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 언론인

최근 발표된 우리나라 인구동향 통계수치는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을 고스란이 드러냈다. 한국의 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숫자(합계출산율)는 지난해 0.78명이었다.

부부 100쌍(200명)에 자녀 수가 78명밖에 안 된다는 의미다. 200명이던 부모 세대 인구가 자녀 세대에는 거의 3분의 1로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저출산 문제는 이제 쇼크 단계를 넘어 ‘국가 소멸’ 공포감을 느낄 정도로 악화됐다.

농어촌 지자체 소멸 걱정은 사치스런 걱정이 되었다. 목숨을 건 진통끝에 출산한 아이를 돌봐 줄 병원을 찾기 어렵다는 아우성까지 겹쳐 인구쇼크는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는 여성들은 감염에 취약한 출생자녀의 응급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하루하루를 넘긴다. 그런데 병원 응급실에서 소아환자를 받지않는다. 대학병원마저 보조를 맞추고 있다.

산모의 충격은 산파의 고통못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구슬을 삼켰는데 소아 내시경으로 구슬 꺼내줄 병원이 없어 충청도에서 서울로 올라와야 한다.

소아 환자가 전라도에서 구급차 타고 서울까지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고 언론은 전한다. 출산을 장려한 정부에 배신감이 폭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 1월중순에 겪었던 실제상황은 혼을 빼앗았다. 밤10시쯤 세살 손주가 고열이 일어 평소 이용해오던 인근 중형급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그러나 소아환자는 받지 않는다고 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런 사정을 맞닥뜨린 순간 정신이 혼미해지는 충격을 받았다. 일반 병원을 포기하고 조선대학병원 응급실문을 들어섰다.

그러나 역시 소아환자는 받지않는다고 했다. ‘그럼 죽으라는 말이냐’는 울분이 끓어 올랐으나 마음이 급해 입을닫고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다행히 가까운 전남대 병원에서 응급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소아 응급환자를 받는 병원은 전남대 병원뿐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손주의 고열은 일반 감기 증세여서 안도했지만 골든 타임을 요하는 위급상황이었을 경우를 상상하니 전율이 일었다.

소아과 의사 기피현상은 인구감소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12년 48만명이던 한 해 출생아 숫자가 2022년 25만명으로 급감한 탓이 크다. 의대에서 소아과는 ‘미래가 없는 전공’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전공의 지원자가 급감했다.

과거 소아과는 인기 진료분야였다. 고교동창들중에도 소아과 의사는 모두 부를 축적할만큼 소득이 높았다. 그만큼 인기 있는 진료과목이었으나 대학병원의 소아과 전공의 지원율은 올해 20%대로 떨어졌다.

이러한 사태는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국가는 손을 놓고 있다 이제야 부산을 떨고 있다. 통합인구 정책이 겉돌고 있다는 하나의 근거다.

출생아의 질병은 부모의 아픔이다. 그런 아픔을 풀어주기 위한 사람은 조부모인 경우가 흔하다. 아이낳으면 사적탁아비가 300만원 이상이 소요되며 그나마 사람구하기도 어렵다.

그런 사정속에서 아이의 안전염려증까지 겹쳐 조부모에게 위탁하는 사례가 일반화되다시피했다. 이들은 손주돌봄에 그치지않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병원을 드나드는 간병까지 떠넘겨 받기 일수다.

이러한 어려움을 경험한 지인들은 자녀들에게 아이를 낳으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결혼 직후부터 어서 아이 낳으라고 날마다 달달복던 자신이 부끄러워지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손주 출산을 꺼리는 상황까지 몰렸다. 

국가는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법 제정(2005년)과 제1차 기본계획 수립(2006년) 이후 16년 동안 280조 원을 투입했다. 돈을 뿌려서 인구를 늘린다는 발상은 먹혀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국가의 ‘저출산, 고령화’ 타령에 국민은 식상하고 지쳐있다. 해마다 합계출산율이 내려가고 세계최악의 출산율 기록을 이어가도 정부처방에 의한 백약은 무효였다. 정부도 못잡는 저출산을 지자체가  해결할 수도 없다는 건 자명한 진리다.

지자체장이 인구증가 목표를 정하는 것은 넌센스라는 지적도 진리다. 출산할때마다 5천400만원씩, 수차례 지원해도 인구 감소관성을 잡지 못한 현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의 인구동향 통계에서 드러낸 메시지는 이렇게 감지된다.

지금까지의 인구정책으로는 저출산의 내리막길을 차단할 수 없다. 더불어 인구를 늘리겠다는 지자체장의 공약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기대와 불신도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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