1864.4~1913.6) 선생의 일기 ‘강재일사’에 삭전을 구경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강재일사등에 따르면 매년 정월 대보름 오전에 전라병영 장대 앞에서 삭전을 했다. 또 정월 11일경 즉 보름 며칠전 밤부터 시작했으며 전라병사가 영을 내려 관내 평민들이 성안으로 들어와 관람하도록 했다. 가족단위 구경도 허용했다.

전통 줄다리기를 되살려 관광자원화하는 자치단체가 많다. 500년 역사의 충남 당진 기지시줄다리기(중요무형문화제 제75호)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매년 엄청난 규모의 줄다리기가 지역주민들과 관광객들의 참여속에 열린다. 줄다리기는 관광자원뿐 아니라 지역민들의 화합과 단합을 기하는데 안성맞춤이다.

올해 병영성 축제가 벚꽃이 피는시기에 열려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내년 전라병영성축제때에는 이 삭전을 재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전국적으로 줄다리기가 많이 열리지만 옛 병사의 전통을 살리는 줄다리기를 재현하는 것은 병영이 처음이 될 것이다.     <주희춘>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