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 언론인

봄의 꽃들이 춘색을 뽐내며 유혹하지만 낚시터에 혼을 뺏긴 강태공들의 마음을 돌려놓치 못한다. 봄낚시 여행만을 기다려왔던 그들은 3월의 시조회에 필이 꽂혀 곁눈질할 여지가 없다. 아른거리는 낚시터는 바다가 아닌 민물저수지다. 양지바른 포인트에 앉아 수초사이에 낚시줄을 담그고 느긋이 기다리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낚시의 중독성은 강렬하다. 입증 경험은 넘친다. 언론종사자들에게 부담없이 쉴 수 있는 날이 1년이면 딱 두 번있었다. 11일 휴일과 47일 신문의 날이다. 신문의 날엔 사내 낚시 동호인들과 단체 낚시대회를 여는 게 정례화되어 있었다.

신년 휴일에는 그룹별로 전문낚시회의 가이드를 받아 출조했다. 주말에도 틈이 생기면 어김없이 저수지로 달려갔다. 부장단 제작회의가 열리는 오전 10시 이전에 새벽낚시를 매일 다니던 시절도 있었다. 출장취재가 있을 경우 한 두 시간의 낚시계획이 끼워들었다.

나홀로 시도했던 영산강 하구 낚시도전은 퇴색하지 않은채 추억으로 남아있다. 낚시에 미친 80년대 초 어느해 11, 목포까지 버스로 가서 택시를 타고 낚시터까지 갔다. 오전8시경이었다. 가는 도중 택시기사는 바람이 강하게 불고 영하의 날씨라는 이유를 대며불가론을 폈다. 이를 무시하고 강행했다가 30분도 채우지못하고 철수하고 말았다. 그래도 낚시 욕망은 사그라들지 않아 무안쪽 저수지를 돌아다녔다. 하루를 낚시로 채웠지만 한번도 입질기회를 잡지 못했다.

낚시중독은 평생간다. 취학전부터 시작된 낚시에 대한 미련이 가시지않는다. 지금은 접었지만 TV낚시채널을 통해 장시간 대리만족에 빠져든다.가족간 채널주도권 신경전이 고질화되었다. 드라이브 도중 저수지가 보이면 차를 멈추는 습성도 계속된다. 그럴때마다 포인트가 반가운 모습으로 눈에 들어온다. 곧이어 붕어 몇마리가 낚시에 걸려올 것 같은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어가곤한다. 그 재미도 솔솔하다.

차를 멈춰세우는 저수지중 하나가 사내호다. 강진군 신전면과 해남경계 부근 도로를 끼고 자리잡았다. 완도를 오갈때마다 광활하게 펼쳐진 풍광이 낚시 충동심을 자극해 지날칠 수 없게 한다. 강진읍쪽으로 향하면 석문산과 용문사 사이를 관통하는 도로로 이어진다. 완도방향으로 달리면 대륜산이 나온다. 이 구간은 그자체가 관광코스다. 해남경유지를 마다하고 강진코스를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낚시메니아 친구에게 이 저수지에 대해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은 극찬일색이다. 그는 강진낚시터로는 사내지와 도암면의 석문저수지를 꼽는다. 초등 평교사로 정년을 한 참 교육자인 그는 붕어 낚시가 일상이 되어있다. 낚시 때문에 교감도 못했다고 놀리면 그랬다고 스스럼 없이 응할만큼 낚시에 인생을 건 것처럼 보인다. 정년후에는 광기가 더해져 날마다 기상을 체크하고 출조일을 잡는 것이 주된 일과다.

낚시 달인이 극찬한 것처럼 사내호는 강진의 보물이라고 치켜세울만하다. 담수호와 수로가 함께 존재한데다 4계절 낚시가 가능한 곳이다. 접근성도 뛰어난다. 해남 두륜산이 가까이서 감싸주고 주작산-덕룡산과 휴양림도 이웃이다. 바다를 끼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캠핑 여건도 우수하다. 강진의 대표 관광명소가 된 가우도로 이어지는 해안도로의 깃점이기도 하다.

관광과 레저가 융합된 보기드문 휴양지다. 남도답사1번지, 푸조의 고장 강진의 관광산업을 지켜줄 소중한 자산이라는 주장이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런 사내호에 수상태양광 사업을 추진하자는 여론이 고개를 쳐들었다. 주민간 찬반양쪽으로 갈려 팽팽하게 맞서 있다고 강진일보는 전한다.

수상태양광시설이 들어서고 있는 고흥 해창만 수로는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케이스다. 지난해 이곳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해 언론이 대대적으로 다루었다. 물고기 집단폐사는 설치한 패널의 화학성분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전문낚시꾼은 인터넷에 이런 소감을 올렸다. “해창만수로는 태양광설치로 인해 아주 난장판입니다. 물 다뒤집히고 입질도 없네요, 꿈의 필드 해창만은 먼 옛날의 추억...”

해변 간척지 호수와 수로가 함께 형성된 구조가 서로 유사하다. 그래서 사내호에 태양광 시설이 들어서면 동일한 사태가 되풀이 될 가능성이 100%. 관광산업 기반을 무너뜨리는 혐오시설이라는 비판여론이 거세질 수 밖에 없다. 태양광 패널이 지붕처럼 사내호를 뒤덮으면 붕어낚시여행은 영영 멀어진다는 건 상식에 속한다. 그럴 경우 남도답사1번지의 이미지 훼손은 피할 수 없다. 얼굴에 박힌 점하나 때문에 미인 평가가 절하된 것처럼...

지역소득사업을 놓고 갈등이 일어 반목이 심화되면 치유불능한 공동체 분열로 이어진다. 합의와 조정에 의해 해결할 수 없는 갈등구조이기 때문이다. 관광산업 육성과 관광자산 훼손행위는 공존할 수 없다. 집단지성과 반지성이 충돌하면 설득과 숙의와 조정의 시간이 무의미해진다. 공동체의 백년대계 차원에서 엇갈린 민원중 하나를 내던지는 결단의 리더십이 절박한 시점이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갈등과 반목만 키우는 사안이다는 명제를 수용하느냐가 결행의 관건이다. 수용한다면 그길밖에 없다고 단정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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